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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마음으로 산다는 건

신앙독후감 공모전 우수상 | 를 읽고

오래전 나는 인생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말로 표현하기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행여 누가 알아차리기라도 할까 은둔하며, 수치와 거절감으로 나는 더이상 이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새벽 공기 중에 떠 있는 안개처럼, 해가 뜨면 증발해 버리듯 나역시 그렇게 사라지길 원했었다. 때로는 내 마음의 공허함을 시간과 돈을 소비하며 채우기도 했었다.

내가 처했던 상황에 대한 해석과 대처방법을 알고싶었을때 나에게 큰 변화를 준건 나를 알아가는것과 나의 마음에 대한 공부였다. 수없이 많은 시간동안 갈피를 잡지못해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내 마음에 좋은 대로 결정하고 싶었다. 그때 나는 기적 처럼 지금의 목사님과 멘토에게 닿을수 있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때때로 내 곁에 보내주신 사람들이 거짓이라 부인하며 당장의 고통스러운 상황과 고통스러워 하는 나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었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의 연속과 사소한것들로 부터의 승리까지. 어두워 걷는것 조차 힘들었던 기나긴 터널 안에서 빛을 인식할 때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내 마음을 따를 용기가 아닌 내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를 내는 것, 읽는 동안 내 마음을 들킨것 같은 아찔함과, 때때로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

역사의 조류 속에서 인본주의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가는 삶이 가장 자연스럽고 나다운 삶이라고 말한다. 나의 감정이 이끄는대로 내 생각에 옳은 대로 사는 삶!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말이다. 여유롭고 근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도 강렬하고 화려한 삶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리를 속인다. 이 책의 저자 사디어스 윌리엄스 교수는 부패한 나의 마음을 따르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며 이러한 현상은 비신자들 뿐 아니라 신자들에게도 만연하다고 지적한다. 내 마음을 따라 사는 삶이 가장 나다운 삶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자아 숭배이며 그런 삶은 오히려 나다운 것과 멀어지는 길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애초부터 인간은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도취되어 살도록 지어지지 않았으며 타락한 내 마음은 반드시 나를 배신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에게 집중된 마음은 자연발생적으로, 나를 드러내고 내가 가진 것으로 누군가에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 마음이 확장되면, 명예와 권력에 가치를 두고 그것에 집중하는 불행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저자의 말 처럼 행복을 내 밖에서 찾기에 급급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늘 시선을 두고, 마음과 귀를 열어놓았다. 내 눈에 보기 아름다운 것들로 나를 포장하고, 적당히 숨길 건 숨겨가며 완벽한 삶을 꿈꿨다. 하나님의 마음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따르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따금씩 내 마음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느낄 때면, 하나님 마음이 자리할 곳 없는 내 마음을 그저 허망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환경과 사람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알지 못해 가정과 직장, 교회에서 나에게 허락하신 리더나 멘토들이 주는 조언을 꼰대들의 지적이라 여기며 가볍게 넘겨버릴 때도 있었다. 그렇다. 나는 혼자만의 성을 쌓고 있었다. 내 기준이라는 벽돌을 단단하게 만들어 내 고집과 욕심이라는 시멘트를 발라 떨어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쌓아 올리고, 율법이라는 강한 지짓대로 받쳐가며 지켜온 바벨탑을 무너트리시기까지 인내하시고 마음 아파하셨을 하나님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그저 감사할 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의 마음을 따르는 행위 이전에 나의 마음은 이미 존재적으로 부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때가 있었다. 신앙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내 안에 내주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 답답할 때가 많았다. 오랜 세월 내 마음대로 보고, 듣고, 행했던 생활 패턴은 학습된 상태로 남아 나의 마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우지 않으면 언제든 쉽게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내 모습에 절망했다. 절망할수록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며 감정과 생각이 나를 끌고가는걸 허락했다.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으면 물질을 허비하는 것에 몰두했다. 공포 영화나 숏츠, 막장 드라마나 욕설을 내뿜는 음악을 들으며 잠시잠깐이 주는 쾌락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다. 누군가에게 비판 받으면 화를 내면서도 비판을 하는 입장이 되면 거침없이 날선 말들을 뱉어냈다. 내가 편하게 느끼는 모임과 장소를 고집하기도 했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상처를 주는 삶이 반복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 시대에 낙오자로 남아야하는가? 뒤쳐진 자 라는 낙인은 누구에게 보상 받아야 하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내 마음에 집중할수록 나는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구분 하려했다. 나의 안전을 위해 실력을 키우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 200%의 에너지를 쏟아붓기도 했다. 도저히 내 능력으로 되어지지 않는 것에는 다른 사람을 탓하기도 했다. 정체성을 비난하며 이 모든 원인은 나의 불우한 환경이라 비관하며 합리화 하기도 했다. 더 높은 강도의 비난, 원망이 큰 산이 되어 넘을수 없을 땐 하나님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날, 몬스테라 라는 식물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수중재배가 가능했던 몬스테라는 수많은 뿌리를 내리며 자라 났고, 돌보는데 시간과 정성을 들이며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자연과 생명을 지닌 것들에 조금씩 시선이 갔다. 저자는 말했다 경외심을 갖는다는 건 나보다 더 큰것을 접할 때 즉, 하나님과 자연을 만날 때라고. 

