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성실장로교회 원로)
존 프레임(John Frame) 교수에 의하면 “코넬리우스 반틸은 칼빈 이후에 가장 위대한 기독교 사상가이며, 반틸의 변증학의 영향은 칸트가 철학계에 끼친 영향과 같다” 했다(“Van Til was the most important Christian thinker since the days of Calvin and his impact in the field of Apologetics was similar to that of Kant in non-Christian Philosophy”).
미국의 칼빈주의, 개혁주의 신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은 반틸이다. 반틸은 화란의 그루테가스트(Grootegast)에서 태어나서 1905년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왔다. 미국 미시간의 칼빈대학과 칼빈신학교를 졸업하고, 프린스턴신학교(Th.M)와 프린스턴대학교(Ph.D)를 졸업했다. 그리고 1년간 목회하고 난 후 프린스턴신학교에서 변증학(Apologetics)을 강의하기 시작 했다(1928-1929 academic year). 곧 바로 메이천이 필라델피아에서 웨스트민스터신학교를 설립하자, 반틸은 새로 시작된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교수가 되어 1929년부터 1979년까지 변증학을 가르쳤다(1972년 은퇴했지만 1979년까지 50년 넘게 가르쳤다).
반틸의 저서는 20권이 넘고 출판되지 아니한 많은 학문적 중요한 글들을 많이 남겼다. 반틸의 대표적인 저서는 Christian Apologetics, An Introduction to Systematic Theology, The Defense of the Faith, Common Grace and the Gospel, and Christian Theistic Evidence 등이다.
반틸의 신학은 철저하게 칼빈주의, 정통 개혁주의 신학의 기초 하에 있다. 반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신학자는 요한 칼빈이다.
그리고 반틸은 어려서부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중심의 화란 개혁신학의 전통과 또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중심의 장로교 프린스턴신학(Old Princeton theology)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1936년 반틸은 자기가 속한 Christian Reformed Church 교단을 떠나, 당시 메이천에 의해 새로 조직된 정통장로교회(Orthodox Presbyterian Church)에 가입하여 평생 OPC 교단에 속하여 사역을 했다.
반틸의 신학은 화란의 아브라함 카이퍼와 헤르만 바빙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influenced by the Dutch theologians Abraham Kuyper, 1837–1920 and Herman Bavinck, 1854–1921). 반틸은 “성경이 가르치는 기독교만이 하나님이 계시하신 유일한 종교(God-revealed religion)이며, 칼빈주의는 그것을 가장 명료하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표현한다(the clearest and most consistent expression of that religion)”는 이 카이퍼-바빙크 사상을 평생 동안 그의 마음속에 지니고 있었다.
전제주의 변증학, 기독교형이상학에 근거 철저한 계시 의존적 인식론 주장
성경이 인간의 모든 경험과 논리 판단...신자와 불신자 간 공유지대는 없어
철학적으로 반틸은 카이퍼의 칼빈주의 원칙(Kuyper’s Calvinistic principles), 즉 "암스테르담 (Amsterdam)철학" 또는 "칼빈주의 철학"으로 명명된 철학사상의 학파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이 "칼빈주의 암스테르담 철학"은 헤르만 도이베르트(Herman Dooyeweerd, 1894-1977)와 볼렌호븐(Dirk Hendrik Theodore Vollenhoven, 1892-1978)의 저술에 의하여 발전되었다. 이들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의 법학과와 철학과 교수이며, 또한 처남 사이이다.
그러나 반틸은 "암스테르담(Amsterdam)철학"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암스테르담 철학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예를 들어 반틸은 도이베르트(Dooyeweerd)가 칼빈주의 철학에서 벗어나 비기독교적 사고에 더 많이 타협하였기 때문에 그를 비판하였다.
반틸은 변증학을 "비기독교적 삶의 철학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기독교적 삶의 철학의 변호"로 정의했다(Van Til has defined it as “the vindication of the Christian philosophy of life against the various forms of the non-Christian philosophy of life”)(Apologetics, p.1).
반틸의 변증학은 전제주의(presuppositionalism) 변증학이다.
반틸에 의하면 창조주 하나님은 어떠한 철학적인 논증에 의하여 그 존재가 증명되어지는 하나님이 아니라 성경에 계시된 자존적이시며 자족적인(Self-contained and self-sufficient God) 하나님이시다. 성경의 하나님은 논증에서 얻어진 신이 아니라 전제되어져야한다.
반틸은 만약 신 지식이 잘못된다면 모든 교리가 잘못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역사적으로 체계화된 유신론적인 신존재 증명(Classical Arguments For The Existence Of God)은 논증의 가치가 없다고 믿었다. 반틸이 볼 때 이러한 신존재 증명에서 추론된 신은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라, 막연한 신(a god)일 가능성이 있다. 성경의 하나님은 막연한 신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이시요,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온 우주만물을 통치하시고 다스리시는 유일하신 하나님이시다.
