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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는 감격

김경진 목사 (빌라델비아교회 은퇴목사)

 

한 목사님의 둘째 아들이 어릴 때 아토피성 피부병이 있었는데 웬 제약이 그렇게 많은지 육류만 아니라 앨러지 때문에 콩 종류도 먹지 못했다. 어느 날 땅콩버터가 붙은 과자를 먹고 크게 혼이 났었다. 그러니 내외가 얼마나 피곤한지. 전혀 안 먹이자니 몸이 허약할 것이고 먹이면 문제가 생기니. 그렇다고 식탁에 큰 아들도 있으니 둘째에게만 맞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식탁 준비가 힘이 들었다.

하루는 목사님 내외가 큰마음을 먹고 둘째를 데리고 햄버거 집에 가서 작은 햄버거 하나를 사 먹였다. 한 입, 두 입 베어 먹더니 갑자기 사모님을 보고 “엄마, 참 맛있다.”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꼬마는 햄버거나 양념이 된 고기 종류를 거의 먹지 못했기에 그 날 먹는 햄버거가 그렇게 맛이 있었던 것이다.

가슴이 찡했다. 우리는 햄버거가 크니 작으니 뭐가 들어갔느니 맛이 왜 이러냐? 하고 말하기는 쉬우나 한 입 베어 물며 참 맛있다, 감사하다 느끼며 먹은 적이 있었던가? 으레 당연한 듯 그렇게 먹고 마셨지 않는가. 병 없는 것도 감사하고 당당히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한 입 아니라 두 입을 베어 물면서도 감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물론 늘 그럴 수야 없지요 하시겠지만. 그렇다고 순간순간 감사의 순간 감격의 순간은 있었던가? 어떻게 하든 금년에는 물 한 잔 마시고도 감사하자.

revpeterk@hotmail.com

 

02.08.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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