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선교지 편지 : 차 드

●입성 손님이 다 탈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버스를 옆에 두고 땀에 절고 피곤에 지친 몸이 정신에 의지하여 힘겹게 서있다. 내 몸은 시궁창에서 막나온 생쥐처럼 퀘퀘한 냄새로 가득하다. 샤워라도 하면 하늘을 날것만 같다. 코흘리개 아이들이 찐 계란과 바나나 등을 여나무 개씩 바구니에 담아 들고 손님을 찾아 여기 저기 서성인다. 그들 중 한 소년이 더위를 쫓기 위해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를 비닐봉지에 담아 얼린 아프리카식 아이스깨끼를 사서 입에 문다. 한쪽 귀퉁이를 이빨로 찢고 엄마 젖꼭지를 정신없이 빠는 아기처럼 빨아댄다. 어느새 동생이 달려와 옆에 서서 형을 바라보며 말이 없다. 형은 열심히 빨던 비닐을 코찔찔이 동생에게 준다. 동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쪽쪽 소리도 요란하게 빨아댄다. 그런데 왜 내가 꼴깍 침이 넘어가지! 아, 체면이고 뭐고 나도 한 입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다섯 시간을 기다려 차드로 들어가는 승용차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다 쓰러져가는 봉고에 꽉꽉 채워 짐짝처럼 취급받으며 먼 길을 가기가 일쑤다. 그래도 마음의 찬양소리를 끄지 않고 달릴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여행인가? 그렇게 이틀을 달려 드디어 차드에 입성했다. 흐트러지지 않고 영성의 고도를 유지하며 남은 시간을 날아가고 싶다. 두 발은 여기에 디뎠어도 눈과 마음은 하늘을 향해 나아간다. ●조율 아무리 훌륭한 악기도 조율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의 손에서도 형편없는 소리를 낼 뿐이다. 우리 하나님은 연주자가 되시기도 하시지만 조율가이기도 하시다. 그가 만드셨기에..... 그가 조율하시면 또 얼마나 멋진 소리가 나는 악기가 되겠는가? 하나님은 나를 먼저 조율해주셨다. 이것이 차드에 입성해 행하신 주님의 첫 번째 사역이시다. 불협화음을 내지 않도록, 제 소리를 내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고 고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성령의 은총이 참으로 크시다. “하나님의 부리신 악신이 사울에게 이를 때에 다윗이 수금을 취하여 손으로 탄즉 사울이 상쾌하여 낫고 악신은 그에게서 떠나더라”(삼상16:23). 행복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우리가 없는 일년동안 그래도 잘 마쳐진 것 같다. 그런데 관계의 불협화음이 있었다. 재정에도 약간의 누수가 있었다. 하나님께 작고 하찮아 보이는 티끌도 서로의 눈에서 빼내게 해주셨다. 여러 날을 인내하며 만나고 이야기하고 또 만나고 들어주며 첫 사역은 이렇게 시작했다. 관계를 새롭게 하고 작은 껄끄러움도 모두 사라지게 해주셨다. 우리는 서로 다른 굵기를 지닌 그래서 서로 다른 음가를 가진 첼로의 줄과 같다. 모두 같은 음을 내어서는 안 된다. 서로 제 소리를 내야 하지만 다른 줄이 내는 소리와 어우러져 하모니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음만 낼뿐이다. 나는 일 중심의 사람이었다. 관계를 소홀히 하기 쉬운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던 것이다. 관계를 끊임없이 내 정면에 내세우고 일은 등 뒤로 보내기를 애쓰고 또 애썼다. 그 열매를 맺는 것으로 제 3기의 차드 첫 사역이 시작되었다. “하늘로서 소리가 있어 말씀하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시니라”(마3:17). 주님은 먼저 하늘 아버지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으로 공생애를 시작하셨다. 나도 매일 이럴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시간들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교육은 미래다. 교육 없는 밝은 미래는 없다.” 이러한 신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고 벌써 주저앉았을 것이다. 교육이 중요하기에 거짓의 아비는 오늘도 전세계 교육계를 장악하기 위해 바쁠 것이다. 반딧불처럼 희미하기만 한 우리(학교)의 모습이었지만 이제 제법 그 빛이 커졌다. 작고 희미한 빛이었지만 말 아래 두지 않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교회 차드교회는 연약한 것 같지만 꺾이지 않고 생명의 자리를 지켰고, 희미한 것 같지만 꺼지지 않고 진리의 빛을 발했다. 짓밟혔지만 주를 부인하지 않고 피를 흘렸다. 그러나 지금은 한없이 약해졌다. 주님의 은혜 속에 예배의 부흥과 삶의 생명력의 더해져야 한다. “주여 이 땅의 교회를 붙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이 땅에도 부흥이 있게 하옵소서.” 차드에서 첫 예배를 드리며 드린 기도이다. ●알퐁스 보로로족을 위한 선교사가 되기 위해 선교사 학교에 입학하여 훈련받는 알퐁스목사가 한 학년을 잘 마쳤습니다(기억하시는지요? 차드 목사님입니다). 얼마 전에는 새로 개척된 교회에 한 달간 홀로 파송받아 교회의 기초를 잘 세우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외로움과 불편함과 싸우며 사역을 잘 감당한 알퐁스선교사가 남는 마지막 학기를 주님의 손에서 잘 세워지도록 기도해주세요. ●모나미 양치기 소년이 있었습니다. 너무 따분하고 지루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관목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어린 양들이 울어대며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늑대가 나타났음을 직감했습니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근처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연장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누군가 돌멩이를 던져서 나무가 흔들렸고 이에 양들이 놀라 달아난 것이었습니다. 한바탕 요란한 해프닝이 있은 후 모두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좋았습니다. 재미를 찾았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FM 모나미의 허가가 또 늦춰졌습니다. 저는 양치기 소년이라도 된 것처럼 송구합니다. 나의 기도의 분량이 더 채워져야만 되나 봅니다. 믿음은 기다림이고 기다림은 믿음입니다. 때가 차매 반드시 이루실 것을 믿고 다시 무릎을 앞세웁니다. 그리고 방송국이 들어설 자리에 곧 우물을 팔 것입니다. 이삭의 심정으로 소망의 우물을 팝니다(창26장). 마을 주민들과 방송국을 위한 공동우물이 될 것입니다. *급하고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락도 늦었습니다. 이제 아직도 미전도종족으로 남아 있는 이들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들과 주님사이에 다리가 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합니다. ●기도제목 -매일 하나님과의 관계가 새롭고 깊어지도록 -차드 교회의 영적성숙과 부흥을 위해 -빛터가 지혜롭고 성숙한 하나님의 일꾼이 되도록,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공부와 기숙사생활에 잘 적응하고 빛이 되도록 -초등학교 4학년 교실 건축과 필요한 교구재를 위해 조승호 선교사 이메일: pray4chad@gmail.com www.blog.daum.net/pray4chad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