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MC 사무총장, Ph.D)
나이가 들어가면 사람들은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늙어가는 것과 넓어가는 것이다. 하나는 옹고집이 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더 많이 깊이 품어줄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은 역량이 커질 수 있다. 애덤 그랜트는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워라. 무언가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당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 선교사들이 그런 자세를 가지고 현장에 임해야 하고 현지인들을 대해야 한다. 현지인들로부터 끊임없이 무언가 배울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면 선교의 방향이 잘못되고 있다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새로운 선교지에 들어가서는 언어가 안되고 문화를 모르기 때문에 모든 촉각은 배울 자세로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주위에 점점 익숙하여지고 이제 나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할 때에 자만심과 교만은 웅크리고 있던 기지개를 펴고 나타나게 된다. 이때가 위험한 때이다. 처음부터 그런 자세를 가지고 들어가는 선교사라면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배울 자세를 가지고 선교에 임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흐트러지고 시험에 빠지게 되는 것을 많이 경험하게된다. 한국 선교는 비교적 역사는 짧지만, 사전에 잘 준비하지 못하였음에도 선교지에서 뛰어난 열정과 임기응변에 능한 장점으로 많은 일들을 감당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외부환경의 급변하는 시대에는 더욱 잘 대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생애주기의 변화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서는 선교사 자신을 돌아보는 것 뿐 아니라 교회는 선교사들의 생애주기에 맞춘 돌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선교사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배워야 한다. 똑똑한 성공의 경험을 가진 선교사 나 그런 경험을 가진 교회일수록 돌아봐야 할 때이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고정관념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기 믿음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데 더 애를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시 생각하기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2009년 여름 기준으로 미국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블랙베리였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사용되었던 것인데 5년 후에는 시장점유율이 1 퍼센트 미만으로 추락하였다. 그런 이유는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회사의 공동창업자이며 기술 및 제품과 관련한 모든 결정을 책임지고 있던 마이크 라자리디스가 다시 생각하는 것이 서툴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블랙베리라는 당대 최고의 제품을 만든 과학자였지만 2007년 첫 번째 아이폰이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을 때에도 과거의 성공에 사로잡혀 새로운 생각을 접어버린 확신자의 자세를 고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몇 번의 기회가 왔을 때 다시 생각하기를 하지 않고 고집스러운 과거에 집착함으로 블랙베리는 화려한 과거가 되어버렸다. 혹시 우리들은 부흥을 경험했던 과거에 메어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짐으로 새로운 시대를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철저한 돌아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선교지에서 30년 동안 이루어 놓은 열매가 앞으로 30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필립 테틀록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할 때 흔히 전혀 다른 세 사람의 사고방식 속으로 빠져든다고 하였다. 세 직업은 신학자, 검사, 정치가인데 자신이 성스럽게 여기는 믿음이 위험해질 때 자기의 이상을 보호하고 드높이기 위해 신학자가 되어 설교를 하고, 다른 사람의 논리에서 오류를 발견하면 검사가 되어 자신이 옳고 상대가 틀렸다는 것을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할 때는 정치인이 되어 지지를 받기 위해 정치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이 과연 옳은지 생각해보는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지고 자기가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만 바라보거나 소망편향(desirability bias)을 가지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우를 범한다. 무엇보다 자신은 객관적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는 편향을 가지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런 편향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과학자의 자세를 가지면 열린 마음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활발하게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며, 자기가 틀렸을 수도 있는 이유를 찾아내고 자기가 배운 것을 근거로 해서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고치게 된다는 것이다.
애덤 그랜트의 제안을 우리가 교회와 선교에 있어서 이런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살펴본다면 유익이 있을 것이다. 개인 차원으로 다시 생각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처럼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설교하거나 조목조목 따져서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그들을 정치적으로 대하려는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새롭게 형성되는 견해를 하나의 예감이나 가설로 생각하고 이것을 데이터로 검증할 것을 말한다.
