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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소중한 것

손원배 목사 (임마누엘장로교회)

1975년 여름에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제2 가나안 농군학교에 입학한 적이 있습니다. 설립자이신 김용기 장로님이 아직 생존해 계시던 시절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특히 두 가지 교훈이 소중하게 남아있습니다. 하나는 식탁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의 즐거움입니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자녀교육에도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식사시간은 그냥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땀 흘려 일한 후 먹는 즐거움, 함께 먹는 기쁨, 감사하는 마음, 밥 한 톨도 아끼는 절약정신을 배우는 교육시간이었습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에게도 식탁은 단지 고픈 배를 채우는 자리만은 아니었습니다. 밥상에 둘러앉은 그곳에서 우리는 효와 예절을 배웠고, 가족을 느꼈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유대인들에게도 식탁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하나님의 택함을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온 가족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함께 먹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거침없이 가정들이 무너져가고 자녀들이 떠나가는 이 시대에 무너져가는 가족을 회복하려면, 가족이 함께 먹는 것을 회복해보세요. 가족이 식탁에 함께 앉아 먹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고 배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녀교육, 밥상교육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오늘날 우리가 자녀를 교육하는데 있어서 또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노동에 관한 것입니다. 요즘은 자녀들에게 설거지조차 안 시키는 부모들이 대다수이지만, 과거에 부모님들은 우리에게 노동을 가르치셨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꼴을 베고, 염소나 소를 먹이고, 동생을 돌보고, 온갖 심부름을 했습니다. 조금 더 크면 우리는 지게를 지고, 땔감을 하고, 어른들을 따라 논에 모내기도 하고 밭에서 풀을 매고 서툰 솜씨로 새끼줄을 꼬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가족애를 느꼈고 섬기는 기쁨을 맛보았고 노동이 힘들수록 열매도 많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한 노동을 통해 우리는 인내를 배우며 인격이 성숙해갔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노동을 천대하지만, 땀 흘려 일하는 것은 천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소중한 것입니다. 노동은 운동과 매우 비슷합니다. 힘이 들고 땀을 흘리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노동을 싫어하고 운동은 좋아할까요? 노동과 운동의 차이가 있다면, 노동은 돈을 받고 하고 운동은 돈을 내고 하는 차이밖에는 없는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운동은 돈을 쓰면서도 좋아하고 노동은 돈을 받는데도 싫어할까요? 운동은 스스로 좋아서 하기 때문에 기쁘고, 노동은 억지로 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한 가지가 그런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면, 간단한 ‘사고의 전환’만으로 우리의 삶에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자녀들에게 노동을 훈련합시다. 노동의 즐거움을 맛보게 합시다. 일의 열매를 보며 보람을 느끼게 합시다. 섬김을 통해 가족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게 합시다. 어려서부터 노동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갖게 합시다. 그의 생애에 기쁨과 감사가 넘치게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얻고, 하나님께 귀히 쓰임 받는 그릇이 될 것입니다.

아담이 타락한 후에 하나님께서는 노동을 명하셨습니다.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한 나무 실과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네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창3:17, 19).

이 형벌 안에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흙에서 땀 흘려 일함으로써 우리는 내가 창조주가 아니라 흙으로 지어진 피조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노동을 하면서 우리는 흐르는 땀과 함께 우리 안에 있는 죄의 불순물들을 씻어 내리며, 신앙과 인격적으로 성숙해가는 길을 걷습니다. 감사하며 기쁘게 일합시다. 일하는 기쁨을 자녀들에게 가르칩시다.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건강해지고 신앙도 건강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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