반틸의 인식론(Christian epistemology)은 기독교 형이상학(Christian metaphysics)에 근거한다. 반틸은 “하나님만이 모든 지식의 근원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지 아니하면 인간의 모든 논증은 모두 헛것”이다 주장했다. 인간의 지식이 참된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성경에 계시된 삼위일체 하나님이 전제(presuppose)되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반틸의 사상과 신학에 있어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전제는 매우 중요하며, 근본적이다.
반틸에 의하면 “신 지식이 모든 지식의 근본이다.” 그러므로 반틸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면 우리 자신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을 알되 완전히 알지 못한다. 우리의 지식은 오직 유추적(Analogical Knowledge)이다”(Defense of Faith, 42-43).
반틸에 의하면 “우리가 하나님을 완전히 이해 할 수 없기(incomprehensible) 때문에 우리의 지식이 참된 지식임에 불구하고 단편적(partial), 역설적(paradox), 그리고 모순적인 것처럼 보인다(seeming contradiction).” 그러므로 우리 인간의 지식은 유추적(analogical)이며, 역설적(paradoxical)이다.
하나님께는 신비와 역설이 없지만(no mystery and no paradox) 인간에게는 존재한다(Defense of Faith, 61). 하나님의 계획은 완전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그 모든 계획을 주권적으로 통제하고 계심을 알고 믿으면 된다. 인간의 지식과 인식은 하나님께 의존적이다.
인간의 지식과 인식은 하나님께서 계시하시는 한도 안에서 수용적이고 재구성적(receptively reconstructive)이지, 이성에 근거한 창조적(creatively constructive)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구성적(receptively reconstructive)이라는 말은 인간의 지식 활동은 하나님께서 계시해주신 대로 그 계시를 나의 실존 속에 적용시킬 때에 그것이 바른 지식이 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지식은 종속적이다. 하나님의 지식은 결정적(determinative)이며, 그리고 인간의 지식은 부속적(subordinate)이다(Defense of the faith, 56).
하나님께서 계시해주신 범위를 벗어 날 수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의 창조주가 되시고 우리는 그의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반틸의 인식론은 철저하게 계시 의존적이다. 성경의 진리는 경험보다 선행되며, 경험은 성경의 의하여 해석되어야한다. 성경은 그 자체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반틸의 인식론은 매우 권위주의(authoritarian)라는 비판을 빋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계시는 항상 권위주의임을 주장하며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아니한다.
반틸은 “인간은 자신의 이성을 성경에 복종시켜야 하며, 그리고 성경에 의하여 자신의 경험이 해석되어져야한다(Defense of Faith, 125). 그러므로 반틸은 합리주의(rationalist) 인식론과 경험주의(empiricist) 인식론 모두 반대했다.
죄로 어두워진 인간의 이성이(The Noetic Effects of Sin) 빛 된 진리가 되는 성경을 판단할 수 없다. 성경은 독자적인 권위(self-attesting authority)를 지니고 있으며, 성경이 인간의 모든 경험과 논리를 판단한다.
반틸의 인식론(epistemology)은 경험주의나 합리주의 모두를 반대한다. 하나님의 계시와 관계없는 경험과 이성은 항상 모순에 빠지게 된다.
결국 반틸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사이에 공유지대 혹은 접점(common ground)이 있음을 부인한다. 결국 신자와 비신자의 중립지대(neutral ground)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기독교 변증가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사이의 접촉점을 찾으려고 하지 말아야한다. 그리스도인들이 불신자들을 접촉할 때, 성경의 하나님을 전제해야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인간의 상식이나 이성, 경험을 접점으로 삼게 되면 참된 복음을 전할 수 없게 된다.
벤틸은 이성을 면도칼이라고 말했다. 이성 그 자체는 좋은 것이나 그 칼이 누구의 손에 달려 있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성은 성령으로 중생한 사람의 손에 의해 사용될 때 비로소 바로 사용될 수 있다.
비기독교인 일지라도 이미 그 마음에 신존재에 대한 내재적인 지식(Sensus divinitatis, "sense of divinity")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전제주의적인 도전을 해야 한다.
반틸은 토마스 아퀴나스적인 합리주의 변증학(Rational Argument for the existence of God)보다는 칼빈의 계시주의적인 변증학을 발전시켰기 때문에 개혁주의 신학을 더욱 견고하게 발전시켰다. 또한 프린스턴신학의 선배들의 증거주의(Evidentialism)에 근거한 찰스 하지, 혹은 워필드의 변증학보다 더욱 성경적이며, 일관성 있는 칼빈주의적인 변증학을 발전시켰다.
04.3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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