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하는교회 담임)
아직도 그날 장면이 또렷하다. 한국 시간 10시 27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TV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었다. 필자의 시선이 굴절되지 않고 TV 안으로 들어가 휘젓고 있었다.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결의가 엿보였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2024년 12월 3일(화)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화석이 될 것이다. 포고령전문 서문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게 된 이유와 중첩된다.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비상계엄 선포의 당위성과 서문의 단어 나열이 섬뜩하다. “북한, 공산세력, 약탈, 종북, 척결, 암약, 반국가세력, 체제전복, 위협,” 언어가 살아나 날 선 살인 무기로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 설명이 없다면 대한민국에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국회로 들어가는 군인들을 막아서는 시민과 국회 요원의 충돌이 TV 화면을 가득 메웠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아무리 궁리를 해도 전쟁 같은 비상사태는 아닌 것 같다. 반국가 세력의 정체는 누구이며,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한 규명도 없다. 헌법 학자가 아니더라도 헌법의 문맥과 현상을 비교, 대조, 대입해도 딱히 떨어지는 계엄의 사유가 눈에 띄지 않는다. 대통령도 이와 유사한 발언을 했다. 이번 계엄은 계몽령, 선거부정, 더불어민주당의 독주(탄핵, 특검, 예산안 단독처리, 야당 대표의 방탄)를 차단하기 위해서 계엄을 선포했다는 논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계엄사유가 헌법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계엄으로 끌어온것이 좌충수가 되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탄핵심판으로 국론이 반쪽으로 나뉘고 우파(보수) 역시 쪼개지고 투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뿐 만이 아니다. 교회 안에도 좌파(진보), 우파(보수)로 선을 긋고 목회자가 강단에서 시국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면 반대 영역에서 인터넷 SNS 광장을 이용해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최근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판단을 유보하고 기도하자”는 설교로 교회 홈페이지에 해명 글까지 올렸다. 필자가 속해 있는 목회자 단톡방에도 개인의 정치견해를 대중화하려는 것을 경계하는 눈초리가 매섭다. 탄핵과 맞물려 검증되지 않은 중국개입, 카톡 검열, 여론조사 통제 등 뉴스가 사실처럼 굳어지고 있다.
단언하건데 대한민국은 공산화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공산주의가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 게다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천만 신앙인이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진보(좌파) 정당이 정권을 잡아도 대한민국은 공산화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입증되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허태균 교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해 모든 사람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은 똑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 환상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했다.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때 나는 합리적이기 때문에 내 뜻을 따르는 것이 맞다는 전제로 시작해서 설득하려고 한다. 설득에 실패하면 갈등이 표면화되고 폄하하거나 격리시켜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 하지 않는다. 양극화 현상,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아픔이다. 앞으로 더이상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감옥에 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교회는 더욱 다양한 다양성의 다름을 품어야 할 것이다. 결국, 그 나라를 세우고(고전 3:6)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다.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영광이 그에게 세세에 있으리로다 아멘”(롬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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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