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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서비스

변명혜 교수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은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가 지닌 구매력을 인식한 말이다. 특별히 요즈음 같이 온라인이 발달한 시대에는 어느 식당에 가야 좋을지, 어떤 물건을 구입해야 좋을지를 결정할 때 소비자들의 평가가 한 몫을 한다. 그래서 Yelp 같은 곳에 특정한 식당에 대한 부정적인 리뷰가 한 번 올라가면 그것을 지우기 위해 주인이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 고객이 왕이라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좋을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권리를 남용하는 진상 손님 때문에 사회가 떠들썩한 일도 가끔 대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물품 반환을 포함한 고객 서비스가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다. 나도 소소한 물건들을 샀다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반환하는 경우도 있는데 몇 주 전에 정말 뛰어난 고객 서비스를 경험했다. 

얼마 전 글에도 썼지만 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준 목걸이의 잠금 장치가 불량해서 목걸이를 두 번이나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었다. 또 잃어버릴까 마음이 쓰여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물품을 반환하려고 했더니 담당 직원이 수리해줄 수 있으니까 맡겨 보면 어떻겠냐고 권고했다. 조금 찜찜했지만 고쳐 준다니까 한 번 맡겨 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쳐 준 목걸이를 하고 나갔다가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또 다시 없어진 것이다. 괜히 수리해보라고 했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이제 정말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이나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가 찾을 때 하나님께서 들려 주신 메세지가 있었기 때문에 물건 자체보다 하나님의 나를 향한 섬세한 그 마음을 놓친 것 같아서 더 서운했다. 목걸이를 산 곳은 고객서비스가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이어서 쇼핑을 하러 간 길에 서비스 창구를 찾았다. 직원의 권고대로 수리를 했지만 결국은 또 잃어버렸으니 혹시라도 리펀드를 좀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귀걸이와 목걸이 세트였는데 귀걸이는 한 번도 사용을 안 한 채 새 것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걸이는 없어졌으니 전액은 아니어도 일부를 돌려줄 수 있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몇 퍼센트를 돌려주면 좋겠느냐고 해서50퍼센트, 아니면 30퍼센트만 주어도 좋겠다고 했더니 수리한 곳에 물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사실은 별 기대를 안하고 물어본 것이었다. 며칠 후dish washer 바닥에 반짝이는 것이 있어서 보니 목걸이었다. 세 번째 다시 찾다니 참 반가웠다. 목걸이를 찾은 다음 날,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오랫동안 자기들 사업체의 좋은 멤버이어서 전액을 다 반환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너무 뜻 밖의 소식이었다. 정말 고맙다고, 그런데 목걸이를 어제 다시 찾았다고 했더니 그러면 반품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아니요. 이 목걸이는 세 번이나 잃어 버렸다가 찾은 미라클 목걸이어서 저는 그냥 집에서라도 하고 다닐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손님의 상황을 고려해서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는 그 뛰어난 고객 서비스 정신에  마음이 흐뭇하다 못해 감격스러웠다. 아무리 물건에 결함이 있었고 수리가 잘 못 되었다고 해도 어찌 생각하면 나는 거의 하소연에 가까운 불합리한 요구를 한 것이었다. 오래된 고객이라지만 자기들의 유익보다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 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잃어버린 목걸이 값을 돌려줄 수 있느냐는 논리에 안 맞는 말 뒤에 숨어있는 내가 왜 그 목걸이를 잃어 버린 것이 서운한지, 직원의 권고를 듣고 고친 후에 또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 등의 스토리를 들어준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대로 판단하고 공식적인 규정대로 움직이는 서구적인 사고 방식에는 스토리를 듣고자 하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다. 오랜 세월을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때로는 합리적, 논리적, 이성적인 사고 방식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때가 있다. 삶에는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스토리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나 사건을 이해할 때 스토리를 배제한 온전한 이해는 있을 수 없다. 목걸이 소동을 또 한 번 치루면서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마음이 왜  힘든지, 겉으로 드러난 상황 뒤에 있는 스토리는 무엇인지를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lpyun@apu.edu

09.30.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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