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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독후감 공모전 장려상- 꿈의 끝에서 만난 공허함,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향한 여정

이지은 사모 (뉴욕 그리스도 교회)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 - 타데우스 윌리암스

  이지은 사모 (뉴욕 그리스도 교회)

새벽 4시 반. 알람 소리가 두 번 쯤 울리면 나는 어김없이 일어나 온 집안이 잠든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만의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루 중 나만을 위한 유일한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사역에 바쁜 남편과 아직 어린 아들을 돌보며, 이민자로서 도움을 줄 어른 하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했다. 그런 나에게 새벽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얻기 위해 나는 언제나 잠을 줄이며 일어났다. 이 시간은 내가 책을 읽고, 공부하고, 운동하며 나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10년을 살아왔다.

2015년, 남편과 함께 미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만삭이었다. 두 개의 캐리어와 300만 원의 현금을 캐리어 깊숙이 넣고 막막한 이민자의 길을 시작했다. 남편은 작은 한인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사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베트남 쌀국수 한 그릇조차 마음 편히 사 먹을 수 없었던 그 시절, 나는 길에서 나는 갈비 냄새를 맡으며, ‘이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 말을 할 때쯤이면 우리도 저 갈비를 사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의 사례비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막막함과 두려움이 내 마음을 짓눌렀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 자신이 나아갈 길을 만들어가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은 나를 새벽 4시 반마다 침대에서 일으켜 세웠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 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책을 펼치고 영어를 공부하며, 대학원 입학 원서를 작성했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은 나를 위한 유일한 시간이었기에, 잠이 부족한 아기 수면 교육 시기 중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치열하게 노력했고, 2년 후 마침내 교육원 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사 자격증을 따 뉴욕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첫 출근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나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아이는 이제 곧 아홉 살이 되고, 남편은 담임 목사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야 했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 여유도 생겼고, 아는 사람들과 함께 갈비를 기꺼이 나눌 수 있을 만큼의 여건도 갖추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해야 할 일은 끝이 없었고, 그 끝없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는 여전히 분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속 피곤한 나를 보며 나는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오랫동안 하나님을 위해 일한다고 믿었다. 미국에서 이민 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의 아내로서, 교사로서 일하며 경제적으로 가정을 이바지하는 것이 남편의 목회를 돕는 길이고, 그렇기에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토록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왜 이리 힘들고 지칠까? 나는 왜 이토록 공허한가? 

처음에는 내가 직접 사역을 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신학교를 졸업했고 하나님의 은혜로 목회 안수까지 받았지만, 남편의 뒤에서 사모로만 지내며 나의 소명을 다하지 못해 그런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나는 2021년 여름, 미 육군 예비군 군목으로 임관해 내 사역을 시작했다. 세 달의 긴 훈련 후, 나는 교사 일과 병행하며 한 달에 한 번 한 주말과 이 주 여름 훈련 기간 동안 군인들의 영적 필요를 채워주며 그들의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을 찾도록 도왔다. 군목으로서의 역할은 분명 귀하고 큰 보람이었지만, 내 일상이 겹겹히 쌓인 해야 할 일들로 채워지면서 점점 더 지쳐갔다. 

이런 상황에서 우연히 읽게 된 타데우스 윌리암스의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는 내가 이민자로서 느꼈던 압박과 그로 인해 나 자신을 계속해서 채찍질해 온 이유를 명확하게 드러내 주었다. 돌아보면, 나는 미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았다. 나와 가족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더 큰 성취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민자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교사와 군목으로서 나는 그 모든 역할을 완벽히 해내고 싶었다. 이 강박은 나를 끝없이 몰아세웠고 나를 혹사시켰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주중에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아이를 돌보며 가정을 꾸렸다. 주말과 훈련 기간에는 군인들을 돌보고 남편의 사역도 도왔다. 완전히 탈진한 상태에도 몇 시간을 못 자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면서 나는 내가 하나님을 위해 일한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나의 자아 성취와 이민자로서의 성공을 목표로 달려왔음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윌리암스는 이 지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자아를 숭배하면 경외심을 잃고 공허해진다"는 그의 경고는 나를 강하게 흔들었다. 자아 성취에 몰두하면서 진정한 만족과 평안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민자로서 더 많은 성취를 통해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믿음은 나를 오히려 얽매고 있었다. 자아를 중심에 두고 무엇인가를 이루려 했기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지치고 공허했다. 특히나 윌리암스가 언급한 "변덕스러운 마음"에 대한 경고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의 마음은 끊임없이 더 큰 성취를 요구하며, 내가 이뤄낸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리게 했다. 나는 내 꿈을 이루면 만족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그 끝에는 공허함만이 남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운지 깨닫게 되었고, 그 마음이 나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마서 8장 5절에서는 "육신을 따르는 자는 육신의 일을, 영을 따르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하나니"라고 말한다. 나는 그동안 육신의 일, 즉 나의 성취와 성공에만 집중해왔다. 나의 모든 노력이 내가 이룰 성과와 나 자신을 증명하는 것에 몰두해 있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자아 성취의 목표에서 벗어나, 영적인 것을 추구하고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더 큰 목적을 바라보게 되었다.

윌리암스의 책은 나에게 진정한 자유와 평안이 자아 성취에 있지 않음을 일깨워 주었다. 나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왔지만, 그것이 나를 진정으로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윌리암스는 우리가 자아 중심적인 삶을 멈추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의 자유와 평안은 더 많은 성취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계획을 따르는 삶 속에서 비로소 찾아온다. 이제 나는 내 자아 성취를 위해 달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사모로서, 교사로서, 군목으로서의 모든 역할이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을 인정하며, 그분의 계획 속에서 나의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로 했다. 자아 성취는 나를 얽매고 있었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은 나에게 진정한 자유와 평안을 가져다 줄 것이다.

simplegianna@gmail.com

02.08.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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