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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선교의 선순환 (virtuous cycle) (22)

선교의 위기대응
조용중 선교사

 (KWMC 사무총장, Ph.D)

 

며칠 전 서울의 이태원 골목길에서 156명이 사망한 안타까운 압사 사고가 있었다. 토요일에 열린 할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이 10만명이 넘어 평소보다 더 복잡하고 그냥 밀려다닐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나는 이 소식을 국제모임에 참석하고 있던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들었다. 인도네시아는 몇 달 전에 축구장에서 유사한 압사 사고가 있었다.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던 사람들을 제압하기 위해 경찰이 최류가스를 발사한 것을 피해 도망가던 사람들이 압사한 사건이었다. 그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약간은 저개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고 치부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이태원 사태는 요즈음 여러 분야에서 앞서간다고 하는 한국의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한국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사태 수습을 하고 있는데 이 위기가 국가적으로 다양한 면에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선교계에서도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위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선교의 위기대응은 다양하고 적절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다양한 위기대응의 필요는 위기가 어떤 방식으로 오는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교의 위기는 선교사의 생애 주기 별로 찾아오는 예상할 수 있는 위기와 예측할 수 없이 불쑥 찾아오는 불특정 위기로 나눌 수 있다. 위기 대응은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하고 거기에 맞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선교 역사 가운데 나타난 것들은 예상할 수 있는 위기마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더 큰 문제로 만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선교사의 생애를 통해 만날 위기들은 선제적으로 잘 준비하여 대응하여야 한다. 선교사를 중심으로 생각할 때 선교사의 정서적 변화로 나타나는 위기에 대비하여야 한다. 선교사로의 부름과 헌신부터 시작되는 정서적 변화는 선교지 파송과 적응 기간을 통하여 심하게 나타나는데 많은 스트레스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으로 나타난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한다고 나서지만 정든 교회와 친척 아비집을 떠나야 하는 결단의 시간들은 큰 스트레스로 나타난다. 선교사로 부름받았다는 감격이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목을 붙잡는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 하나는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도피하는 것 같은 죄송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선교비를 모금해야 하는 일은 큰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이에 적합한 준비가 필요하다. 선교사들을 위한 적절한 안내와 선교비 모금과 관련한 바른 재정관 정립은 선교사로서 아주 중요한 내용이다.

또한 선교지에 도착하면서부터 은퇴하는 기간 동안 나타나는 정서적 변화이다. 선교사들은 파송을 받고 선교지에 도착하고 적응하는 과정 가운데 문화충격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때로는 2년여에 걸쳐 쉽지 않은 문화충격 기간을 지나게 되는데 이 문화충격을 잘 극복하도록 많은 훈련과 도움이 필요하다. 문화충격을 잘 이겨낸 사람과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 많은 차이가 나타나는데 선교사역 성공의 여부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선교사가 안식년이나 본국 사역을 가지게 될 때 재입국 충격을 만나게 되는 시기에는 교회와 선교 단체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할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교사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시간인 디브리핑과 필요한 상담이나 코칭이 꼭 필요하다. 또한 물리적인 분야에서 준비된 선교관들이나 안정되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그 기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개별적인 발전의 기회들에 대한 안내와 도움이 필요하다. 

선교사가 선교지에 익숙하여질 때는 교만과 태만, 안일함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시기가 오히려 선교를 더 크게 망칠 수 있는 위험한 때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책무성을 가질 수 있는 관계와 구조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잘 지나지 못하면 교만하고 아집이 강한 독불장군 선교사를 만들기도 하고, 아예 선교를 포기하게되는 사건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책무성을 확실하게 하고 도울 수 있는 바른 선교 단체들이다. 선교 단체들은 선교사 개인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이나 권역의 대표들을 통하여 바른 선교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선교사들 역시 중년의 위기 같은 과정을 지나게 되는데 이 때에 좋은 멘토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생산적이고 정당한 평가를 해 줄 수 있는 선배나 단체가 필요하고, 선교사역과 삶을 돌아보고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멘토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 선교사들에게는 이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잘 조직화되지 않는다. 여러 단체들에서 이런 구조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성공적으로 되는 한국단체들이 드물다. 오히려 작은 단체들 가운데 선배, 후배의 끈끈한 정으로 되어지는 경우가 있다. 한국인의 문화 가운데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요소가 “정”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기능을 조직화하려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문화적 접근으로 선후배 간에 자연스러운 멘토, 멘티의 관계를 추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할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와 순간순간 주시는 지혜로 감당하여야 한다. 한국인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불확실성에 대해 대처하는 융통성이 비교적 크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인들에 비하여 불확실성을 더 잘 받아들이고 임기응변에 강하다. 이 점은 급변하는 시대에 적합한 융통성과 적응력을 뛰어나게 하여 최근 한국의 발전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본다. 그런데 준비성이 부족하거나, 기초가 약한 점이나, 꾸준하지 못한 부분은 단점으로 작용 한다.

