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의 선교

조용중 선교사

 (KWMC 사무총장, Ph.D)

“전쟁이 속히 종식되고 평화가 오도록 기도하고, 우크라이나가 크게 손해 보지 않는 협약이 이루어지도록, 전쟁 이후 부상자들을 위한 병원들이 세워지고, 병원에 원목제도가 만들어져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만들어지도록” 기도하여 달라는 우크라이나 선교사의 보고를 들었다. 우크라이나에서 30년 이상을 섬기고 있는 정** 선교사가 교회를 방문하고 선교 동역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이런 기도의 제목을 주고 떠났다. 지금도 방공 사이렌이 지속적으로 울리는 전장에서 사역하다 잠시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귀국한 선교사의 보고는 수없이 들려오는 사건 사고의 소식들에 거의 묻혀져 가는 참혹한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뀌어 가는 지금 현재 지구촌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 튀르키예, 아프카니스탄, 모로코에서 일어난 지진 피해, 리비아의 홍수, 수단의 내분 등,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인도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위기로 인하여 발생된 난민 문제는 극히 심각한 상황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와 인프라 파괴는 긴급 구호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지역 갈등과 인권 침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제적 긴장으로 인한 위기를 더욱 키워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선교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선교사는 현장의 소식을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인도적 위기의 심각성은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소수의 사람이 아니고는 절실하게 느낄 수 없다. 그리고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잠시 동안은 공감할 수 있지만, 지속성이 많이 약화된다. 그렇기에 선교사들이 현장을 정확하게 그리고 편파적이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능한대로 객관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은 일방적인 러시아의 침공으로 일어난 사건이지만, 소수의 친 러시아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잘못이며, 서방세계의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발생 현황과 사상자들의 숫자, 피해 상황 설명 등을 통계와 사진과 이야기들을 통하여 전한다면 더 구체적이고 감동적인 보고가 될 것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런 통계들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이런 자료들을 참고하여 객관적인 설명과 선교사가 직접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포함된다면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더욱 효과적인 홍보가 될 것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수단은 지난 4월 15일부 터 9월 12일까지 내분으로 인하여 530만명 이상 국내, 국외로 실향민이 생겼으며,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4000명이 넘었고, 1749명이 영양실조와 홍역으로 사망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특별히 수단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우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수단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선교사라면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선교사는 특정 지역이나 사건에 초점을 맞춘 사례 연구를 제공하는 학자의 역할도 감당할 필요가 있다. 선교사는 객관적인 지역연구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조선이 서방 세계에 알려진 것도 초기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들 그리고 초기 선교사들에 의한 소개가 많았다. 한국을 외국에 알린 중요한 최초의 영문잡지 Korean Repository는 선교사 올링거에 의해 1892년 시작되고 자녀들을 잃은 슬픔으로 조선을 떠난 그를 대신하여 1895년에 헐버트에 의해 지속되어 해외에 선교사역과 조선을 알리는 역할을 감당하였다. 재정난으로 폐간이 된 후 1901년에는 Korea Review를 발행하여 조선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일조하였다. 헐버트는 “한글과 견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는 한글 찬양 글을 남겼다. 한글의 간편성과 표음의 우수성이 조선을 발전시킬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고 여기고 한글의 띄어쓰기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사제지간으로 만난 주시경이 한글 학자로 성장하도록 큰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선교사는 한 지역의 전문가가 되어 정당하고 긍정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선한 영향력을 끼칠 필요가 있다. 물론 현대사회는 너무나 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미디어의 발달로 인하여 선교사가 접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그렇기에 더욱 선교사는 현장의 바른 소식을 잘 전할 필요가 큰 것이다.

