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사람의 마음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넓은 바다 같기도 하고 웅덩이 혹은 종지 같기도 하다. 나와 상관없는 일에 대해서는 넓은 바다같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지혜롭게 조언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하지만 나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일에는 사안을 객관화하기보다는 주관화하여 마음은 어느새 웅덩이에서 종지되어 버리는 것을 본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연륜이 무르익을수록 마음은 거기에 비례하여 더 넓어지고 깊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치기 어린 생각을 해본다. 어릴 때는 나이가 들면 인격도 품격이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한 적이 있었으나 지나온 삶을 통해 자신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관찰한 것은 자기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월의 흔적만 얼굴에 깊게 팰 뿐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습관적인 언행을 돌아볼 때 특히 마음에 패인 주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살아온 날이 길수록 다양한 경험에 노출되면서 쓴 뿌리를 가지게 되고 이것이 그때마다 잘 해소가 되지 않으면 그것은 마음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그것은 사물과 상황을 왜곡되고 일그러지게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서로 사랑하며 잘 지내던 두 사람이 어떤 일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상대방이 하는 모든 행동과 말에 불신의 여과장치를 장착하여 주름살 가득한 자의적 해석으로 상대방의 언행을 왜곡하며 판단하게 된다.
얼굴에 패인 주름은 요즘 보톡스나 여러 시술로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마음에 생긴 주름을 치료하는 것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에 생긴 주름을 인식하고 치료를 위한 결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간의 진실한 대화와 이해하려는 마음, 용서가 필요하다. 대화할 때는 서로를 비난하는 언행을 삼가고 상대를 존중하며 상대의 언행으로 인한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청자는 경청하며 잘 듣고 이해하는 마음을 말로 나타내며 서로를 용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대화할 수 없는 경우라면 마음의 주름을 가지게 한 그 일을 하나님 앞에서 용서를 선포하고 상대방에 대한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삶의 연륜이 깊어질수록 품격 있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마음의 상흔이 얼굴에 더 깊은 주름으로 나타나는 분들이 있다. 모두가 일생을 사는데 어떤 이는 이해하고 품으며 행복하게 사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마음의 가시로 상대방을 찌르며 불행하게 사는 분들이 있다.
계절이 순환하듯이 우리의 사고도 순환이 필요해 보인다. 봄에 돋아난 새싹은 여름에 짙은 녹음이 되고 가을에 결실을 보아 겨울에는 낙엽이 되듯이 마음에 묵은 쓴 뿌리들을 켜켜이 쌓아두지 말고 이제는 낙엽이 되어 훌훌 떨어지게 하면 어떨까? 그리고 내 마음에 봄이 오게 하자. 이 일은 누구도 해줄 수 없고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아브라함 링컨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 날마다 하나님 말씀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관계 안에서 가지게 된 마음의 주름을 제거하여 날이 바뀌고 해가 거듭될수록 넓은 바다 같은 품격 있는 얼굴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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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