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대학원 음악과장, 학생처장
“라틴 텍스트에 의한 레퀴엠과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Ein deutsches Requiem)을 중심으로” VII
제5악장
이 곡은 브람스가 전체 곡 중 가장 마지막에 쓴 곡이다. 소프라노 솔로가 등장하여 주도적으로 선도해 가는 곡으로 이 곡 전체에서 가장 고요하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다. 이 곡을 작업하면서 브람스는 어머니를 염두에 두고 그녀를 통해 위로의 말을 듣기를 기대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 내가 다시 너희를 보리니 너희 마음이 기쁠 것이요”(요브람스는 소프라노 솔로의 선율 속에 지속적으로 위로(Trösten)를 전하면 합창이 이를 받아 위로(I will comfort you)를 이야기한다. 브람스는 이어 외경(Apocrypha) 가운데 하나인 집회서(Ecclesiasticus)의 한 부분을 더해서 또 다른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잠시 동안 수고하고 애쓰는 것을 보았거늘 내가 많은 안식을 얻었나이다” 이어 마지막 부분에서 소프라노는 위로의 말을 끝내고 다시 악장 시작 부분의 가사로 돌아간다: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슬픔에 잠긴 아들에게 마지막 위로를 건네며 사랑의 작별 인사를 하는 어머니의 영혼이 이 순간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플룻의 부드러운 화음과 함께 목소리는 희미해지며 사라진다. 이어 솔리스트는(어머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종결된다.
제6악장
6악장에는 전체 작품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음악이 담겨있다. 마치 베르디의 레퀴엠 중 진노의 날(Dies Irae)을 연상케 한다. 두 번째로 바리톤 솔로가 등장하여 음악의 선율과 텍스트가 어느 정도의 내면 성찰로 시작하게 된다. “우리가 여기에는 영구한 도성이 없으므로 장차 올 것을 찾나니.(히 13:14) 하지만 금세 역전을 시켜 흥분된 모습으로 외칩니다. “우리 모두는 잠들지 않으리, 하지만 우리 모두는 모두 변화될 것입니다.” (고전 15:51,52)
그리고 갑자기, 한순간에 마지막 나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부활을 기다리는 영혼의 역할을 하는 코러스가 묵시록적인 비전으로 울리면서 이 곡에서 대전환(High Point)점을 이루어 두 번째 악장의 드라마와 균형을 맞추어 “소망”을 전한다. “오 죽음아, 그대는 어디 있느냐? 오 지옥아, 네 승리는 어디 있느냐?" "죽음은 승리에 삼켜지네.” (고전 15:54,55)
이때 브람스는 일반적으로 나팔을 울리라는데 사용되는 악기인 트럼펫(Trompeten)을 텍스트에서 지칭하지 않고 트롬본(Posaune)으로 표기하였다. 실제 오케스트레이션에서도 그 텍스트가 나오는 부분은 트럼펫이 주를 이루어 리드하지 않고 트롬본 앙상블(알토, 테너, 베이스, 그리고 튜바)이 리드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트롬본 악기가 주는 웅장함을 더하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표현했고 사운드를 그렇게 만들게 된 것이라고 필자의 소견을 피력한다. 드디어 이 곡 전체의 가장 클라이멕스를 향해 질주하게 된다. 음악적으로 이 곡 전체에서 사용된 세 개의 푸가 중 마지막을 이 부분에 전개하며 계시록에 나오는 최상의 영광 찬양(Doxology) 부분인 “하나님께서 영광과 존귀와 권능을 받으심이 합당하니”(계 4:11)라는 가사와 함께 이 곡 전체에서 전개된 푸가 중 가장 길게(131마디) 펼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웅장한 푸가로 마무리하게 된다. 필자가 연주하며 이 부분을 마무리할 때는 왠지 숨이 멎는듯한 강렬함이 전신을 지배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제7악장
찬란한 빛으로 시작되는 마지막 7악장으로 이어진다. 6악장의 마지막 화음을 출발점이자 영감으로 삼아 소프라노 파트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인 복(Selig sind)을 표현한다. 1악장에서 표현했던 선율을 한 옥타브를 올리고 역으로 사용하여 다른 복(Selig sind) 즉 “주 안에서 죽는 자는 복이 있다”를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그리스도로 인해 항상 애통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인생 삶의 여정 가운데 누리게 되는 진정한 복으로 표현하기 위해 선율을 상행으로 진행했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복은 “주 안에서 죽는 자”라는 사실을 알고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마지막에 선율을 하향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라는 브람스의 마음을 필자가 엿보게 되는 부분이다.
이곳에서 대 전환(High Point)은 조성이 바장조(F Major)에서 전형적인 부활을 상징하는 가장조 (A Major)로 전환이 되는 부분이다. 부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그들은 그들의 수고를 그치고 쉬게 되리니”가 지속된다. 그리고는 마지막 위로와 축복의 가사가 이어진다. 종결 부분에서는 상향과 하향을 교차하는 두 가지 형태의 복을 서로 나누고 1악장의 마지막 선율을 그대로 모방하여 “복있으라(Selig sind)”를 고요히 외치며 큰 여음을 남긴 채 대단원의 드라마를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필자는 브람스의 레퀴엠을 연구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연주하며 전통적으로 가졌던 레퀴엠에 대한 시각을 다른 방향의 관점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이것을 통해 이 작품이 더욱 본질적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하나님께서 인간을 향한 궁극적인 목적을 알게 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보게 되었다.
브람스가 이 레퀴엠 작곡을 모두 끝내고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내 마음은 지금 위로 받았네! 결코 극복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장애를 이겨내고 높이 아주 높이 비상 중이네” 그가 받은 위로는 전통적으로 갖고 있던 레퀴엠의 기본 정신인 죽은 자들을 위로하려는 사상에서 산 자들에게 소망과 위로를, 그리고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그 창조 목적을 이루었다고 자평하며 확신에 찬 고백을 한 것이었다.
브람스의 이러한 고백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2024년 8월 18일, 미국 LA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필자가 이 브람스 레퀴엠을 연주한 후 유투브 영상으로 이 작품이 올려지게 되었다. 약 열흘이 지난 즈음에 한 일본인 시청자가 이 연주 영상을 보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 것을 보았다. “この な作品を いているとブラームス好きの神様が後ろで微笑みながら聴いているような気がしてきます(이 장엄한 작품을 듣고 있으면 브람스를 좋아하는 하나님이 뒤에서 만연의 미소를 지으며 듣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 댓글을 보며 하나님이 브람스를 사용하셔서 이 시대를 사는 현대 예배자들에게 복음으로 인한 진정한 복, 소망,그리고 위로를 주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놓으셨다고 확인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하나님 자신이 영화롭게 되고, 온 우주 만물들이 하나님을 칭송할 때 만연의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실 하나님은 자신의 본래 목적을 성취하고 흡족해하시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이 곡은 분명 시대를 살아가는 순례자들에게 하나님의 영원한 세계를 바라며 소망 가운데 오직 하나님의 존귀, 영광, 그리고 능력을 선포하며 살다가 마지막을 맞이해야 할 당위성을 증명해 준 위대한 작품이다.
iyoon@wmu.edu
11.09.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