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갑진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연말 손익 계산을 정산할 것이다. 회사들은 한 해의 실적을 참고삼아 신년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게 된다. 마땅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인교회도 선교 내용을 계수해 보아야 한다. 전 세계 5만여 한인 교회는 금년에 어떤 선교적 과업을 달성했는가? 내 놓을 것이 많다면 감사할 일이요, 그렇지 않다면 통절한 반성을 해야한다. 초대교회 역사에 나타났듯 선교사역은 시대환경의 좋고 나쁨에 크게 좌우되지 않았다. 2025년에는 우리에게 어떤 도전들이 닥쳐올까? 짐작컨대 앞으로 세상은 격랑이 더 크고 거칠어질 것이다. 이에 한인 세계선교도 뭔가 혁신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 온 구태의연한 선교 패러다임(Paradigm)으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그 대안은 무엇인가? 바로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를 선교적으로 동원하는 것이다
1. 해외 한인교회의 현황
2023년 기준 해외 한인 수는 “193개국에7,081,510명이다. 나라별로 보면 순위가 미국이 260만 명, 중국이 210만 명, 일본 80만 명, 유럽65만 명, 캐나다 25만 명, 기타 여러 나라들에 분포되어 있다”(재외 동포청 자료). 해외 한인 교회 수는 어떠한가? 코로나 이전에는 약 5,500개였으나 지금은 약 5,000개로 줄었다. 이중 3,000 여 교회가 미국에 있다. “일본인은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으면 회사를 차리고 중국인은 식당을 개업하나 한국인은 교회를 세운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한인 교회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 그간 이민교회는 신앙 공동체를 넘어 한인사회의 구심적 역할을 감당해왔다. 즉, 외로운 이민생활에서 고국소식과 현지 적응정보를 나누며 일자리도 소개받는 등 소통과 만남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21들어서부터 해외 한인 교회는 점점 쇠락하고 있다.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민인구가 줄어 들고 교인들도 고령화되며 세대 간의 문화 차이와 다툼 등 여러 요인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아 교회는 축(軸)이 흔들렸다.
2. 이민교회의 존재 의의
랄프 윈터 박사 (Ralph D. Winter)는 “하나님께서 세계선교를 위하여 사용하시는 네 가지 메카니즘(Mechanism)으로 * 선교적 의도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나감 * 선교적 의도 없이 비자발적으로 나감 * 자발적으로 나옴 * 비자발적으로 나옴을 들었다”(미션퍼스펙티브, 서울: 예수 전도 단, 2000, 186쪽). 전 세계에는 현재 5만여 이민교회와 7백만이 넘는 디아스포라 한인들이 있다. 저들 해외 한인 크리스천들은 마치 민들레 씨처럼 온 땅에 흩어져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는 결코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평생 이국에서 산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하나님의 의도된 섭리와 인도하심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선교이다. 하나님께서 예루살렘 교회를 흩어뜨려 저들을 열방으로 보내심은 뭇 심령들의 구원을 위해서였다. 하늘과 땅의 권세를 가지신 주님께서 마지막 때의 영적추수를 위해 디아스포라 한인 크리스천들을 부르고 계신다. 이제 해외 한인교회들은 능동적으로 반응할 때가 되었다. 악착같이 유대인의 게토(Ghetto)처럼 우리만의 벽을 쌓고 서로 부대끼며 살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부수고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전략적인 교두보로서 역할을 할 것인가?
