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한 달 전 즈음에 “함께 세워가는 교회”라는 에베소서의 말씀을 설교했다. 우리들은 원래 허물과 죄로 죽었고 육체의 욕심을 따라 각자 흩어진 존재들로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성도들이 구원의 모퉁이 돌이신 예수의 은혜로 부르심을 받았고,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함께 지어져 가고 있는 한 몸이요, 한 공동체임을 설교했다. 마지막 예를 들어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수백 개의 작은 퍼즐 조각들이 서로 각자의 위치에 붙어 있을 때, 한 폭의 은혜로운 예수님의 초상화를 이루는 퍼즐게임처럼 우리 모두가 자기 위치를 잘 지켜서 명품 같은 교회를 함께 세워가자고 힘차게 설교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는데 교우 한 분이 목사님 생신 축하해요! 작은 것이지만 퍼즐 설교가 생각이 나서 가져왔습니다. 오후 늦게 서야 생소한 기대감으로 퍼즐 박스를 개봉했다. 비닐봉지에 담긴 퍼즐 조각을 꺼내고 바닥에 있을 구성 지침서를 찾았으나 아무런 설명서가 없었다. 쏟아부은 500 피스 퍼즐들이 수북한 모습을 보니 마치 어린 시절 뒷마당에 무작위로 쌓아놓은 장작더미를 보는 듯했다. 박스에 부착된 베들레헴 마구간에 탄생한 아기 예수와 부모들, 목자와 동방박사들과 양과 소와 말 그림을 한동안 쳐다보면서 조립해 낼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조립 아이디어를 정해 봤다.
우선 박스 그림을 참고로 비슷한 색깔 조각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무작위로 맞춰 보기 시작했다. 이건 완전히 무대책이 대책이었다. 서울의 김서방 찾기보다 더 난감했다. 소 발에 쥐 잡는 게임이었다. 장님 문고리 잡기였다. 어쩌다가 두 조각이 한 퍼즐로 들어맞을 때 작은 쾌감이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짝이 있구나! 이 옆 조각은 어디에 있을까? 손톱만 한… 뿔뿔이 흩어진 조각들을 주목하면서 눈에 헤드라이트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몇 개 맞추지 못했는데 벌써 취침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목사의 휴일 월요일엔 조반 후에 온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퍼즐 맞추기에 전념하고 말았다. ‘야! 이거 작은 퍼즐이 나를 포로하고 있네!’ 속으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하루 2시간 이상은 소요하지 않는다. 그러면 지금이 7월 중순인데 12월 성탄절까지 완성이 될까 싶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그렇게 결심하고 언제 끝날 줄 모르는 퍼즐 게임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루 이틀 한두 주간이 속히 지나가 버렸다. 잡념은 사라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는 날이 여러 날이 흘렀다. 유튜브 보는 시간도 잊어버리고 퍼즐에만 붙어 있었다.
하루하루 조립하고 구성하면서 함께 지워져 가는 교회의 원리와 퍼즐 맞추는 원리가 흡사한 것을 발견했다.
우선 유사한 색깔대로 분류했다. 비슷한 나이별로 기초 조직을 세운다. 2) 유사해 보이는 블록들을 계속 상하좌우 거꾸로 바르게 맞춰 보았다. 처음 조직된 구성원들끼리 서로 만남과 교제를 시도하도록 했다. 3) 어느 정도 퍼즐 블록이 커지면 큰 블록과 매칭을 시도했다. 연합 구역 교제를 통해서 세대 통합 교제를 시도한다. 4) 제 눈에 안경처럼 자연스럽게 조립하지 못하고 조금 무리하게 끼어 맞춰 놓으면 반드시 부작용이 일어난다. 긴가민가한 교우들은 끝에 꼭 말썽을 부리는 현장과 흡사했다. 5) 아무리 작고 특징이 없어 보여도 한 조각이라도 없어지면 영원한 미완성이 된다. 온 몸 공동체에 한 사람이라도 함께 하지 않으면 온몸이 온전하지 못하는 영적 지체와 그대로 닮았다. 6)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반드시 완성의 날이 온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반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50%밖에 조립이 되지 않고 남은 퍼즐처럼… 평생을 섬겨온 목회 현장이 언제나 미완성 같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그리스도와 더불어 함께 세워져 완성되는 그날이 올 것을 확신하면서 남은 목회의 블록들을 맞춰나가야 하겠다. 지금도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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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