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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준비

변명혜 교수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한국에 몇 주간 머물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아픈 언니를 돌보러 온 것이어서 친구들을 만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친구가 연락을 해서 다섯 명의 대학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났다. 한국에서는 은퇴 연령이 낮아서 이미 세 명의 친구는 은퇴를 했고 한 친구만 아직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도 있고 사회적인 활동도 했던 친구들이지만 대화를 하다 보니 편한 마음으로 노년기를 맞을 준비가 된 친구보다 외로움, 지나간 삶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친구가 더 많다. 오랫동안 혼자 산 친구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실버 타운에 들어가야 할지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딸하고 대화를 하다가 딸이 엄마도 은퇴하면 집 융자 상환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고 집을 팔고 노인들이 사는 콘도미니엄으로 이사를 하고 여유있게 살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생각해보면 논리적으로는 나쁠 것이 없는 말인데 나는 버럭 화를 냈다. 노인들만 모여 사는 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짜증을 냈다. 자주 보던 할머니가 안보여서 물어보면 돌아 가셨다고 하고, 앰블런스 소리가 들리면 또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마음 쓰이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항변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 등 삶의 활기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내 생각은 노년기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은연 중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노년기는 찾아오게 되어 있으니 어떻게 노년기를 맞을 준비를 잘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유엔(UN)에서 처음으로 고령화라는 용어가 채택된 이후 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고 저출산, 의학기술 발달, 생활환경의 개선, 소득 증가의 영향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노인 인구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 곧 초 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시대에 국가가 제공하는 혜택을 활용해서 다가올 노년기를 잘 준비하는 것도 지혜일 것이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눈길을 끄는 현상 중 하나는 지하철역 벤치에 앉아 담소하거나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다. 노인에 대한 복지의 일환으로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 때문에 한국의 노인들은 지루하지 않은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듯 하다. 서울과 가까운 춘천 같은 곳에 지하철을 타고 가서 점심 식사를 하고 바람도 쐬고 오려면 만원이 있으면 되고 온양 온천에 가서 목욕을 하고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려면 이만원이면 된다고 한다. 동네마다 있는 문화센터에서 제공하는 클래스도 많아서 육십이 갓 넘은 후배의 아내는 동네에서 운영하는 복지센터에서 제공하는 클래스에 등록을 하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닷새를 가야금, 유튜브 동영상 만들기, 영어, 일본어 등 클래스를 듣고 있는데 한 과목 수강료가 세 달에 삼만원이라니 평생학습의 의미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미국에도 시니어 센터에서 제공하는 클래스와 야외 활동들도 있지만, 한국의 노인 복지가 그런 면에서는 앞서 가는 것 같다. 

노년기를 맞을 준비는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측면을 골고루 포함해야 한다. 신체적인 노화현상은 어쩔 수 없지만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겠고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인 면에서는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늘 유지하고 개발하는 것이 아름다운 노년기를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것 같다. 지나간 삶에 대한 아쉬움을 감사로 바꿀 수 있는 믿음, 앞으로 다가올 노년기에 대한 두려움을 하나님을 향한 신뢰로 돌릴 수 있는 믿음, 나의 모든 삶의 순간 순간을 이끌어 오신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노년기를 준비한다면 나에게 찾아 오는 노년기를 넉넉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lpyun@apu.edu

 

08.0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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