3.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의 모범 사례
스위스의 신학자이자 선교학자인 에밀 부르너(Emil Bruner)는 “불꽃은 타오르기 위하여 존재하듯이 교회는 선교를 위하여 존재한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여기 주님의 지상 명령에 올인하는 교회가 있다. 바로 과테말라 한인교회이다. 본 교회는 김상돈 초대 담임목사와 함께 전교인이 “선교사화”를 부르짖으며 지난 34년을 달려 왔다. 구체적으로 광장 선교에 모든 성도를 동참하게 하고, 각 소그룹별로 지역을 정하여 선교하게 하며, 직장이 실재 선교의 현장이 될 수 있게 훈련하였다. 또한 주일학교 어린이들도 현지의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교육하며 사역에 참여하게 하고 있다. 본 교회 자체 파송 전문인 선교사가 44명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한인교회들과 연합해서 신학교도 세우고, 선교사들의 비자문제 해결 및 단기선교 팀을 위해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현지인 목회자 연합회, 전국교회 연합회 등과 협력하여 기도운동과 복음 전도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는 같은 제도와 구조 속에서 고착화의 폐단을 피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하였다. 이는 담임목사와 항존 직들이 조기 은퇴를 한 후 선교사로서 사역 전환을 이룬 것이다. 김상돈 목사는 현제 월드비전 신학교를 통하여 라틴아메리카의 거룩한 변화를 위한 “나바세바” (나를 바꿔 세상을 바꾸라!)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한인교회는 약 5,000개로 추산한다.
해외 한인교회는 선교를 위한 전략적인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
해외 한인교회가 선교적으로 거듭난다면 선교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4. 디아스포라 한인교회의 선교방향
해외 한인교회는 선교적 책무는 너무나 크다. 이민교회 속에 성도들은 타문화 적응 훈련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또한 저들은 현지 나라의 비자와 재정적인 후원이 필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그 민족의 관습과 세계관을 이해하며 현지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자녀세대들이 적지 않다. 잠재력 있는 이 고급 인력을 선교적으로 동원해야 하지 않을끼? 우리는 재외 동포 가운데 10%만 헌신해도 70만 명의 선교 정병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는 지금이라도 성장 지상주의를 탈피하고 교회중심의 선교에서 선교중심의 교회로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정말 동포들만을 위한 교회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인종과 문화를 넘어서 현지 나라의 백성들을 품는 영적 군함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교회가 선교사 몇 사람을 파송하고 뒤짐 지는 패러다임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기존의 선교 전략과 방식으로는 결코 인구 증가율도 따라 잡을 수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첫째5,000여 해외 한인교회 중 1/10인 500교회 이상을 전주 안디옥 교회나 과테말라 한인교회처럼 미션널 처치로 거듭나게 한다. 둘째 여타 교회들은 믿음의 분량에 따라 적어도 한개 이상의 구역이나 목장을 세워 현지인 사역을 하게 한다. 셋째 교회 재정의 1/10 이상을 거주 나라와 타문화권 사역을 위해 드리게 한다. 넷째 현지 나라에서 교육받는 2세나 3세들을 차출해 선교사로 허입하고 그들을 적극 지원한다. 다섯째 모든 성도들을 순차적으로 훈련하여 자비량 전문인 선교사가 되게 한다.
맺음 말
철학자 파스칼(Blaise Pascal)은 인간을 중간자라고 정의 하였다. 그는 인간이란 “과거와 미래의 중간 즉, 현재를 살아가고 시간적 중간자이다. 하늘 위도 아니고 땅 속도 아닌 그 사이에서 살아가고 공간적 중간자이다. 천사도 아니고 사탄도 아닌 형태적 중간자” 라고 설파했다. 그렇다면 디아스포라 사람들은 어떠한가? 저들은 모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고 있는 문화적 중간자인 샘이다. 그렇다. 이민자는 양쪽 모두의 문화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어느 문화에도 완전히 속해 있지 않다. 이민교회는 이런 문화적 특성을 지닌 중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적 중간자들이 중심이 된 교회는 선교적 잠재력이 크다. 행13장에 나오는 안디옥 교회가 대표적이다. 그러함에도 그간 디아스포라 한인 교회들은 그 힘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다. 열정적 기도, 정성어린 헌금, 다재다능한 성도들이 한인 교회라는 울타리에 갖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끼리의 영성 공동체를 강화하되 한인의 담을 헐고 현지 나라와 민족을 영적으로 품는 본질에 천착(穿鑿)해야 한다. 그것은 주님의 지상명령을 최우선으로 받드는 것이다.
12.1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