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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사 할 생일!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주일과 생일이 정확히 겹치는 올 해 생일이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감사하며 날짜에 맞는 주일에 제단헌화를 미리 사인하여 봉헌하지만, 이렇게 주일과 기념일이 정확히 일치하는 건 드문 일이다. 우리교회 90세에서 100세 이상 그룹의 여선교회 회원들은 매년 생일마다 우리 나이는 항상 '29세에서 33세사이 일 뿐이다.' 라는 농담과 허그로 생일 축하 인사를 보내주신다. 노란소국이 함박 핀 꽃다발을 안겨주며 생일을 축하하는 성도님. 생일축하 노래를 함께 부르며 교우들의 많은 축복과 축하로 드리는 예배에 기쁨과 감사의 은혜가 크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내 생일은 항상 두 가지 큰 행사와 날짜가 함께였다. 음력으로 고유 명절 추석(한가위)과 부모님 목회의 가을 심방사역 기간이었다. 심방 중에도 엄마는 친구들과 방과 후 생일 축하파티를 할 수 있도록 통닭, 케이크, 과자, 김밥 등 아이들이 좋아할 음식으로 가득한 맛있는 생일상에 선물과 카드를 잊지 않고 올려놓으시고 식탁보로 얌전히 덮어놓으셨다. 추석과 생일 날짜가 겹칠 때면 더 풍성한 생일상과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친정아버지는 정임이는 추석빔과 생일선물을 꼭 따로 해 주라고 하시며 생일이 추석으로 두 배 신나는 날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특별한 선물과 음식이 아니어도 청명한 하늘과 색깔을 바꾸어가는 나뭇잎 특유의 약간 쓴 내음이 베인 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 나는 항상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했다. 

작년 봄에 이직한 데이케어센터는 교사들의 생일에 함께 축하를 하고 원장님이 준비해 주시는 맛있는 점심을 나누는 즐거운 문화가 있었다. 이번 나의 생일 전주부터, 다정스레 생일 점심에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얘기해 달라고 하시며 미리 오랫동안 끓여 진국이 된 소고기미역국과 따뜻한 전들과 나물, 잡채와 해파리 새우냉채로 결혼 후 누가 나에게 이렇게 따뜻한 미역국이 올라온 생일상을 차려준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뭉클하도록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점심과 동료교사들의 선물, 귀여운 축하카드를 받았다. 성인이 되어 직장에서 만난 이들에게 이런 귀한 대접과 사랑을 받음이 참으로 감사하고 감동이었다. 

새벽부터 카톡! 카톡! 울리는 시차를 생각하지 못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생일축하 메시지도 잠을 설치게 하는 어려움보다 각자의 일상과 특별히 추석 연휴로 바쁜 중에 잊지 않고 시간을 만들어 보내온 그 마음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지역에 유명한 베이커리에 필리핀에서부터 인턴으로 취업하여 우리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열심히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청년이 일하는 일요일이어서 교회에 가지 못해 축하하지 못했다고 하며, 라이드를 해주어 늘 고맙다는 감사 글을 필리핀어와 영어가 섞인 생일축하 카드로 보냈다. 아들 병원 때문에 주말에 보스턴에 다녀오느라 늦게 사모님 생일을 축하드린다며 장난스럽게 "거의 50되심을 축하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이제 믿음직한 두 아들의 아빠가 되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여전히 처음 만난 대학생 막내 동생 갈은 형제의 문자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이 때문에 걱정 많고 힘들었을 주말, 늦은 저녁 잊지 않고 내 생일까지 축하하는 그 진심과 유머에 "싸모님, 아직 두발 남았다!"는 위트있는 답장으로 함께 웃으며 새 병원의 모든 절차와 진행이 잘 되어 언제나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대화로 여유를 가졌다. 

올해 대학에 들어가 처음 떨어져 엄마 생일을 보낸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아이패드에 한글로 한자 한자 곱게 쓴 딸의 생일편지는 놀람과 감격이었다. 편지 내용에 담은 사랑과 추억의 내용들이 나를 울고 웃게 했다. 그리고 긴 문장에 한글 맞춤법을 틀리지 않게 쓰려 아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껴져 기특했다. 집을 떠난 지 한 달 여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 더 성장한 것 같아 대견한 마음도 들었다. 

엄마 생일이지만 자기가 먹고 싶은 케이크를 고르는 귀여운 막내아들이 옆에 있고, 20년이 되도록 취향을 맞추지 못하는 남자가 보기에만 예쁜 생일카드에 축하와 사랑을 전하는 믿음직한 남편이 있다. 켄터키 에즈베리신학교 유학시절에 만난 나의 펌킨스파이스라떼 친구 사모님이 생일에 꼭 마시라고 하며 스타벅스 카드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함께 못 마신 지 15년이 지났는데 그 시절 그 사랑과 추억을 함께하는 친구의 마음에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달콤하고 따뜻하다.

나이가 들어가며 크게 특별하지 않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 되어가는 매년의 생일이 올해도 나뿐만이 아니라 내 주위 모든 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히 함께 축하하고 기뻐할 수 있음에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감사하다!!

songjoungim@gmail.com

 

10.0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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