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델비아교회 은퇴목사)
골프를 좋아하는 분인데 그렇게 골프를 좋아하지만, 문제는 장타를 치고 나면 공이 어디 떨어졌는지 몰라 자주 잃어버린다. 잃어버린 공을 찾다 보면 뒤에서 따라오는 팀들이 신경이 쓰여 도무지 골프를 마음 놓고 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프로 샵에 가서 자신의 골프를 도와줄 캐디를 한 명 구했다. 단지 조건은 골프공을 잘 볼 수 있는 캐디여야 했다. 그렇잖으면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다음 날 샵에서 구해준 캐디와 함께 나서며 당신 정말 공을 잘 보는가? 했더니 독수리처럼 본다고 했다. 1번 홀에서 쳤는데 캐디가 있어서 그랬는지 또 장타였다. 멀리 가는 것을 보고 잘 봤는가 하고 물었더니 "잘 봤습니다" 하는 것 아닌가. 근처쯤 가서 공이 어디 있는가? 하고 묻는데 그 역시 헤매고 있었다. 독수리처럼 잘 봤다면서? 하고 따져 묻자 보긴 잘 봤는데 어딘지 잊어버렸다고 했다.
만든 이야기 같은 데 우습기도 하나 슬프기도 했다. 슬픈 것은 우리 모습 때문이다. 교회에서 말씀 듣고 은혜받았다면서, 성경 읽고 할렐루야 아멘 하며 말씀대로 살겠다면서 어떤 상황에 부닥치다 보면 아무렇게나 살 때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누군지를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 모습이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보기는 봤으나 잊어버린다면…. 은혜는 받았으나 실생활에 효과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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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