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목사
오늘(6일) 새벽부터 새해 2025년을 위한 특별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나이 탓에 쉽지 않지만 “그래도 새해를 위한 특별새벽기도는 드려야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새벽기도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듣는 중에 제 마음으로 "나는 천수답이다"라는 말씀이 다가왔습니다.
"나는 천수답이다."
저는 농사하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시며 평생 농사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렇게 농사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야말로 하늘을 하늘같이 여기시며 농사에 전념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새벽기도 첫날 말씀을 듣는 제게 다가왔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힘쓰고 애를 태워도 하늘이 돕지 않으면 길이 없단다...”
아버지의 이 말씀 한 마디 때문에 제가 예수를 믿고 나서 그 엄하고 엄하셨던 아버지께 감히 입을 열어 "그러니까 하나님을 믿으셔야지요."라고 전도랍시고 말씀을 처음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제 아버지는 순 한문으로 된 성경을 구해다 달라고 부탁하셨고, 제가 구해다 드린 성경을 읽으시고 그렇게 고집스럽게 가지고 계시던 상투를 자르시고 교회를 나오셨습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저는 저의 아버지가 가지고 계시던 논 가운데 "천수답"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 특별새벽기도 첫날에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천수답은 하늘에서 소나기같이 비를 내려주지 않으면 모를 낼 수 없고,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천수답은 말만 논이지 하늘이 비를 내려주지 않으면 논 구실을 못하는 논입니다. 그래서 하늘이 비를 내려주기만을 학수고대하는 논, 하늘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논,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천수답입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바로 이 천수답이 제게 기억나면서 그 천수답이 바로 "나 자신"으로 오버랩 되어 다가왔습니다.
"그렇다. 나는 천수답이다. 천수답에 소나기가 쏟아져야 논의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새해에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부어주셔야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제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아무리 그럴듯하게 여겨질지라도, 천수답이 논의 모양새를 갖고 있지만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기까지 제 가치를 드러낼 수 없듯이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부어주시지 않으시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요 무슨 일도 할 수 없으리라."
하나님은 새해 첫날 말씀묵상을 통해서 믿음이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셨는데 이 새벽에는 제가 천수답이라고,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주 절실하게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천수답이라고 다가오셨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이 은혜에 잠겨있는 제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으로 다가오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자로서 너희를 권하노니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이르시되 내가 은혜 베풀 때에 너에게 듣고 구원의 날에 너를 도왔다 하셨으니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고후 6:1-2)."
01.18.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