건강에 관련한 위기이다. 일반적인 선교사 삶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질병에 노출된 선교사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질병, 풍토병 등 직접적으로 선교사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얻게 되는 질병만이 아니라, 선교사라고 하는 헌신적인 삶이 가져다주는 기타 질병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과학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선교사이기 때문에 더 많은 질병을 가지게 된 것인지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대한 것은 확신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선교사가 만일 본국에 살았다면 더욱 쉽게 발견되거나 치료받을 수 있는 질병도 더 심화되어 고생하는 경우를 보게된다. 그렇기에 건강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한국의 의료보험제도가 발달하여 선교사 건강증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주 출신의 선교사들은 그 혜택을 잘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한국의 기독의료인들과 의료기관들이 잘 협력하여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선교의 국제적 협력이 이루어질 것을 대비하여 국적을 뛰어넘는 의료협력이 될 수 있도록 더 좋은 방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요즈음 팬데믹으로 인하여 증가추세에 있는 원격의료서비스는 선교사들에게는 큰 희망이다. 한국기독의료인들이 각 선교지에 있는 선교사들의 건강 상태를 돌봐주고, 현지인들의 의료관련 질문에도 응대하는 카톡방이 아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도 고무되는 일이다. 이런 전문영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선교사들이 많은데 조직적인 운영이 된다면 더욱 유용할 것이다.

긴급의료서비스를 위한 에어앰블란스는 중요한 요소이다. 서구선교단체나 국제기구들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팬데믹 기간동안 한국선교사들도 현지에서 긴급한 상황에 15번에 걸쳐 에어앰블런스를 동원하여 한국으로 후송하였다. 이런 일은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십시일반으로 감당하여 이루어진 일이다. 생명을 구한 경우도 있고, 긴급후송으로도 생명을 살리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런 일들을 대비하기 위하여서는 에어앰블런스를 사용할 수 있는 보험이 있지만 한국단체들의 경우 미리 보험을 들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없다. 그것은 처음부터 선교비 모금 목표액이 적기 때문에 아예 그런 비용을 포함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의료적 대책을 위하여 선교 단체들이 합하여 KWMA (한국세계선교협의회)를 통하여 단체여행자보험을 들고 있지만 일반적인 작은 사고들은 포함하지만 에어앰블란스는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위해서는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데 한국 교회에서 선교사들을 위한 단체지원이 이루어져 에어앰블란스를 포함할 수 있는 기금이 마련된다고 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함께 가지고 온다” 

가장 어렵고 많이 일어나는 것은 선교사역 가운데에 만나게 되는 사고나 전쟁이나 비상 상황으로 인한 위기이다. 한국교회는 아프카니스탄에서 두 사람의 단기 봉사팀을 잃고 심한 충격에 빠진 경험이 있다. 한국 기독교 역사에 미디어를 통해 온 나라에 반기독교 정서를 가장 크게 하였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큰일이었다. 단기 의료봉사를 하러 가던 팀을 납치하고 그 가운데 두 사람을 죽였던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모든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봉사를 위해 찾아간 한국 기독교인들의 잘못으로 낙인찍혀 교회는 죄인의 모습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기간이었다. 이것을 통해 교회와 선교계가 배워야 할 점이 너무나 많지만 이런 일들이 언제라도 일어날 가능성을 두고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먼저는 이런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 대응 전문인력을 준비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 교계에서는 이 사태 이후 한국위기관리재단을 만들고 선교계와 교계에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섬기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할 것이나,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여 실질적인 일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능을 더 활성화하여야 할 것이다. 미주교회는 지역적으로 넓고 미국이라는 문화적 특성이 개인주의적인 연유로 인하여 한 곳에 집중하여 이런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센터나 인력을 배치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교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몇개의 지역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함께 가지고 찾아온다.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배울 수 있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가 잊혀져 가지 않고 겸손히 내일을 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dr.yongcho@gmail.com

11.1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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