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회자가 되기에는 약점이 너무 많은 목사입니다. 목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목소리입니다. 그래서 힘 있게 찬송을 하며, 설교를 들을 때 저절로 은혜가 되는 목소리를 가진 목사님들을 보면 부러움을 느낍니다. 나는 반주가 없으면 음정도 불안하고, 성대가 약하다 보니 조금만 소리 높여 통성으로 기도하고 나면 목이 잘 쉽니다. 나는 어렸을 때에는 먹는 것보다 안 먹는 음식이 더 많았을 정도로 편식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심방 가서 아무 음식이나 맛있게 잘 드시는 목사님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그리고 나는 속된 말로 “똥 손”입니다. 멀쩡한 것도 내 손에 들어오면 망가집니다. 그래서 손재주가 많아 교회 안에 고장 난 것을 손수 고치시는 목사님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나는 카리스마가 있고 추진력이 좋은 목사님들이 부럽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무슨 일을 할 때면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 천천히 일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해 봐도 이런 약점들을 지닌 내가 어떻게 목회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가 감사한 것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내가 약할 때 강함 주시는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 12:9-10).
하나님은 이렇게 약점이 많은 나를 목사로 부르셔서 나의 약한 것을 하나씩 은혜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먼저 식성을 바꾸어 주셨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못 먹는 음식이 없어졌습니다. 나는 카리스마도 없고 추진력도 약하지만, 대신에 하나님은 나에게 다른 이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에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의견을 분별해 낼 수 있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교회 일을 하다 보니 일을 빠르게 추진하지는 못하지만 대신에 분쟁도 없고 실수도 적어지게 됩니다. 나는 비록 ‘똥 손’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님은 나에게 교회 일을 하는 성도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심성을 주셨고, 동역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게 하셨습니다. 나는 찬양을 잘 인도하지는 못하지만 찬양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나의 약함을 채울 수 있는 찬양 사역자들을 항상 붙여주셨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보니, 설교를 마무리 할 때도 읽고 고치고 생각하고 고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주일 새벽이지만 대신에 나름 짜임새 있는 설교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돌아보면 나의 약함이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로 나의 강함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약점이 많은 목사입니다. 그래서 약한 나를 부르시고 은혜로 목회를 감당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나의 약한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없는 것을 바라보며 불평하고, 자신의 약함을 바라보며 탄식한다면, 그의 삶 속에는 기쁨도 없고 감사도 없게 됩니다. 그러면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비록 약하고 가진 것도 많지 않지만, 나의 약함으로 인해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고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며 사십시다. 그리하여 나의 약함을 강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크신 은총을 누리며 감사가 넘치는 복된 삶을 사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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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