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usa Pacific University교수)
코로나 트라우마를 인식하자
마태복음 8장을 보면 산상수훈을 마치신 예수님이 본격적인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주님은 나병환자, 백부장의 하인, 베드로의 장모를 고쳐주신 후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리호수 반대편으로 이동하시게 된다. 예수님도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하셨을까? 배에 오르시자마자 주무시게 된다. 그 후 바다에 큰 광풍이 몰아치게 되고 어느덧 물결이 배에 가득해지자 제자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큰 풍랑에 두려워 떠는 제자들과 풍랑 속에서도 유유히 잠을 청하시는 예수님을 대비해보자. 제자들 중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은 평생 고기잡이로 업을 삼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갈릴리바다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두려워하여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주님을 깨우게 된다. “주님,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마8:25, 막4:38). 바로 풍랑을 만난 제자들의 반응이 바로 오늘날 코로나 팬더믹 속에 있는 우리들의 반응이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많은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트라우마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부정적으로 반응하도록 한다. 모든 교육학자들이 인정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자녀들은 매우 유해한(toxic)사회 환경 속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러한 환경은 아이들의 지적, 사회적, 정서적, 영적 발달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이 3가지 이상의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으면 그들은 IQ 112점을 넘지 못하며, 4가지 이상의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으면 IQ점수가 93점이 최고라고 한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코로나 팬더믹은 분명 성인뿐 아니라 자녀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이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우리 자녀들은 이미 상당수준의 지적 발달의 기회를 잃어버렸고, 교육당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의 사회적 정서적 영적 영역이 더디 발달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
명심하자! 분명히 트라우마는 우리 자녀들의 삶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트라우마는 여러 가지 반응으로 나타난다. 폭력으로, 성적 방종과 일탈로, 학업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는 형태로, 때로는 약물중독으로, 또는 퇴행적 반응으로 나타난다. 학교현장에서도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진 학생들은 회피하거나 적대적 혹은 과도한 반응을 나타내거나(고함을 지르거나 싸움을 거는 등), 무관심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2천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8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이미 기록하였고 앞으로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런 큰 공포의 현장에서 우리들은 마치 배 안에서 큰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지는 제자와 같지 않은가? 혹은 하나님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마음을 잔뜩 품고 있지는 않은가?
제자들은 큰 풍랑 속에 점점 물이 가득 차오는 배 안의 물을 힘껏 물을 바다로 퍼 나르고 있는데,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고 절박한 순간에 홀로 편하게 잠을 청하시는 주님의 이기적 행위를 보며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들의 목소리는 그들을 구원해 달라는 절박한 목소리가 아닌 홀로 내버려두신 주님에 대한 불평과 원망의 목소리였다.
철저한 자기의식과 신뢰집단 힘으로 코로나트라우마 이겨
팬더믹으로 학생들의 사회적 정서적 영적 발달 저해 우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교육
트라우마가 올 때, 우리들은 두 가지로 반응한다. 제자들처럼 원망하거나 두려움으로 반응할 수 있고, 또 예수님처럼 이를 훨씬 더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삶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님은 우리가 트라우마를 인생의 긍정적인 도전으로 활용하기를 원하신다. 그래서 주님은 이미 풍랑을 아시고도 제자들을 인도하신다.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막4:36). 풍랑이 올 때 주님의 계획은 배에 차오르는 물을 함께 퍼내는 것이 아니라 풍랑 자체를 잠잠케 하시는 능력을 제자들이 배우기 원하셨던 것이다. 바다가 잔잔하게 되자 그들은 큰 두려움(막4:41)을 느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트라우마는 우리에게 좌절과 고통, 그리고 무기력을 가져다주지만 한편으로 트라우마는 우리의 삶을 한 단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그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교육의 핵심이다. 교육학자들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stress-induced education, trauma-informed classroom이라는 이론이 등장하게 되었고, 긍정의 심리학이론에서는 어려움을 통하여 번영과 성공을 도출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고,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가 인지적 능력보다는 강인한 정신력 등 태도라는 사실이 여러 결과로 증명이 된다.
그래서 요즘의 학교 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가 바로 코로나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뿐 아니라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악성 베토벤을 아는가? 그는 20대부터 점점 청력을 잃어가다가 그가 45세 때에는 완전히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 그러한 트라우마 속에서도 그는 마침내 그의 불후의 명작인 6번 심포니를 작곡하게 된다. 트라우마는 좌절과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과 번성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고 인생의 열매는 고통을 통해 피어나는 법! 바로 이것이 부모가 자녀들에게 전해야 할 핵심이고,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교육내용이다.
성경에도 이런 예들은 얼마나 많은가? 아브라함의 일생은 갈 바 모르는 정처 없는 나그네 길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그런 트라우마를 늘 믿음으로 승화시킨 사람이었다. 모세는 사람을 죽여 도망한 자라는 트라우마를 평생 가지고 살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후 출애굽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다. 욥, 주님의 제자요한, 사도바울, 예레미야 선지자, 세례요한의 삶을 반추해보자. 그리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걸으셨던 삶의 여정을 생각하자.
필자는 다니엘을 우리 자녀들이 본받아야 할 인물로 꼽는다. 그는 15살에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에 포로로 끌려가 70여년을 이방인으로서 낯선 문화, 우상숭배로 가득한 바벨론, 메대, 페르시아 왕조를 섬겨야 했다. 참으로 그의 일생은 트라우마로 가득한 삶이었는데 그는 트라우마를 슬기롭게 극복했을 뿐 아니라 후세에 모범이 될 신앙의 지표를 우뚝 세워놓았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두 가지를 기억하자. 철저한 자기의식과 신뢰로운 집단의 힘!
첫째, 그는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자각하고 있었다. 다니엘이란 말의 뜻은 ‘하나님은 나의 심판자’라는 의미이다. 자신을 아는 것은 곧 자기 통제력이고 이는 곧 어려운 트라우마가 와도 흔들리지 않게 한다. 둘째는 좋은 친구들과 늘 함께 평생 믿음 안에서 교제하였다. 다니엘과 세 친구의 이야기는 그러기에 코로나라는 트라우마가 팽배한 현 시점에서 우리 자녀들이 어떻게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인가를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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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