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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부모 역할

변명혜 교수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오래 전에 자녀양육 세미나를 인도할 때 어느 아빠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이가 들어서 다른 사람들 다 결혼하니까 본인도 결혼을 했고 또 어쩌다 보니 아기를 낳아서 아빠가 되었는데 어떻게 부모역할을 감당할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청년들이 모이는 집회에서 자녀양육 세미나를 인도할 때 결혼도 안한 청년이 미리 강의를 듣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싶다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기특한 경우도 가끔 있었다. 부모역할을 잘 감당하고자 미리 준비를 하든지 얼떨결에 부모가 되어 어쩔 줄을 모르든지 우리 모두는 좋은 부모가 되기를 원한다. 자녀양육에 대한 심리적 부담은 자녀가 영유아기, 소년기, 사춘기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면 일단은 줄어든다. 그러나 양육의 역할은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감소한다고 해도 지도차원에서의 부모역할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요즈음은 성인의 역할을 하는 연령이 30세 정도로 늦추어졌다고 한다. 많은 자녀들이 대학원을 가고 또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독립하게 되는 나이가 늦어지는 것이다. 또한 자녀들이 대학졸업 후 집으로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증가 추세여서 어느 연구에 따르면 대학졸업 후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자녀들이 85%에 다다른다고 한다. 그 중에 일부 자녀들은 자신들이 재정적으로 독립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 일정기간을 부모의 집에 머무를 계획을 하고 들어오지만 또 다른 자녀들은 확실한 대책 없이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부모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우리 세 아이들도 대학을 졸업한 후 최소한 2년에서 6년을 다시 집으로 들어와 있으면서 대학원을 갈 때까지 시간을 보냈고 또 집에 들어와서 직장을 다니기도 했다. 요즈음에는 이혼한 자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예전 같으면 독립을 하고도 남았을 나이의 성인이 된 자녀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경험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많은 갈등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 간의 좋은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정서적 도움이 필요한 자녀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성인이 된 자녀와 한 집에서 살아가든지 아니면 독립해서 자주 만날 일이 없든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가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더 가워지기도 하지만 점점 더 멀어져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성인자녀와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모가 성인자녀를 아직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처럼 대하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의 저자로 잘 알려진 게리 채프만은 성인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가 빠지기 쉬운 함정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첫 번째는 부모의 과잉보호다. 부모가 이미 성인이 된 자녀에게 지나칠 정도로 모든 것을 다 해주기 때문에 자녀가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심지어 어떤 자녀들은 대학에 가서도 기본적인 일을 스스로 처리할 능력이 없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어려움을 많이 겪은 부모가 고난을 통해 자신의 인격이 형성된 사실을 잊고 자녀를 과잉보호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두 번째는 부모가 자녀의 일에 별로 관여하지 않는 경우다. 자녀의 정서적 필요를 어떻게 채울지 모르며 너무 바빠서 자녀와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성인이 된 자녀라 할지라도 진로문제, 학교선택 등 많은 일에 부모의 조언이 필요하지만 부모들이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마지막으로는 부모가 지나친 관여를 하는 경우다. 자녀들의 일에 깊이 관심을 보이지만 성인이 된 자녀에게 독립할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녀들이 독립적인 행동을 하면 서운하게 느끼기도 한다. 많은 부모들이 결혼한 자녀의 삶에까지 간섭하는 것이 이런 경우이다. 

이 세 가지 함정을 생각해보며 나는 과연 어느 부분에 연약한 엄마일까 생각해보았다. 아이들이 이미 서른이 다 넘었지만 겨울에 반바지를 입으면 “감기 걸리겠다. 바지 긴 것 입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과잉보호 엄마다. 바쁘게 산다고 아이들이 진로 결정할 때 도움도 별로 못준 것 보면 자녀의 일에 관여하지 않은 엄마도 된다. 또 괜찮다고 하는데도 집에 다니러온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굳이 싸 보내야 마음이 편한 것 보면 지나친 관여를 하는 엄마이기도 한 것 같다. 이래서 하나님의 은혜 아니면 끝없는 부모 노릇을 잘 감당할 수 없는 거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lpyun@apu.edu

 

10/05/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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