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평강교회 담임)
목회를 하면서 ‘이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 하는 일들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주일이었습니다. 성도들은 예배와 친교를 다 마치고, 오후에 구역예배를 드리기 위해 구역마다 각 가정에서 모였습니다. 나는 곧 있을 부흥성회 포스터를 몇 군데 한인 마켓과 식당에 붙이기 위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연세가 좀 있으신 권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우리 구역예배를 다 마쳤는데, 우리 집으로 오셔서 저녁 식사 함께 하세요.”
“권사님, 지금 제가 부흥성회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구역식구끼리 식사를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전화가 끝이 났습니다.
그 다음 날 그 구역에 속한 다른 권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제가 어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어서 확인 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목사님, 어제 혹시 오후에 골프 치고 있어서 저녁 식사에 못 온다고 말씀하셨어요?”
“권사님, 그것이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 구역예배를 마치고 목사님께 전화 드린 분이 통화를 끊으면서 목사님은 지금 골프 치고 있어서 못 온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지만, 속에서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올라왔습니다. ‘아니 어떻게 포스터를 붙인다는 말을 골프를 친다는 말로 들을 수가 있지.’ 도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 일이 일어난 그 당시는 내가 40대 중반이었습니다. 365일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를 인도하며, 밤늦게까지 심방하며 모든 행정까지도 혼자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게다가 나는 지금까지 주일에는 골프는 물론 볼링이나 테니스 같은 운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막을 길이 없었습니다.
요즈음 내 아내와 가끔 투닥투닥 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내는 말했다고 하는데, 나는 못 들었다고 하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아내는 저렇게 들었다고 하는 겁니다. 둘 다 청력이 약해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전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일이 지금은 ‘그 때 그 권사님도 그렇게 잘 못 들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상식 밖의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40대에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60대가 되어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내 나이 80대가 되면 이해가 될 수 있겠구나. 그리고 80대에 이해될 수 있는 일이라면, 지금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구나.”
에베소서 4장 2절에서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교회라는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다른 주장과 다른 의견들로 인해 다툼이 생기고, 서로 다른 관점과 다른 가치관과 다른 우선순위와 일을 해 나가는 방식이 다름으로 인해 갈등이 일어날 때, 한 번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면 서로 용납하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이것은 죄를 용납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연약한 죄인임을 인정하고 서로에 대하여 마음을 넓혀야 한다는 말입니다.
고린도교회는 바울이 제2차 전도여행 중에 개척한 후에 무려 일 년 육 개월을 머물며 그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친 교회입니다(행 18:11).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린도교회는 여러 분파로 나뉘어 분쟁하였고 세속화 되었을뿐만 아니라, 바울의 사도권을 부인하고 대적하는 무리들로 인해 바울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준 교회입니다. 바울은 그런 성도들에게 “너희를 향하여 우리의 입이 열리고 우리의 마음이 넓어졌으니… 너희도 마음을 넓히라”(고후 6:11-13)고 권면을 합니다. 바울은 그런 고린도교회 성도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쓴 편지를 보내주었고 마침내 서로가 마음을 열고 받아주게 됩니다. 우리가 바울의 권면대로 서로를 향해 입을 열어 축복하고 기도하며, 마음을 넓게 열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서로 용납하게 된다면 사랑으로 하나 되는 아름다운 믿음의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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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