우리들의 의견과 충돌하는 정보를 찾아 우리들과 맞지 않은 의견들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선교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나를 따르는 사람들만으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방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제도적으로 일정한 교리나 조직에 메어 있는 개인이나 단체들은 교류의 폭을 넓히는 것이 아주 중요할 것이다. 선교단체에서는 다른 의견을 발표하고 자유롭게 토의할 수 있는 틈이 있는지, 아니면 조금도 다른 것을 허용할 수 없이 경직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신학교의 교수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성장한 동문 출신들 만이 있다면 비판적인 사고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한국의 유명 학교들이 동종교배 퇴화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동문만을 고집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선교단체도 다른 단체들의 아이디어들을 듣고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다른 단체들끼리 함께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배울 수 있는 자유로운 열린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 (KWMA) 와 미주에서는 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 (KWMC) 가 그런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경직된 조직이 아니라 자유롭게 서로를 알아가고 돕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이미 다가온 선교적 도전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다시 생각하기에서 애덤 그랜트는 설득력 있는 경청의 기술을 연마하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데는 자기가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런 것을 가장 잘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발언 대비 질문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왜 그런 견해를 가지게 되었는지 이유를 묻기보다는 자기 견해를 현실적으로 만들 방법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라고 제안한다. 또한 어떤 증거가 당신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 물어보며 상대방의 용어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살펴보라고 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해서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면 상대방이 스스로 믿음을 평가하도록 돕고, 다른 시대나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다면 그 믿음과 다른 믿음을 갖게 되지 않았을지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점들을 선교사와 사역자들이 개인전도에 적용한다면 아주 귀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기독인들은 진리를 소유한 사람으로서 불신자들을 만나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내가 알고 가지고 있는 진리를 바로 나누고자 하는 열정이 많은 경우 오히려 대화를 막아버리고 강압적으로 들리거나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는 것을 보게 된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하게 보인다.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 선교 대응
고정관념 벗고 다시 생각하는 습관
그랜트는 상대방과 의견 불일치는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지만 공통점을 인정하고 논쟁은 전쟁이 아니라 춤과 같이 생각하고 기꺼이 협상할 수 있는 상대임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방은 방어적으로 되기 때문에 주장하는 여러 개의 이유나 근거를 가지고 대응하지 말고 가장 강력한 논점 몇 가지만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상대방에게 선택의 자유를 강화해주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다른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서 저항하는 게 아니라 자기 행동이 상대방에게 통제된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려고 저항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믿고 결정할 것인지는 자신의 몫임을 상대방에게 상기시켜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서로의 대화에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대화 자체에 대한 대화를 하고 감정적으로 나갈 때는 자기 감정에 대해 논평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자신이 이해하는 내용을 검증하는 협상 전문가처럼 때로는 자신이 느끼는 실망과 좌절을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이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지 물음으로써 대화를 풀어나가도록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선교단체들이 모인 협의회에서 다른 단체들과 관계적 어려움을 가지고, 이슈의 중심에 자주 서 있던 단체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 협의회에서 탈퇴하고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다. 몇 교단에서는 심지어 이단 논란이 있었고, 교류 금지 집단으로 정해질 만큼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서로가 전쟁이 아니라 춤을 추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단체에서는 자신들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다시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자주 교회에서나 개인 사이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생산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회피하여 덮어두거나 피해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언젠가 문제가 터질 때에는 더욱 큰 피해를 가져오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선교사가 자신의 현재를 철저하게 돌아보고 래디컬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만들어질 때에 새 시대의 선교가 가능할 것이다. 교회가 부수적인 사역 가운데 하나가 아닌 교회 본질의 인식으로 선교를 다시 생각할 때에 교회는 거듭나게 될 것이다. 선교단체가 선교사 개인과 모든 조직 변화에 대한 혁명적 발상의 가능성을 열고 돌아볼 때에 새로운 선교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선교를 다시 생각하는 평생 학습 공동체로 바뀌어 나갈 때에 한국선교를 직면하는 것은 마음을 후벼 파는 것 같은 아픈 일이겠지만 필요할 뿐 아니라 마땅히 되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될 때 참으로 많은 열매가 있는 내일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우리 한국교회만이 아니라 모든 우주적 교회의 눈이 뜨일 때 밝은 내일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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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