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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의 꽃

허양희 사모 (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허양희 사모

(텍사스 오스틴 주님의교회)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의 일부를 옮겨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이 시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흔들리다’는 동사다. ‘흔든다’가 아니라 무엇인가에 의해 흔들리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피동사다. 사람들은 저마다 순탄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누구도 흔들리지 않고 평생을 사는 이는 아마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든 인생은 저마다의 역경을 통과하며 삶이 무르익어가는 것 같다. 결혼 서약할 때 대부분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 이 서약식을 할 때는 서로를 향한 이 마음이 영원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한 몸이 되는 과정은 그리 평탄하지는 않은 게 일반이다. 게다가 자녀까지 생기면 서로를 바라보며 챙겨주던 마음이 아이에게로 분산되며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의 언약은 위협받기 시작한다. 남편들은 아내에게 일 순위였던 자신의 지위가 자녀 다음으로 밀려난 기분에 언짢아하고, 아내들은 이런 남편의 태도가 야속하다고 불평하면서 티격태격한다. 서로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분주하게 살아오다 어느덧 중년의 시기를 맞게 되면 배우자의 습관적인 행동에 흠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며 미워지는 단계가 온다. 그러면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이해심 많고 너그럽던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말에 속상해하며 삐치고 뾰족한 언어로 심사를 흔들어버릴 때면 그런 모습이 낯선 아내들은 이해할 수 없어 마음으로 은근히 남편을 무시하게 되고 이것이 잦아지면 더 날카로운 송곳 같은 말로 남편의 자존심을 후벼파버리기를 반복하며 부부는 위기를 맞게 된다. 위기를 겪는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라고 본다. 서로의 이기적인 본성만을 강요하며 채워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자신도 충분히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불편하게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에 반응할 때는 서로를 비난하지 말고 상대를 존중하며 불편했던 사실을 말하고 그것이 나에게 끼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상대의 말과 행동으로 기분이 나빴던 일이 계속 생각이 난다면 그 이유를 떠올리고 그것을 검증하는 작업이 도움이 된다. 곧 그 이유가 합리적인 것인지, 내가 오해한 것은 아닌지,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는 없었는지 등을 다시 생각해 보면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순환시킬 수 있다. 모든 인생은 역경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한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 성도들과 동행하시며 훈련하시는 자애로운 하나님을 바라보며 가시밭 같은 결혼의 위기를 잘 이겨내었으면 좋겠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흔들리지 않고 아름답게 세워지는 가정은 없다. 갈등 속에서 회복의 꽃을 건강하게 피어가는 독자들의 가정이 되었으면 한다. yanghur@gmail.com 08.1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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