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대학원 음악과장, 학생처장
심리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요 기독교 상담 분야의 별이라고 인칭 된 레리 크렙(Larry Crabb 1944-2021) 이 쓴 “영적 가면을 벗어라.” 마지막 장을 보면 그가 피부암으로 극심한 통증을 겪던 가운데 고백하는 고통스러운 치유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가 60대 초반에 피부암 진단을 받고 어깨와 등에 항암 연고를 바르는 치료를 받는과정에 발견한 이야기입니다. 항암 연고를 바른 어느 주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병원을 갔습니다. 의사의 소견은 “그 고통은 항암치료제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 고통이 심하겠지만 정상입니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그는 두 가지 이유를 그가 발견하며 계속된 고통의 치료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첫째는, 피부에 암이 퍼져 있는 곳에 잠깐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 앞으로 길고 치명적인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과 두 번째는 피부에 암 덩어리가 모두 다 타버리면 그 밑에 아기의 살과 같이 새살이 돋아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속에 있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나쁜 것을 불태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2024 성탄의 계절, 대강절 절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대강절은 대체로 메시아 즉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의미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것뿐 아니라, 메시아의 탄생을 기다렸던 그 마음으로 다시 심판 주로 오실 메시아를 고대하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우리는 바로 인지해야 합니다.
이 시즌에 레리 크렙이 겪었던 교훈을 비유 삼아 필자는 미국의 교회 음악 작곡가 바바라 클라크(Barbara Clarke, 가 만든 안템 “구속의 계획(Redemption’s Plan)”을 소개하며 대강절의 참 교훈을 되새겨보려 합니다.
이 안템은 이사야 40장 3-5절” 외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언덕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아니한 곳이 평탄하게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나고 모든 육체가 그것을 함께 보리라 이는 여호와의 입이 말씀하셨느니라” 을 중심으로 가사가 전개되어 대강절의 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사야서는 전체 66장 가운데 후반부가 시작되는 부분으로 전반부에 펼쳐졌던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한 경고와 재앙 등을 나타내고 이어 40장부터는 이들에게 내릴 회복과 하나님의 축복에 대해 예언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템 가사의 중심이 된 3-5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 생활을 끝내고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갈 때 하나님께서 그들 앞에서 인도하실 것에 대한 예언이며 아울러 요한이 그리스도의 영원한 구속 사역을 위해 준비한 예언이기도 합니다 (요1; 23)
본문에서 골짜기, 산, 고르지 아니한 곳, 험한 곳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 안에서 이사야 선지자가 회복을 이루는 과정에서의 고통의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것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궁극적으로 하나님 사랑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것을 소재 삼아 작곡자 바바라는 이 안템을 음악으로 표현할 때 기다림의 단조와 소망의 빛에 장조를 조합하여 대강절의 의미를 잘 나타내려 했습니다. 특히 가사에서 주는 몇 개의 문장들이 오늘의 대강절에 간직해야 할 큰 교훈을 부여합니다. “동정녀 마리아의 몸을 빌려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작은 마구간의 구유, 그리고 작은 손 안에 큰 권능.” 탄생의 신비 속에 아주 보잘것없는 모습들을 말입니다. 이 안에 기억해야 할 큰 교훈은 하나님의 놀라운 역설의 사랑, 그리고 이것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본질적인 사랑을 발견하고 이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지켜야 할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C.S. 루이스 (Clive Staples Lewis 1898-1963)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드신 주된 목적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사랑하려는 데 있는 것보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심으로써 우리를 그의 사랑이 아주 기쁘게 머물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시려는 데 있다” 라고 이야기하며 본질적인 사랑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랑하실 수 있는 존재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대강절 시즌을 지내며 레리 크렘이 경험했던 새살이 돋아나는 진정한 회복을 경험한 교훈을 통해 우리 자신의 진정한 회복을 기대합니다. 거기에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또 깊은 진리를 발견해야 할 것은 내가 하나님을 사랑해서 회복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셔서 그의 사랑 안에 머물게 만드신다는 것입니다. 이 깊은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마구간의 구유에서 나타난 위대한 사랑과 작은 손안에 나타나는 큰 권능의 진실을 바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그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지속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요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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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