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은퇴식을 하던 지난 5월말 포레스트힐 수양관에 가서 조용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3박4일을 지내면서 은퇴 후의 삶에 대하여 하나님께 간구하였습니다. 내려오자마자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꼭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가 있었고 그 내용은 사우디에서 부르심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달을 그 문제를 놓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엎드리기만 하면 자꾸만 어떤 부담감 같은 것이 마음에 오곤 하였습니다. 그곳은 목자가 없이 양들이 함께 모여서 예배하며 애타게 목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3개월이라는 기한을 마음에 작정하고 사우디로 향했습니다.
별로 사우디에 대하여 잘 알고 있지 못하던 차에 아주 요상한 나라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사우디의 면적은 한국의 10배나 되는 큰 나라이나 대부분이 사막지대입니다. 홍해나 걸프해 주변을 빼고는 삭막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땅속에 석유자원을 비축해주셔서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불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설 붐도 활발하고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특별히 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모슬렘의 종주국으로서 이슬람교가 신성시하는 메카와 메디나가 있다 해서 아직도 다른 종교는 그 땅에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습니다.
2005년 WTO 협정에 따라 타 종교인들도 그 땅에서 살 경우에 그들 나름대로의 종교활동을 인정해야 한다는 협약 때문에 겨우 묵인해주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우디 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성도들에 말에 의하면 사우디도 요 몇 년 사이에 많이 열려졌다고 합니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교회는 존재할 수가 없어서 무슨 태권도장처럼 교회 안을 만들어놓고 교인 수만큼 태권도복을 죽 걸어놓고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여차해서 들어 닥치면 태권도복을 입어야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교회는 간판도 없이 목사나 교회라는 용어는 ㅁ ㅅ혹은 ㄱㅎ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메일 쓸 때도 그런 용어를 조심합니다. 성도들은 남녀 모두 큰 가방에 성경을 넣고 교회에 옵니다. 새벽기도회에 올 때도 이상한차가 뒤따르면 그를 따돌리고 교회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여자들은 모두 까만 아바야를 입고 머리에 두건을 쓰고 다닙니다.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입어야만 합니다. 문밖을 나갈 때는 반드시 그렇지 아니하면 종교경찰에게 걸리게 되고 큰 징계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여자들은 운전도 못합니다. 돈이 많은 남자는 4명의 부인을 둘 수가 있고요. 그런데 지금 왕이 교육정책을 쓰는데 여자대학교를 크게 짓고 있는 것입니다. 여자들의 삶속에 높은 교육이 그들의 의식을 깨워주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짐작이 갑니다. 마치 우리나라에도 과거에 얽매여있던 여자들의 삶을 기독교가 복음을 통해서 일깨워 주었듯이 교육을 통하여 그런 날이 멀지 않아 올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은 아주 좋습니다. 70년대에 우리 근로자들이 중동에 가서 도로와 건물을 건설해주었을 때 우리 한국인들의 근면 성실함을 그들이 보았다고 합니다. 마치 새마을운동을 하던 그 열정으로 아침이면 몇 천 명의 근로자들이 질서정연하게 구호를 외치며 준비 된 버스에 일렬로 타고 그 뜨거운 햇볕에서도 온 종일 쉬지 않고 일하던 우리 근로자들의 모습에 감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 인종이 모여 있지만 한국인이라하면 손을 들어 올리면서 ‘[Good’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모두 본국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비즈니스 하는 소수의 한국인들이 남아 삽니다. 그러나 본국에서는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들어오고 나가고 해서 교류는 많다고 합니다. 한국경제가 올라가서 이제는 근로자 수준의 교류가 아니고 경영차원의 비즈니스이고 근로자의 몫은 제 삼국인들이 합니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등......
한국인 성도가 그런 말을 합니다. 비록 맘 놓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형편은 못 된다하더라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그 땅을 밟아주고 기도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복음의 문이 하루 빨리 열리지 않겠느냐고요. 더구나 한국으로부터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그런대로 우리 동족을 위해서도 존재해야 한답니다.
제가 가 있던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는3개의 한국인 교회가 있습니다. 우리 동포들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목사님을 모시기가 어려워서 현지에 서 사역하는 선교사님께서 임시로 주일설교를 해주시고 금요일에 예배를 드립니다. 제가 바라기는 혹시 중동지역의 선교나 목회에 큰 뜻을 두고 기도하시는 목사님이 계시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에 간단히 소식을 전합니다. 제게 연락 주십시오.
큰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구약성경의 배경이 되었던 곳들을 지척에 두고 있으면서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이유는 모슬렘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우디 나라도 이제는 세계 글로벌화에 따라서 개방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지금 현재는 한국인 선교사님들 숫자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 조용히 사역한다고 합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이슬람권의 눈을 피하여 사역합니다. 제가 현지에 가보니 참으로 필요한 사역입니다. 그리고 이곳 미국시민권자로서 사역한다면 그래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큰 상점들이 들어가 있고 영어를 배우겠다는 열풍도 대단합니다. 제가 가 있는 동안에 세계 각처에서 대학교들이 사우디 학생들을 유치하는 대학교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미국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8개 대학교가 왔으며 그들이 흩어져 교육을 받게 됩니다. 특별히 여자들이 이제 교육을 받고 그 까만 옷을 벗으면 어떻게 사우디가 변화될지 기대가 됩니다. 이런 것도 큰 변화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공주들이 길거리로 나서서 데모를 했다는 데요 “우리도 운전하게 해 주세요” 했답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사우디 그 땅의 눌린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혹시 기도 중에 “나를 보내소서.” 하실 분이 있다면 제게 연락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메일:nysewon@gmail.com
한세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