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한국 대전에서 사역할 때이다. 미국에 있던 두 아들들과 미국 또는 한국에서 일년에 한두차례 만나곤 하였다. 큰 아들이 한국에 혼자 왔던 적이 있었다. 그가 다시 미국으로 가는 날, 대전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아빠의 자상스런 가르침이 아들에게 주어졌다. 그 가르침의 제목이 필자 마음 속에 그리고 말하는 내용 속에 선명히 담겨 있었다. "아들, 이 다섯가지만 고치면 너는 앞으로 훌륭한 목회자가 될 수 있다"가 바로 그 제목이었다. 그 당시 신학 공부를 하면서 모(某) 교회에서 교육 전도사로 사역하던 아들에게 너무 시의적절(時宜適切)한 가르침으로 생각한 필자는 그 다섯가지를 버스 안이라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거침없이 전해 주었다. 아들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탑승 수속을 하고 탑승장을 향해 같이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이 눈물을 흘렸다. 의아해 하는 나를 바라보며 아들이 나지막이 말하는 것이었다. "아빠, 저에게 칭찬 한 마디만 해주시면 안 되나요?"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아들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나도 몰랐던 아들을 향한 나의 무심함과 교만함이 갑자기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내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후 6살 터울인 동생을 돌보면서 자기 공부도하고 교회 사역도 하고 있었다. 입이 열개라도 창찬과 고마움을 아들에게 다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인데 그의 아름답고 눈물겨운 수고는 한 가지도 언급하지 않고 가르침이란 이름으로 다섯 가지 잔소리를 쏟아 부은 것이다. 위로와 칭찬을 크게 주었어야 할 아들에게 상처와 아픔을 덧칠한 아빠가 너무 부끄러웠다. 아들은 지금 목사가 되어 미국교회를 열심히 섬기고 있다. 아빠의 잔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내일은 어린이 날이요 어린이 주일이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문제는 과잉 보호요 지나친 개입이다. 그 과잉 보호와 지나친 개입이 자녀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잔소리로 가장 많이 표현된다. 자녀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부모 덕(?)에 적지 않은 경우 그들의 신앙이 왔다 갔다하는 유목민(遊牧民)이 되기도하고, 아예 신앙을 등진 탕자가 되기도한다. '듣는 것'을 영어로 '히어링(hearing)' 이라고도 하고 '리스닝(listening)' 으로도 표현한다. 둘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히어링은 '소리'를 듣는 것이고, 리스닝은 '의미'를 듣는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전자(前者)의 반복되는 '소리'가 아니라 한 마디라도 후자(後者)의 깊이있는 '의미'를 듣고 싶어한다.
진정한 '칭찬'은 깊이있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심했던 기드온이 여호와의 사자로부터 '큰 용사'라는 칭찬을 들었다. 그는 달라졌다. 그는 칭찬대로 큰 용사가 되어 큰 전쟁을 큰 승리로 이끌었다. 부모 눈에 보이는대로 말하자면 자녀에게 '잔소리'가 쏟아지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그들에게 '칭찬'이 부어지리라. 어린이 날에 자녀들이 바라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 자녀들이 마음에서 외치는 아우성에 그 답이 있는 것 같다. "아빠 엄마, 저에게 칭찬 한 마디만 해주시면 안 되나요?"
05.0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