선교사는 홍보대사와 전문가 이상의 일도 감당해야 한다. 현지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모든 선교사들에게는 현지인들에 대한 사랑으로 인하여 객관적이 되기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교사는 사건 사고의 당사자인 현지인들이 느끼기 어려운 주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이 주시는 위로와 장래에 대한 소망을 나누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전쟁은 갑작스러운 난민들을 만들어냈다. 국내에 남아 전장을 지키는 남편과 아들들을 두고 떠나야하는 한 많은 여인들과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이웃 국가들과 서방 세계의 큰 짐으로 떠맡겨졌다. 그러나 타의에 의해 출국한 선교사들은 이웃 나라들 에서 난민들과 함께 그 아픔을 나누고 있다. 선교사들은 그동안 함께 해왔던 남아있는 현지 동역자들을 통하여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가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돕고 있으며, 더해서 유럽의 여러 나라로 흩어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전쟁 이후의 주님이 이루실 일들을 기대하며 기도하고 준비하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정교회와 우크라이나정교회의 강한 영향력 가운데서 전도에 어려움을 경험하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정교회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막상 어려움에 빠진 그들을 돕는 사람들은 개신교회와 선교사들인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이 기회가 우크라아니인들에게 진정한 복음이 전파될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이다. 또한 디아스포라로 흩어진 우크라이나 성도들이 유럽에 진정한 복음을 전하는 하나님의 메신저가 될 것을 기대하며 디아스포라 우크라이나인 교회들이 세워져 가도록 돕는 것은 선교사의 큰 책임이며 특권이라고 할 것이다. 

이제는 난민들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에 있는 현지 동역자들을 통해서 진정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어야 할 때이다. 전쟁이 발발하고 초기에 관심을 가지고 도왔던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전쟁의 포화 가운데 소망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스도만이 답이라고 전하며, 그 사랑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할 때인 것이다. 겨울이 다가온다.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옷들이며, 따뜻한 마음으로 전하는 음식들이 너무나 반가운 선물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수입되어온 커피믹스를 아주 좋아한다는 얘기를 전하는 선교사의 말 속에서 전쟁 가운데서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의 관심과 지원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느낀다. 미국에서 한국에서 옷가지를 모아 보내주는 것도,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구호품을 보내주는 것도, 전쟁 가운데도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중단했던 건축을 지속하는 일도 필요한 것을 알게 된다. 너무나 위험한 전쟁터에 들어가는 위험부담으로 중단되었던 단기봉사팀도 꼭 와 달라는 선교사의 요청을 모른 체하기에는 전쟁 가운데 남아있는 선교사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선교사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을 도와야 한다. 지역사회의 회복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선에서 일했던 선교사들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 교회 개척뿐 아니라 일반 교육과 의료 발전 등 모든 분야에서 도왔다. 그러나 일본의 신사참배 강요와 태평양전쟁 발발로 인하여 대부분 선교사는 조선을 떠나게 되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선교사들은 한국의 재건을 위하여 많은 분야에서 도움을 주었다. 선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으나 기독교학교 설립으로 근대교육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감당하였고, 특히 의료분야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인도적 위기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분야에서 민족의 장래 기틀을 놓을 수 있는 전략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선교사들이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많은 뉴스거리가 몰려든다. 주체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주위에 가득하다. 우리가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보자. 이 시간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묻고 내가 있는 곳에서 응답하도록 하자. 그리스도의 평화가 속히 열방에 선포되기를 위해 기도하자.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이 속히 끝나서 더 많은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기도하자. 이스라엘 안에 있는 모든 기독교인 숫자보다 더 많은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자. 그들의 고통도 함께 느껴지는 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평화를 선포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 얼마나 아픈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계실까 생각해 본다. 전쟁에서 이김으로 악인을 심판하려고 하는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의로움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인도적 위기 가운데 나는 어떤 선교적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스스로 의롭다고 모슬렘 침략자들을 처치하는데 마음을 함께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놀란다. 수많은 시민이 함께 죽어가고 있는데도 선교사로서 그들의 아픔을 돌보지 못하고 있는 나약함과 무관심에 놀란다. 예수님은 어떻게 하실 것인지 묻지도 않고 판단하고 동조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우리의 일상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dr.yongcho@gmail.com

 

12.02.2023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