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어둠을 지나 미래로"는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회고록 제목이다. 그처럼 한국 현대사의 영욕(榮辱)을 제대로 맛본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딸로, 대통령으로, 헌정을 중단케한 사람으로 숱한 시간을 보냈다. 그의 책은 대통령 재임기간과 구치소에서의 시간을 회고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또 사람들이 본대로 그에게는 많은 공(功)도 있었고 어떤 과(過)도 있었다. 그의 책에는 "후회한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특별히 일부 사람에 대한 관리나 일부 사건의 처리, 그리고 탄핵 과정에서의 처신 등에서 아쉬워하는 대목을 보게 된다. 그는 그의 공과(功過)를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자양분으로 삼고 싶어 책을 엮어냈음이 분명했다. 그의 후회는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역사가 되었고 또 미래가 될 것이다.
누군들 후회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후회를 남기며 산다. 왜 후회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그릇된 결정을 내리곤한다. 무엇인가에 스스로 가리워, 또는 누군가의 속임으로 현실을 제대로 대면하지 못하니 그런 사단(事端)이 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런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겐 현실을 제대로 읽었다해도 쉽게 바뀔수 없는 자기 자신의 고집이나 욕심이 후회스런 결정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그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당했다고나 할까. 누군가에게 있는 현실 도피라는 손쉽고도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다. 현실 도피는 잠시 스스로를 위로해 주긴 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위로는 아니다. 현실도피에서 후회막급(後悔莫及)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예수님이 잡히신 후 베드로는 작은 아이 앞에서 예수님의 제자라는 엄연한 현실을 강하게 부인하였으나 곧 통한의 후회를 하고 말았다.
누구나 후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 후회를 잘 활용하여 멋진 미래를 만들수는 있겠다. 개봉된지 40년 가까이 되었으나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 되는 영화가 있다. 현재도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공연되는 "백 투 터 퓨처(Back to the Future)"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던 주인공이 그 과거로부터 구사일생(九死一生)하여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미래로 나아간다는 작품이다. 그 놀라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이 있으니 "후회"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후회의 과거로부터 현실을 거쳐 찬란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후회는 어두움이지만 밝은 미래로 가는 계단이 될 수 있다. 인류가 누리는 오늘의 번영은 짙은 어두움을 뚫고 나온 산물(産物)이 아니겠는가. 둘러보라. 오늘의 그 어떤 핫 플레이스(Hot Place)도 어제의 실패와 후회의 역사를 지니지 않고 저렇게 우뚝 세워지지 않았다. 깊은 후회의 아픔이 저렇듯 거침없는 자태를 자아낸 것이다. 뉴욕에는 자그마치 2,089개의 다리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다리는 단연코 "브루클린 브리지"이다. 이 다리를 구상하고 설계한 존 로블링은 다리가 막 착공되었을 때 사망하였고, 그 일을 이어받았던 그의 아들 워싱턴 로블링도 불의의 사고를 만나 평생 불구가 되었다. 14년이 걸린 공사에서 인명 피해를 비롯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일찌감치 후회하며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여러 후회를 발판으로 더 전진하여 오늘의 멋진 다리, 앞날이 더 기대되는 미래의 다리, 브루클린 브리지를 세운 것이다. 우리도 후회를 어두움의 역사속에 묻어두지 말고 그것을 잘 활용하여 더 밝은 미래로 만들어야 하겠다.
04.2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