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우리 땅에 온 3만여 명의 탈북민부터 품으며 북한 선교를 논해야 합니다. 이들도 감당치 못하면서 어떻게 70년간 떨어져 살아온 2000만 민족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에 31개월간 억류됐던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64) 캐나다 큰빛교회 원로목사가 4일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에 전한 당부의 말이다. 북한 억류 최장기 외국인인 임 목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남산감리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통일포럼(상임대표 이원재 목사)의 ‘5월 열린 포럼’에 참석해 강연했다.
그는 1995년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북한을 150여 차례 방문했다. 교회 명의로 한화 550억 원 규모의 대북 지원을 펼쳤으며 북한 내 고아원 양로원 및 교육기관 등을 설립·지원했다. 2015년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풀려났다.
임 목사는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방법으로 가장 먼저 탈북민을 돌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 탈북민 3만여 명이 있는데 이들을 한국교회가 진지하게 북한 선교의 대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 사회에 적응을 못 해 이단에 빠지거나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먼저 품고 섬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장로회신학대와 총신대에서 신학 하는 탈북민 학생이 70여 명에 이르는 걸로 아는데 이들의 학비를 대주는 일부터 교회가 책임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된 배경으로 자신이 캐나다에서 펼친 탈북민 목회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목회할 당시 교회가 탈북민 150가정을 섬겼고 나도 탈북민 한 가정과 6년 반을 한집에서 살았다”며 “이렇게 같이 지내다 보니 탈북민이 부지런히 살아 캐나다 영주권도 얻고 집도 구매하며 동시에 신앙생활도 진실하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캐나다에서 만난 탈북민뿐 아니라 대북 지원을 하며 만난 대다수 북한 주민도 심성이 선량했다”며 “교회가 함께 살며 품을 준비가 된다면 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 3만 명도 감당치 못하는데 2000만 명을 한국교회가 책임지고 품겠다는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분단 이후 70여 년간의 공백을 메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민족 간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서로 생각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억류 중 남북 간 의식 차이를 크게 느낀 일화도 소개했다. 수감 전 그를 조사하던 당 관계자가 “있지도 않은 하나님을 왜 믿느냐. 조선의 하나님인 우리 수령을 믿으라”며 눈물을 터트린 일이 그것이다. 그는 “김일성 종교의 광신자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세뇌된 게 느껴졌다”며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유일신 개념이 있어 북한 선교가 아주 어렵진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그리스도인에겐 통일선교에 나서기 전 성경 말씀에 기초해 철저한 회개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임 목사는 “한국교회가 통일을 진실하게 원한다면 먼저 교회부터 서로 연합하고 용서해야 한다”며 “이념을 정신적 우상으로 삼았던 모습을 회개하고 성경의 진리대로 예수를 모범 삼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된 뒤 통일을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송환에 있어 정부와 한국교회가 더욱 힘써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임 목사는 “남북 대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국적 억류자에 대한 이야기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이들의 석방을 위해 1인시위를 하는 등 석방 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북한은 외부 여론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05.11.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