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겸손, 분별력, 담대함–
큰 믿음 상실의 시대
한 담임목사님이 계셨다. 그는 부 교역자 중 한 명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 부목사는 장래 비전이 뚜렷해 보였고, 교회와 성도들에게 큰 축복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담임목사님은 이 부목사를 후임으로 세우고 싶었지만, 교단 법규상 부목사가 곧바로 담임이 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담임목사님은 부목사를 일본으로 유학 겸 목회 연수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이유 들이 꽤 있었지만, 그중에 한 가지가 귀에 들어왔다. 일본 문화의 독특한 특성을 말씀한 것이다. 일본의 문화는 작은 것, 세밀한 것, 축소 지향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목사는 그곳에 적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담대함과 큰 믿음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이는 차후 담임목회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선대의 큰 믿음과 담대함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교회는 위축된 모습으로 변해갔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이라는 환경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선대의 믿음의 어른들이 탄식하며 한숨짓게 만드는, 모든 것에 있어서 신앙의 담대함을 잃어버린 세대가 된 형태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연말과 연초를 맞이하며, 이런 탄식의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어렵다" "힘들다"는 위로의 말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앞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는 담대한 믿음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새해는 단순히 또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새로운 기회를 주신 것이다. 새해를 주신 이유는 소망 가운데 믿음으로 아름다운 역사를 이루라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성경 속 많은 메시지 역시 이를 강조한다.
새해, 새로운 삶의 기회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까? 예레미야애가 3장 22-23절 말씀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준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하나님의 은혜는 매일 새롭다는 것이다. 우리의 과거 실패나 고통에 상관없이 하나님은 매일 새로운 기회를 주시는 분이시다. 이는 곧 최고의 소망이 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망이 있음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우리를 힘들게 할 때가 많다. “아는 것이 병이다”라는 말이 있다. 꼭 그렇지는 않겠고 유익한 면도 많을 것이지만, 많은 정보를 접하며 그로 말미암아 스트레스를 받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심지어 믿음에 장애를 느낄 수도 있다면 무엇인가 결단이 필요하리라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믿음을 통과하는 앎이다. 이 세상에서는 1+1=2라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정답이 옳다. 그러나 하나님께는 1+1=100도 가능하다. 하나님은 불가능이 없으신 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마음대로 하옵소서
믿음이 좋은 사람은 기도할 때 따지지 않는다. 자신이 아는 것으로 하나님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님 마음대로 하시옵소서. 종이 순종하겠나이다”라는 자세를 가진다. 그러나 오늘날 세상의 지식이 늘어갈수록 믿음은 왜소해지고 가난해지는 경우가 많다. 안 된다, 못 한다, 할 수 없다는 최면에 빠지며 부정적인 논리에 매몰되기 쉽다. 부정적인 마음을 버리고 긍정의 믿음을 가져야 한다.
한국의 연세대학교를 세운 언더우드 선교사의 증손자인 한원광 박사의 인터뷰를 기억한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엄살이 심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국에 있던 33년 동안 매년 경제가 어렵다는 불평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어렵다는 시기에도 한국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지금 잘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잘될 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엄살이 아니라 믿음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며, 부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에 젖어 있다.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염려에 사로잡히고 자신감을 잃어버리며 쉽게 좌절한다. 그러나 걱정을 멈추고 더 좋은 데 에너지를 쓰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일, 영적인 관점
무엇이든 영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영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성경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성경 속 골리앗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그는 하나님과 그의 백성을 조롱하고 참소했다.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백성들은 자기 하나님을 모욕하는 일들앞에서도, 두렵고 떠는 것 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왜?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니, 절로 육신이 떨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영적인 관점으로 전환해 보면, 전혀 조건이 맞지 않음에도 떨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 한 사람을 통해 이스라엘이 승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세상 모든 일들이 영적인 것이고, 영적인 싸움임을 알게 된다. 실제, 골리앗과의 전쟁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전쟁이 아니라 영적인 싸움이었다. 이 문제를 영적으로 가져왔더니, 그 큰 위기가 다윗이라는 믿음의 영웅이 출현하는 기회가 되어버렸다. 영적인 눈을 가진 사람, 믿음의 사람에게는 큰 위기조차도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의 기회가 될수 있음을 배운다.
기도와 겸손의 자세
영적인 관점의 전환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단순하다. 말씀을 기억하고 은혜를 기억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다리며 기도했던 사람들은 언제나 응답을 받았다. 하나님의 사람에게는 기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말씀이 분명했다. 또한 기도와 말씀의 사람, 하나님의 사람은 겸손히 하나님앞에 복종한다.
꿈과 비전을 주셨다고 해서 모든 것이 갑자기 완벽히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나님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그래서 결코 교만과 오만의 자리에 서지 않는다. 하나님이 싫어하시고 버리실만한 위치를 찾고 구하지 않는다. 환경에 자신을 기투하지 않는다. 환경이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결코 위축된 믿음으로 살지 않는다. 당당하고 담대하다.
겸손에서 나오는 분별력
겸손함에서 분별력과 담대함이 나온다. 하나님의 사람은 겸손하기에 힘을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분별력은 단순한 지혜를 넘어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원칙이다. 힘을 과시하거나 남용하는 대신, 적절한 시점에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예를 들어, 올림픽 금메달을 딴 유도 선수가 동네 깡패를 만나도 굳이 실력을 뽐내거나 싸움을 걸지 않는다. 이 선수는 자신이 동네 깡패와 경쟁할 필요가 없음을 알고, 그저 지나갈 뿐이다. 반면, 국가를 위해 시합에 나설 때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힘과 기술을 발휘한다. 그의 적은 단순히 골목에서 소란을 피우는 깡패가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 마주하는 실력 있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사람은 누구와 싸울지, 언제 싸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아무에게나 힘을 남용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다윗이 아버지와 형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다윗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부름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감당해야 할 싸움에 집중했다. 새해, 분별력이 필요하다. 분별하지 못하면, 엉뚱한 아군 진지에서 폭탄을 터뜨리는 어리석은 군사가 된다. 자신만 상할 뿐 아니라, 공동체를 훼손하게 만든다. 그런 어리석음이 이민교회에 얼마나 많았던가?
분별력을 통한 담대함
신앙생활에서 담대함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다. 그것은 성령께서 주시는 자신감과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신뢰와 분별력에서 비롯된다. 삶에 두려움이 많은 이유는 문제를 자기 기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앙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눈으로 상황을 보고, 그 결과 두려움보다 담대함으로 가득 찰 수 있었다.
복잡한 계산과 의심은 우리의 영적 전투를 어렵게 할 뿐이다. 담대함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과 싸움을 책임지신다는 확신에서 온다. 신앙생활에서 담대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단순한 믿음이 필요하다. 새해, 문제를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성령이 주시는 담대함으로 삶의 도전에 직면하기를 소망한다.
새해, 새로운 삶의 기회를 허락하신 하나님 앞에 그냥 믿음과 은혜가 아닌, 큰 믿음과 큰 은혜를 꿈꾸며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모든 문제를 영적으로 바라보며, 말씀과 성령 안에서, 겸손과 기도로, 분별력과 담대함으로 승리하여 주 앞에 영광 돌리는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davidnjeon@yahoo.com
01.18.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