(엘살바도르)
저 멀리 그리고 가까이 내 주변까지 세상엔 크고 작은 재난이 있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찰라떼난고 뽀뜨레리요스 오가는 길이 옛날 대관령고개를 구비구비 돌 듯 구불구불 돌고 돌아 언덕을 오르내리는 위험한 길입니다.
주일예배를 드리고 기쁜 마음으로 현지 성도들과 함께 엘 부엔 사마리타노교회 성전건축 기공예배를 드리러가는 중이었습니다. 차량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자동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한 위험한 사고를 겪으며 너무 놀라 후유증으로 고생 중입니다. 사고는 순간이었는데 너무나 길고 무서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입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신발이 벗겨져 맨발로 가시나무를 밟고 간신히 빠져 나왔는데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땡큐 갓!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대형 사고에 부딪친 차량이나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은 것이 감사했습니다. 주님이 두 팔로 우릴 품어주심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적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며칠 전 침대에 누워 달력에 그려진 벼랑 끝 어린양을 손을 내밀어 구하시는 예수님의 사진을 무심코 보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낭떠러지 가시나무 속 어린양이 내 모습이었습니다.
주님이 벼랑 끝에서 내 손을 단단히 잡고 계셨습니다.
사실 사고 순간에 난 이미 벼랑 끝을 보았고, 차가 뒤집어져서 떨어지는 걸 보았습니다. 죽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차가 덜컹 멈춰 튀어나왔습니다. 그 때는 새 생명 새 기회 새 사명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는데 벌써 감사를 잃어버렸구나 깨닫게 하시고 회개와 동시에 감사기도 하게 하셨습니다.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감사와 원망이 나란히 함께 놓이는데 선택은 내가 해야 합니다. 원망을 선택하면 지옥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은혜로 감사를 회복하니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 둘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아직도 놀란 가슴이 아직도 쿵쿵거리고 무기력해지고 힘이 듭니다.
이런 때일수록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주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돕고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입니다. 사고수습을 도와주고, 위로해주던 주민들, 자원하여 차량을 빌려주어 불편함을 덜어주던 성도님, 다 은혜이고 감사입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오히려 더 단단하게 서로 이해하고 따뜻하게 보듬어 나가는 선교 공동체이고, 사명자들이기에 오늘도 맡겨주신 주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선교센터 앞 에라몽, 매일 보는 풍경인데 오늘은 더 아름다운 하늘입니다. 건기로 메말라버린 황금빛 산봉우리, 혼자 보기 아까워 얼른 찰칵~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음의 먹구름이 드리워질 때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 마음의 먹구름을 지워버립니다. 저는 이렇게 가끔씩 하늘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는답니다.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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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