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홍철 집사(런던 한인일링교회)
세계한인기독언론협회(회장 임승쾌 장로)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신앙도서 독후감공모전이 10회를 맞아 지난 12월 5일 시상식을 가졌다. 이날 시상식에서 매년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승철 목사는 “시간이 갈수록 매우 훌륭한 글들을 볼 수 있었다”며 수상자들을 치하했다. 본지에서는 2024년 수상자들의 작품을 게재하여 함께 은혜를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올해 여름, 아버지께서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이번 제 10회 신앙도서 독후감 모집에 참여해 보라고 권유하셨다. 나는 추천된 도서 7권 중에서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상훈 목사님의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과연 이 말 속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프롤로그에 있는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명쾌한 기도의 정의였다. 저자 최상훈 목사님은 기독교의 기도와 타종교의 기도를 비교하며 명확히 설명한다. 이슬람 신자나 불교 신자가 몇 년씩 매일 몇 시간씩 지극정성으로 자신이 원하는 그 무엇을 얻기 위해 “기도”하는 것과 달리, 기독교의 기도는 그 어떤 기복신앙적인 요구나 바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와의 더 깊은 친밀함과 관계를 위한 “영적인 연결”이라는 것이다. 고린도전서 6장17절에 나와 있듯, “주와 합한 자는 한 영이니라”를 묵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펼쳐지는 아프리카, 알라스카, 등 전 세계에서의 저자의 간증, 하나님 앞에 앉아 그 임재 가운데 보내는 그 시간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최목사님 부부의 삶에서 이 건강한 기도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인간이 “연결”을 갈망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지식이나 재미뿐 아니라, 저자와의 소통과 교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 같다. 영화나 컴퓨터 게임에서도 우리가 느끼는 그 재미와 감동들은 사실은 그 매체의 창작자들과의 소통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닐까?
왜 나는 닌텐도 게임을 좋아할까? 생각해 보면 단순히 게임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디자이너들의 세심한 배려와 창의성이 느껴져, 그들과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마리오와 젤다뿐만 아니라, “WarioWare”나 “리듬 천국” 같은 게임들도 그 속에 닌텐도 만의 특별한 감성이 깃들어 있다. 게임을 할 때마다 창작자들이 작은 디테일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상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마음과 연결되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애플 제품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단순히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맥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제공하는 일관된 경험에 감동을 받는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지는 섬세한 설계에서 애플의 철학과 사용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 애플 제품을 사용할 때마다 그것들을 디자인 한 애플 엔지니어들이 나와 소통하고 있다는 특별한 감각을 얻는다.
결국 이러한 경험들은 모두 인간이 본능적으로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단순히 어떤 제품이나 작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창작자나 디자이너의 마음을 느끼고, 그들과의 교감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을 창조하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와의 연결은 어떠할까? 히브리서 3장 4절은 “집마다 지은 이가 있으니 만물을 지으신 이는 하나님이시라”라고 말한다. 처음 유럽에서 과학이 발달했을 때에도 많은 기독교 과학자들 역시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면서 창조주와의 연결에 감동했고, 그로 인한 찬송 (doxology)을 찬송으로 남겼다. 우리 성도들도 모두 그렇지 않은가? 인생과 성경 말씀을 통해 알게 되는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를 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마음을 열고 소통할 때, 하나님 아버지와 연결하여 같이 파트너링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축복이다. 이 책의 저자의 말처럼, 하나님과의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기도의 큰 상급인 것이다.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의 주제는 최상훈 목사님의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어릴 때부터 쌓아온 기도를 필요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은혜로 부어주셨다.” 저자는 자신의 삶과 경험을 통해 이 진리를 증명해 나간다.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기도들이 성인이 되어 현재의 사역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나님의 축복으로 작용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최상훈 목사님은 기도의 소중함을 삶으로 살아내는 분이시다. “한 시간 기도하면 시험을 이기고, 두 시간 기도하면 능력이 임하고, 세 시간 기도하면 크게 쓰임 받는다”라는 표현은 기도의 능력을 경험하고 누리는 삶의 실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구성도 인상 깊었다. 프롤로그에서 기도의 정의를 명쾌하게 내리고, 그 후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 내용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독자로 하여금 더 쉽게 다가가게 했다. 기도에 대한 딱딱한 정의나 이론보다 이야기 형식을 통해 독자들이 더 오래 기억하고, 더 깊은 의미를 이해하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는 기도에 대한 최상훈 목사님의 많은 인사이트들이 녹아져 있다. 예를 들어 나는 통성기도의 파워를 체험한 이후 틈만 나면 기도하는 자들과 함께 통성기도를 자주 하려고 했지만 왜 그것이 중요한지 표현을 정확히 못하고 있었다. 최상훈 목사님은 묵상기도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먼저 통성기도를 훈련하는 이유로 다음을 말씀하신다: “소리가 열려 간절함을 쏟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묵상기도도 깊이 있게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또 이 책에서는 분명히 진짜 통성 기도와 그렇지 않은 통성기도를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진짜 통성기도는 인간의 “결의에 차서 비장하고 엄숙하게 소리만 지르는 그런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기쁨에 차서 믿음을 가지고 확신으로 부르짖는 기도”라는 것이다.
책에서 얻은 또 하나의 깨달음은 기도의 가치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었다. 우리는 서류는 서류함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지만,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 앞 금 제단에 올려진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금처럼 소중히 여기신다는 의미이며, 이 깨달음은 내게 더 열심히 기도하고 싶은 결단을 주었다.
저자는 오랜 선교와 목회 경험을 통해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일반 성도들이 기도의 은혜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과 습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도 통장” 제도를 통해 매일 꾸준히 기도하는 훈련을 할 때 하나님께서 새로운 비전을 주셨다는 그의 경험은 나에게 신선한 도전을 주었다. 또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감동으로 주시는 부분은 순종하되, 중간에 멈춰서는 안 된다. 끝까지 순종하면 반드시 축복이 뒤따라온다”는 가르침은 나로하여금 기도할 때 더욱 인내하며 순종하게 만든다.
현재 영국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올해 초부터는 하나님 은혜로 새벽기도를 시작해서 지금은 8-10명의 영국 교인들과 선교사들과 함께 월수금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기도하고 있다. 찬송가, 맥체인 말씀 묵상, 나라와 교회 부흥을 위한 통성기도로 새벽기도 모임을 인도하며 많은 은혜를 누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은 기도의 본질, 즉 하나님과의 연결과 친밀함이야말로 나의 새벽기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의 이 책 제목처럼 기도의 영원성과 그 참된 의미를 되새기며,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기도에 깨어 있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
01.01.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