담임 목사님께서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누구에게나 몇 번의 중요한 만남이 있으며 그 중 가장 중요한 만남은 나 자신을 만나는 것과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성령의 조명하심으로 내가 죄인 임을 알게 되는 순간, 진짜 나와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후로 감사하게도 성령님이 깨닫게 하시는대로 내가 철저히 부패되 었음을 알아차리고, 내 안에 선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인정하는 은혜를 누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부패한 마음의 기본값을 가지고 어떻게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살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때때로 순간의 쾌락이 영원할 것이라는 거짓에 속는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나를 포장하고 과장된 나를 진짜 나라고 믿는 어리석음에 빠진다. 하루에도 수십 번 파도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나의 감정과 생각의 충돌을 발견한다. 그러다 잠시 일어났던 복잡한 생각들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나 뛸듯이 기뻤던 찰나의 감정, 오래 전 누군가를 향한 미움이 희미하게 느껴질 때면, ‘그래.. 이렇게 쉴새 없이 변하는 내 마음에 따라 선택하는 것은 완벽할 수없지.’ 속으로 되뇌이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내 안에는 그분의 숨결이 있고, 그분의 마음이 있다. 나의 생각과 감정은 말씀으로 영의 지배를 받아야하고, 의지는 하나님의 성품으로 지배를 받아야 한다.’ 는 것이다.

수치심은 나를 열심히 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수치심은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는걸 깨달았다.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넘을 수 없는 나의 한계를 만나 깨어지는 경험들은 나의 마음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사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런 삶이 얼마나 용기 있는 삶이고 가치 있는 삶인지 깨닫는다. 감추어진 보석 처럼 찾아내기 어렵긴 하지만 하나님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있다. 형통하고 잘되는 사람은 자기 내면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 안에 답이 없음을 알고, 기도와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형통하다. 하나님께로 달려가 내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고백하며 그분의 도우심을 구하는 어린 아이 같은 믿음. 내가 묵상 중에 알게 된 하나님은 부분적이며 나는 결코 하나님을 완전히 알 수 없다는 겸손한 믿음. 나 또한 하나님 앞에 그런 사람이길.. 내 삶이 그분으로 인해 형통하길 원한다.

독후감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 동안 설레고 행복했다. 그런데 막상 마감을 앞두고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된다고 생각하니 망설여졌다. 교회 북클럽에서 독후감 연습을 여러 번 했음에도 뭔가 부족함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마도 더 잘쓰고 싶은 마음이 앞섰나보다. ’하나님, 이번 독후감 공모를 계기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어요. 그 글들을 모아 책도 한 권 내고 싶어요’ 라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고백하고 나니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겼다.

나 자신과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에 끝이 없듯이 내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 또한 단번에 생기는 것이 아님을 이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마음을 내어야 한다. 용기를 내어야 한다. 나의 기본값, 즉 죄인 임을 마음 속에 새기고, 다른 사람들 또한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주 기억하며 내 감정과 생각이 고개 드는 순간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포하며 내 마음을 덮어버리는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도하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것. 갈라디아서 2장 20절 처럼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음을 선포할수 있는 용기!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나도 그런 용기를 만났다. 당신도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를 낼수 있다고 응원해주신 저자 사디어스 윌리엄스와 독후감 공모의 길을 열어주신 세계한인기독언론협회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01.2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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