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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남기는 순례자

김요섭 목사 (열매교회)
김요섭 목사

열매교회

현재 로스엔젤레스 역사상 가장 최악의 동시다발적 산불로 인해서 많은 피해가 나고 있습니다. 1월 11일까지 안타깝게도 16명의 사망자와 1만 2천채의 집이 전소되거나 파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연일 전세계의 미디어에서 LA의 산불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고, 뉴스를 들은 지인들로부터 전화나 쇼셜네트워크로 안부의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화마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안전하다는 대답과 함께 염려와 걱정에 감사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이튼 산불 지역에 살고 있는 한인 이민자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에서는 편치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이민자에게 있어서 집은 자신이 이민와서 일군 전부일 수가 있고, 지난 이민 생활의 깊은 추억이 든 처소일 수가 있습니다. 부촌 지역인 팰리세이드 산불로 인해서 대피령을 받은 성도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성도님은 대피령을 받고 집에서 무엇을 챙겨서 나와야 할지 고민하였다고 합니다. 자동차에 아무리 가득 실어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라는 생각에 고민하다가 귀중품들과 함께 사진첩만 들고 나왔다고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해서 저장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찍어 놓았던 사진들이 불타서 재로 남게 되면 자신의 지난 추억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고민 끝에 사진첩들을 챙겨서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는 잊고 싶은 추억이 있고,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내게 깊은 고통을 가져다 준 사람, 내게 심한 피해를 가져다 준 일, 내게 끔직한 상처를 입힌 사건, 내게 도움을 준 사람, 내게 성공을 가져다 준 일, 내게 소망을 품게 한 사건 등이 있습니다.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잊고 싶은 추억이든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든 우리는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 있습니다. 나는 잊었지만 누군가는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추억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잊고 있지만 나는 그 사람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추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마음 속에 추억이라는 것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아주 오랜만에 어릴 적 친구를 만나게 되면 우리는 친구에 대한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는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생각이나 마음이나 삶 속에 기억되고 추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기억 속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의 기억 속에, 친구는 친구의 기억 속에, 성도는 성도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잊고 싶은 추억의 사람이 아니라 기억되고 간직 되어지는 사람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내 삶의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성도는 하나님이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걸어가는 삶의 발자국,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을 하나님은 기억하고 계십니다. 엄청난 화마를 목도하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 속에 남겨진 추억, 남겨질 추억이 잊혀지기를 원하고 있는지, 아니면 기억되고 남아 있기를 바라는지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고, 점검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나로부터 예수의 흔적을 보고, 예수의 흔적을 기억하고, 예수의 흔적을 추억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라도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칭찬을 듣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하나의 추억을 남기며 살아가는 믿음의 순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yosupbois@gmail.com

 

01.18.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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