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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d Pro Quo

박동서 목사

[필자주] 요즘 한국에서는 직장 상사의 성추행과 성폭행등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다시 한번 사회적인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2년 여 전에도 비슷한 일로 인해 미국의 조직 내 성범죄와 가해행위에 대한 대처방안 및 예방책에 관해 칼럼을 쓴 바 있어 독자들을 위해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관공서나 기업뿐 아니라 교회와 신학교 훈련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온통 #MeToo(나도) 열풍이 휩쓸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던 한 여배우가 허리우드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당하고도 침묵하고 있던 수많은 성추행과 성폭행 피해자들을 향해 SNS 상에 소위 해쉬태그를 붙이면서 급속도로 확산된 현상입니다.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피해 여성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로 법의 망을 피해가며 추행을 계속해온 수많은 남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연예계에서 시작되었지만, 법조계와 정치계, 언론과 교육계, 심지어 종교계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던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이 고발에 참여함으로써 향후 그 여파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저는 목회자의 길을 걷기 전에 한국과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병원 채플린이 되기 위해 마지막으로 꼭 거쳐야 하는 직원 교육용 온라인 과정을 접하기 전까지는 어떤 곳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관한 훈련을 이처럼 체계 있게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병원뿐 아니라, 연방정부와 주정부, 대부분의 공공기관, 학교와 종교단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비영리기관과 유수한 대기업의 신입사원 훈련과정에 의무적으로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및 법적 조치를 계몽시켜서 이에 따른 조직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그 피해를 방지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교육 세부사항 중 하나가 바로 “Quid Pro Quo (QPQ)”입니다. 이 말은 라틴어로, 영어로 굳이 번역하면 “Something for Something”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보상을 기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QPQ란 표현은 주로 어떤 직장상사가 하위직원에게 자리를 유지하거나 승진, 급료 인상 등을 제안하며 그 대가로 성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되어 온 일종의 성폭력 범죄 용어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드러나고 있는 조직 내 성추행, 성폭행 사태들을 보면 전형적인 Quid Pro Quo 학대사건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취업이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성폭력의 대상으로 삼고 악행을 반복하면서 육신적, 심리적, 정신적인 깊은 상처를 남겨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안타까운 것은 한국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QPQ와 같은 성적 학대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사전에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갖고 있지 못했다고 하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가히 빙산의 일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규정에 따르면 단 한 번의 QPQ 행위만으로도 병원당국은 그 직원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해임하고 형사조치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갖고 있고, 또 그 사실을 모든 조직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교육시키고 주지시킨다는 점이었습니다. 

과연 교회는 이 문제에서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교계도 이제는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대응이 아닌 조금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신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실천신학 부문에 이러한 성추행과 성폭행이 얼마나 심각한 죄인지를 가르치고, 교단이나 개 교회의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교육과 훈련의 내용을 준비해서 마지막 때에 주의 몸된 교회나 성도들을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올바로 목양하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08.08.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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