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서부장로교회
며칠 전 새벽이었습니다. 잠이 깨면서 문득 ‘브엘라해로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너무 분명해서 입으로 되뇌었습니다. 누운 상태로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일어나 성경을 찾아보니 창세기 16장 14절의 말씀이었습니다. 너무 놀랐습니다. 가끔 성경 구절이 생각나며 깰 때가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창세기 16장은 아브람과 사래, 하갈의 이야기입니다. 하갈은 이집트 여자로서 사래의 여종입니다. 출산하지 못했던 사래는 남편 아브람을 부추겨 하갈과 동침하게 합니다. 그런데, 하갈은 임신 후 여주인 사래를 모욕하고 멸시합니다. 사래는 이에 맞서 하갈을 학대합니다. 서로 갈등을 빚게 됩니다. 결국 하갈은 학대를 피해 도망을 합니다.
하갈이 광야로 피신하여 어느 샘 곁에 있을 때, 여호와의 사자가 찾아와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하갈아.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복종하라. 네 씨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 네가 아들을 낳을 것이니 이스마엘이라 하라.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니라.” 하갈은 감격하여 여호와의 이름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샘을 ‘브엘라해로이’라 칭하였습니다. “살아 계셔서 나를 지켜보시는 분의 우물”이라는 뜻입니다. 비천한 자기를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기념하여 지은 것입니다.
‘브엘라해로이’를 묵상하는 가운데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시는 주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목마른 나에게 “두려워하지 말라. 염려하지 말라” 하시며 성령의 생수를 마시게 하셨습니다. 은혜가 되었습니다. 마치 부끄러운 인생을 살았던 수가성 여인에게 먼저 말씀하시며 생수를 주시는 것 같아 감동이 되었습니다.
‘하갈’은 “도망치는 자. 떠돌이. 이방인”이라는 이름의 뜻이 있습니다. 우리 인생은 어쩌면 광야의 하갈과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으로, 이제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걱정할 것 없습니다. 지금도 살아계셔서 나를 바라보시며, 보살펴 주시는 ‘브엘라해로이’의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러므로 그 샘을 브엘라해로이라 불렀으며….”(창세기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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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