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멕시코 국민들은 온갖 고초란 고초는 다 겪고 있다. 가뭄, 신종플루, 신종플루 여파로 닥친 관광산업 붕괴, 주요 수출품인 석유 매장량 고갈, 재정 위기 등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약밀매와 마약 때문에 벌어지는 끔찍한 범죄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인들은 여러 신들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죽음의 성녀는 그런 초자연적 존재들 중 하나일 뿐이다. 지난 20년 동안 멕시코의 살인 발생 건수는 꾸준히 감소했지만 마약 거래상들이 벌이는 범죄는 한결같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치안과 법질서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본 선량한 멕시코인들은 마피아와 멕시코 정부의 마약 전쟁에서 마피아가 승리한 게 아니냐며 대놓고 말할 정도다. 수 년 동안 멕시코정부가 마약 카르텔과의 전면전을 벌여도, 마약 제조나 밀매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바로 멕시코에서 유일하게 부자가 되는 방법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악마의 유혹이 깃들여져 있다. 따라서 멕시코에서 마약 갱이 되는 방법은 자신의 선택으로, 기존 마약 갱들의 협박으로 그리고 악령의 유혹으로 마약 카르텔의 일원이 된다. 크리스천 포스트(Christian Post) 지는 마약 카르텔의 일원이었다가 미국으로 도망을 나와 목회자가 된 전 마약 딜러와의 취재를 통해 악한 영의 조종을 받아 더욱 더 확산되고 있는 멕시코 마약 문제의 종교적인 원인을 보도한다(Mexican Drug Dealer Turned Evangelist: I Saw Satan in the Drugs).]
수감자 엘니뇨는 ‘범죄처벌시행센터’ 교도소에 들어온 지 꼬박 아홉 해 하고도 여섯 달이 흘렀다. 훌쩍 큰 키와 호리호리한 몸집에 천진하게 히죽거리는 표정을 보니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엘니뇨가 저지른 짓 때문에 누군가는 머리가 하얗게 셌을지도 모르지만. 일곱 살 때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엘니뇨는 스무 살 때 살인을 저지르고 여기 멕시코 북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언제 철창신세를 면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엘니뇨는 잘 풀리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내심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감옥에서 절대 소지할 수 없는 물건, 그러니까 들키면 형기가 수십 년 늘어날 물건을 몇 개 가지고 있는데 수호신이 보우하사 교도관들에게 들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말한다. “코앞에 있는데도 모릅디다.” 적들이 사방을 에워싸도 이 초자연적인 존재는 그를 굽어 살핀단다. 그러자 안토니오가 한마디 거든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모조리 내 이름을 잊어버리고, 멕시코 속담처럼 날 보고 짖어줄 개 한 마리 없는 사고무친 신세가 되어도 그분은 떠나지 않으신다고. 그분은 기적을 행하며 절망에 빠진 자들, 극악무도한 죄인들을 지키는 ‘산타 무에르테’, 즉 ‘죽음의 성녀’다.
멕시코시티 가톨릭대교구의 휴고 발데마르 대변인은 최근 “죽음의 성자”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파의 추종자들이 이른바 “성스러운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가톨릭 뿐 아니라 기독교 신자들과 교회들에게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죽음의 성자를 숭배하는 이 종파는 특히 마약밀매조직원들과 죄수, 전과자들 등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 있다.
그런데 최근 멕시코 군 당국이 이 종파를 사회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소로 판단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집회장소가 사실상 종교 활동 장소를 가장한 마약 등 범죄의 소굴로 판단해 집회 장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했다. 이에 이 종파는 자신들에 대한 탄압의 배후에 가톨릭이 있다고 주장하며 가톨릭에 대한 성스러운(?)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 종파는 주로 멕시코 북부 미국과의 국경지대를 통해 넓게 퍼져 있다. 이는 마약 조직이 지리적 특성상 마약의 주요 수요처인 미국과의 국경지대에서 활동한다는 점 때문이다. 죽음의 성자를 모시는 이 집단은 지난 6일, 멕시코시티대성당 주변에 몰려들어 자신들에 대한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가톨릭 측은 자신들이 군 당국을 사주했다는 그들의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가톨릭 측은 교리에 비추어 이 집단이 교리에서 벗어난 점을 신학적으로 판단하고 연구해 사이비 이단 종파로 규정했을 뿐이며, 군 당국은 군 당국대로 이 종파가 범죄조직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과 대다수의 종교적 정서와 동떨어진 신앙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측은 그러면서도 이 종파의 종교의식과 교리는 매우 미신적이고 악마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정통 가톨릭의 입장에서 볼 때는 신자들이 이 종파의 교리와 의식에 현혹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 중, 죽음의 성자를 신봉하는 집단은 공개적으로 변절자나 내부 고발자나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을 목을 베어 공개 처형한다. 목을 배어 처형하는 습관은 고대 아즈텍 문명에서 인신 공양의 수단으로 사용돼왔던 종교적인 의식이었다. 이처럼 죽음에 대한 숭배와 흑마술적인 요소들의 보급은 오랜 기간 동안 멕시코 사람들을 사로잡는 악한 영의 속박이자, 구속이다.
악한 영의 저주로, 마약업자들이 점차 사회 지도 계층에 편입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바로 멕시코 전체를 병들게 하는 또 다른 저주이다. 그만큼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라난 수많은 청소년들이 너무 쉽게 마약 조직에 가담해 살인을 저지르고 마약을 밀매하자, 멕시코는 어느새 콜롬비아를 제치고 코케인 수출(?)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멕시코 사회에서는 문화 및 사회분야에서는 마약업자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문화적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마약밀매는 이제 더 이상 정치권과 경제계만을 타락하게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 내부까지 깊숙이 파고 들어와 종교에서부터 패션 영역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약문화에는 그들만의 특이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포현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대중들의 인기를 구가하는 것이 바로 ‘마약 꼬리도’이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이런 노래를 한 번도 듣지 않았거나 이런 노래에 맞춰 춤을 춰보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악한 영의 유혹이 속삭거린다. 코케인을 팔아, 유명한 사람이 되라고…
결론으로, 종교적인 함수까지 내재된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은 단기간에 종결될 수 없다.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성전으로 미화하는 것처럼, 멕시코 마약 카르텔 단원들은 자신들의 마약 밀매와 살인을 포함한 폭력 행위가 바로 죽음의 성자에게 드리는 헌신이며, 인신공양이고 이를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위험함 세계관으로까지 발전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 국무부는 또 다시 멕시코로의 일체의 여행이나 선교를 금지시켰다.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나 살인은 더 높은 상급을 받는 ‘종교적 헌신’(?)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멕시코 현지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선교사들이나 단체들에 대한 중보기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청된다. 그리고 지역의 악한 영을 대적하는 차원에서의 선교 전략을 재정비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