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MC 사무총장, Ph.D)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라는 길거리 현수막을 붙였다가 호된 꾸중을 듣고 내린 일이 최근 한국에서 있었다. 중앙일보 문소영 문화전문기자의 “‘서장훈식 위로’ 왜 떴을까… ‘청년비하’ 야(野)가 되새길 때”라는 오피니언을 읽으며 우리 교회를 생각나게 한다. 청년들을 비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잘못했다며 야당에서 내린 길거리 현수막이라니까 마음을 많이 상하게 하였나 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반응이 있다는 것을 보며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청년들을 향하여 있고, 그 청년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2018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에서 저자 백세희는 기분부전장애 상태를 솔직하게 말함으로 청년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지난 해에도 ‘꿈은 모르겠고 돈이나 잘 벌고 싶어’라는 자기계발서는 고시원 생활 탈출이란 목표를 여러 개의 부업을 하며 달성하는 청년의 경험담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 해도 괜찮아’라는 위로를 주는 두 가지 양상이 있는데 하나가 김제동이라는 토크쇼 진행자가 말하는 것과 서장훈이라는 농구선수 출신의 말로 대변된다고 할 수 있다. 김제동은 “주위에서 취업 압박이 들어오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 괴롭다”는 청년에게 “아무것도 안하면 사람이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입니까? (…) 그렇게 있으면 돼, 괜찮아. (…) 뭘 하려면, 뭘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든가. 젊은 친구들한테 왜 취직 안 하냐고 묻지 마세요. 그러려면 자기들이 즉각 즉각 취직이 잘 되는 사회를 만들어 놓든가.”라고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당신은 존재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으니 인생을 즐기라고 하였다. 그런데 서장훈은 뭔가를 이루려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노력과 고통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김제동식의 위로는 얘기를 들으면 바로 위로받아 공감되고 통쾌한 감정이 들 수 있으나 서장훈식의 얘기를 들으면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더 위축되고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두 반응은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틀리다고 바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위로가 좋은 위로로 받아들여 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성경은 우는 자와 함께 울라고 말하는 공감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구원의 은혜는 기본적으로 값을 치루지 않고 받은 것이다. 적극적인 공감은 기독인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또한 개미에게서 배우라고 말하고, 추수하기 위하여 눈물로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추수할 것을 말하고 있으며, 일하지 않은 사람은 먹을 자격도 없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에 어떤 해결점을 발견하여야 하는가? 많은 경우에 세상은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열광하고 시대에 따라 그 열광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렇게 세상은 입을 크게 벌리는 사람들을 영웅시하고 치우치며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덕을 쉽게 잃어버린다. 사람들은 치우치는 사람들에게 열광하고 치우치는 의견에 더욱 동조하고 그 인기를 위해 심지어 거짓이라 하더라도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청년들을 붙잡기 위해서 교회는 이런 섣부른 주장과 위로의 말을 하기 전에 그들을 이해하고 대화를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많은 방황하는 청년들을 만나서 대화의 장을 열기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이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너무나 다르기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다름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일을 일단 멈춰 달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들의 관점을 들어보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청은 공감의 시작이다. 그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자세를 바꿔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개방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너무나 빨리 변하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의 홍수 가운데 헤매고 있다. 모든 정보를 다 알 수도 없을뿐더러 변화하는 관점들을 이해할 수도 없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데 부지런하고 열린 마음으로 변화하는 관점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대 간 차이를 좁혀 나갈 수 있고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기성세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향해 의도적인 접근을 위한 태도가 중요하다.
공통의 관심사를 발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성세대의 노력이 있다면 젊은이들과 공통된 관심사나 취미를 찾아내어 대화의 시작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들은 인권의 이슈, 공정성, 또한 환경문제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있다. 그렇다고 높은 이상을 위해 자신들을 희생하는 헌신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모습이 많다. 젊은이들은 모든 부분에 재미와 함께 연결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기성세대는 이런 모습에서 진정한 헌신의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단정하지 말고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내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답을 바로 주기 전에 질문부터 하라. 기성세대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인생의 더 많은 기간을 살아보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답을 주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답을 주기 전에 상대방의 생각과 경험을 듣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관심있는 질문을 하고 생각을 들어줄 때 대화의 문이 열린다. 열린 마음으로 주의 깊게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일상적인 언어와 스타일에 맞는 대화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공손한 언어 스타일인지 직설적인 언어를 선호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스타일을 사용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들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고 그에 따라 예의와 존중을 표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보통 언어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비언어적인 표정, 몸짓 등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언어 톤과 어조를 사용하는 것도 대화를 깊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는 대화가 장기적인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더욱 젊은이들에게는 가짜나 인위적인 언어적 표현이 대화의 문을 닫게 하는 장벽이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도 그렇게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감정의 공유가 없이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진솔한 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기대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금기시해온 기성세대에게는 젊은이들과의 대화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하지 않은 솔직한 감정 표현은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더욱 가깝게 만들 수 있다.
모든 대화는 유연성을 가지고 계획된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라. 대화 중에 유연하게 자세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라의 정상들이 모인 국제적인 외교 테이블에서나 대화의 내용을 제한하고 모든 주제를 정하고 만날 수 있지만 모든 대화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유념하고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주제를 바꾸거나 대화의 방향을 조정하여 대화 중단을 막아야 할 것이다.
발전적이며 생산적인 대화는 갈등을 봉합하며 태어난다. 모든 관계는 갈등이 전혀 없이 만들어지지 않고, 그렇게 지속되지 않는다. 갈등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건전한 비판은 지혜롭게 생산적으로 해야 한다. 동의할 수 없는 관점이나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에 비판해야만 한다면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비판을 바로 하는 것은 참으로 조심하여야 할 일이다. 그러나 비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상대방이 개인적으로 공격받는다고 생각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성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주관적인 견해를 피하고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말해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여 모호하게 오해할 만하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상대방을 격려하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상대방의 강점과 성과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선 방안의 제시가 없는 비판은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 확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언어와 톤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격적인 언어나 톤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을 최대한 존중하는 단어의 선택과 낮은 톤의 대화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개인적인 특성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상대방 개인과 문제를 동일시 하지 말고 분리하여 말해야 한다. 상대방의 가치나 정체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비판을 받는 것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젊은 세대와의 대화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은 오해하고 있거나 비판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세대 차이는 당연히 있는 것이고 그런 갈등을 통해서 역사는 변화해 왔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비판을 잘 수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하여야 한다. 먼저 감정을 조절하고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 공격적인 언어나 비꼬는 듯한 언어는 화를 나게 하지만 곧장 반응하지 말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 비판의 핵심 메시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켜 개선의 기회가 되게 해야 한다. 상황에 맞는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을 공격적으로 반격하지 말고 대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화를 끊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비판이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무심하게 나왔을 수도 있음을 알고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중재자를 활용하여 중립적인 분위기에서 대화를 진행할 수도 있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진정한 위로를 주기 위해서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어떤 방법으로건 상관없이 젊은 세대가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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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