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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불 앞에서

이동진 목사 (성화장로교회)
이동진 목사

(성화장로교회)

 

시속 100마일은 엄청난 속도이다. 자동차도 100마일 이상 주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번 LA의 바람은 이 정도로 거셌다. 불은 인류에게 가장 따뜻한 친구였다. 그러나, 가끔 이번 산불은 강도처럼 돌변해 죽음의 혀를 널름거리며 다 집어삼켰다.

수많은 사람이 이 바람과 불 앞에서 졸지에 이재민(罹災民, 재해를 당한 사람)이 되었다. 수백만 달러짜리 집이 화마에 삼키어졌어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장 그 바람과 불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시간에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불쌍한 이재민 신세가 되었다. 이 바람과 불은 상당히 멀리까지 연기와 냄새가 되어 전파되면서 모든 시민들을 간접적 이재민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무서운 바람과 불 앞에서 사람들은 두려움의 감정과 함께 서로를 향한 자비심과 다른 형태의 이재민들을 향한 긍휼심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평소 무관심과 적대감 등으로 살아가던 이 사회 안에 다시 위로와 나눔의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바람과 불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재난인가, 재해인가? 아니면 재앙인가?

재난(災難)이나 재해(災害, disaster)는 ‘날씨 등 자연현상의 변화나 천재지변 또는 인위적인 사고로 인한 재산상 피해를 뜻한다’고 설명하는 사전적 정의와 함께 정부에서는 ‘국민의 신체 및 생명과 재산에 해를 입힐 수 있는 피해로써 태풍, 홍수, 폭우,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가뭄, 지진, 붕괴, 폭발, 환경오염사고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상태와 전염병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LA의 바람과 불은 어쩔 수 없는 재해, 재난이 맞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재앙(災殃)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 바람과 불의 재해 앞에서 우리는 성경에서 보았던 여러 재앙 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교회는 이번 재해를 보며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성도들이 현장에 발렌티어로 참여해 이재민 위로와 현장 복구를 위해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사랑의 실천에 교회의 또 앞장서고 있다. 언제나처럼 교회는 즉시 이와 같은 일에 희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람과 불은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처럼 인간으로서 막아낼 수 없는 큰 재해 앞에서 교회는 가장 신속하게 현장을 찾아가 희생적 사랑의 나눔과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교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재해를 재앙적 의미로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뉴스 영상은 이 재해를 재앙으로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하게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출애굽 전에 애굽에 연속으로 인한 10가지 재앙이 임한 현장과 다른 바 없을 정도이다. 그러면, 이번 몰아친 바람과 불이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저주라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재앙 같은 영상화면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해야 한다. 가진 자의 축복은 무엇이며 없는 자의 허기짐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교훈 그리고, 이 엄청난 자연재해 뒤에 숨겨진 하나님의 마음을 찾아내어야만 한다.

다른 종교기관도 심지어 이단들도 헌신적으로 자원봉사하며 구호활동을 하는 가운데 교회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명을 갖고 있는 교회의 손과 발은 현장으로 나가서 심하고 낙심한 마음들을 부둥켜안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함께 울어주어야 하지만, 허무하게 사라진 폐허와, 무너진 몸과 마음의 상처들을 치료하는 비법은 버림받은 것 같은 이 시간 속에서 찾아내는 참된 생명 가치에 있다.

재산과 추억의 시간은 돌이킬 수 없지만, 살아 있는 것들을 죽인 이 바람과 불이 변하여 인생을 시원케 해주는 바람,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불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하나뿐임을 기억하자.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 

djlee7777@gmail.com

 

01.18.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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