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독후감 공모전 장려상]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신앙독후감 공모전 장려상]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유미 집사(토랜스제일장로교회)

 

‘초라하고 재미없다…’

 

마흔이 다 되도록 결혼도 못 하고, 내 믿음도 기대하던 만큼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거 같아 사는게 시시하게 느껴졌었다. ‘십 년쯤 뒤엔 내가 바라는 모습대로 살고 있을까.. 하나님과도 더 친해지고 싶다..’

십몇 년 전 거리를 걷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며 기도 아닌 기도를 했었다.

사무엘 같은 기도의 사람 최 상훈 목사님의 책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기도가 “다”라고 말씀하신다.

동생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던 날 교통사고에서 피하게 하시고, 아프리카에서 만난 권총 강도를 뒤로 하고 고장 난 차로 내달리며 가까스로 건짐을 받으면서 그동안 쌓여진 기도와 중보기도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셨다 한다. 

이 책은 씨름해야 될 기도 제목들이 많지만 기도하는 시간보다 기도 마쳐지는 시간이 더 기다려지는 내게 기도의 영적 원리를 되짚게 하고 기도의 방향을 전환 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기도는 내 소원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과 연결되는 ‘관계’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위태위태한 동생의 사업, 조카들의 구원, 아버지의 치매,매일 간절하게 기도하지만 같은 말 반복하기 싫어하는 내게는 똑같은 기도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도하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머리카락도 세시는 하나님께 매일 내 기도 제목을 상기시켜 드려야 하나, 내 기도 제목들이 응답을 받을 때까지 하나님을 설득해서 얻어내야 하는건가, 하나라도 놓치면 그 부분은 적용이 안 될까봐 남편의 오장육보에 전립선까지.

나이 듦에 따라 건강을 지켜주셔야 할 내 기도 list도 늘어가고 있었다. 매일 읊조리다 보면 다른 기도들은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남편과 나의 건강을 위한 기도의 들러리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십 분을 넘기기 힘든 내 기도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기에 이런저런 기도 list가 필요하기도 했다.

기도소년 최상훈은 학원비가 없어서 방과 후면 교회로 향했고 기도하기를 참 좋아했다. 무엇을 바라고 구하는 기도가 아니라 기도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 어린 시절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한다. 꼬마 기도소년은 기도를 할수록 예수님이 함께 하신다는 확신이 들었고, 기도를 더 오래하여 예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더 깊이 느끼고 싶었다는 부분이, 나도 기도를 더 오래하고 싶다는 굉장한 동기부여를 주었다.

최상훈 목사님에게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가 삶의 모토가 된 계기가 있었다.

동생의 군대면회를 다녀오는 길에 ‘그 차를 타지 말라’는 성령의 음성을 듣고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가족과는 따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가족에게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같이 돌아왔다면 자신이 타고 있었던 조수석에서는 살아나올 수 없을 정도의 사고였음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고 하나님께 눈물나게 감사했다. 그때, 아무도 없는 교회에서 기본 두 세 시간 기도하던 어릴 적 모습이 환상으로 보였고 “이제부터 네가 기도한 것들을 찾아 쓸 것이다”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 본인도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도를 하나님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기도해 온 것이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가 하나님을 믿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엄격하시고 무서워서 하나님 믿으시라고 말도 못 꺼내본 거 같다. 제사도 열심히 지내시고 자기 신념도 너무 강하신 분이라 기도하면서도 아버지가 하나님 믿게 된다는 것이 상상이 잘되지 않았다. 아프리카 25년 선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온 큰언니와 형부가 개척교회를 하자, 교인이 너무 없다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드디어 그 교회에 나오시게 되었다. 얼마 있다 개척교회 1호로 아버지가 세례를 받으시는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내 기도를 잊지 않으시고 들어 주셨구나!’라는 감격과 감사가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다.

나에게도, 기도는 사라지지 않고 하나님이 가장 좋은 시간에 이루어 주신다는 체험이 된 우리 집안의 최대사건이었다.

하나님을 믿는 자라면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고 싶고 하나님과 깊게 교제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기도가 시간과의 싸움같이 느껴지고 기도가 만성화되는 듯한 느낌은, 때로 대답 없는 메아리를 접하는 듯한 좌절감을 갖게도 한다. 우리의 쉽지 않은 기도의 여정에, 최 목사님의 오랜 기도를 통해 우리가 돌파해야 할 tip을 얻게 된다. 영적 가치를 계속 붙드는 routine을 만들고 ‘체질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1시간 기도하면 시험을 이기고, 2시간 기도하면 능력을 받고, 3시간 기도하면 크게 쓰임 받는다”는 화양교회의 표어가 나에게 참 도전이 되었고, 나도 오전 오후로 나누어 1시간 기도하기를 시도하게 되었다. 또한, 나부터 성령 충만해야 그 받은 은혜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된다는 ‘충만의 원리’가, 내가 더 기도에 힘쓰게 되는 격려의 말씀이 되고 있다.

하나님을 잘 믿고 기도를 많이 한다고 해서 삶이 절대 순탄하기만 한 것이 아닌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들 공감하는 ‘고통 총량의 법칙’을 입증하듯 가정마다 감싸 안고 있는 나름의 기도 보따리들이 있다. 

우리는 곧 머지않아 고비의 시간 들이 지나고 감사의 간증이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최 목사님은, 감사할 수 없을 때 감사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고, 미리 감사를 선포하면 하나님이 기억하시고 하늘의 통로를 여신다고 말씀하신다. 최 목사님의 아이가 전신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하나님이 고쳐주신다는 믿음으로 감사를 선포하였고, 상황이 바뀌지 않았지만, 미리 감사의 고백을 드린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셨음을 고백하셨다. 어려운 시간이 지나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도 귀하지만 좋으신 하나님의 선한 뜻을 신뢰하며 감사의 타이밍을 당기는 것이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에 순종하는 실천이라 생각된다.

모든 교회가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시기에, 최 목사님은 현장 예배 인원을 늘리기 위해 9번의 예배를 드리신 것에 마음이 울컥했다. 목이 쉬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강단에 오르는 목사님의 모습은 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해 목숨도 담보로 내놓을 수 있을 듯 보였다.

모니터 화면 앞에 모여 함께 온라인 예배를 드린 캄보디아 아이들이 단기선교를 위해 몇달전부터 기도하고 zoom예배를 위해 선교 물품, 대형 tv며 인터넷설치까지 코로나 시기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또 한 번 뭉클했다.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온라인 단기선교지만 하나님과 만남의 본질인 예배로 맡겨진 양들을 인도하시기 위해 할 수 있는 힘을 다하시는 목사님의 모습이 너무나 감동되었다. 하나님을 깊이 사랑하는 목자의 모습이다,

우리가 아버지 하나님께 모든 기도를 다 올릴 수 있지만, 기도가 우리의 목적만을 구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바가 우리 필요의 가장 정답도 아니다. 우리가 너무 힘이 들어서 기도도 못 하고 하나님 앞에 탄식만 하고 있어도 그것도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라 본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그 시간을 하나님이 우리보다 더 기다리시고 기뻐하시리라 믿어진다. 우리의 한마디 한마디 기도가 사라지지 않고 하나님의 보석함에 다 쌓이겠지만, 기도를 잘 못 해도 기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또한 기쁘게 받아주시리라 믿는다.

기도 생활을 체질화. 생활화하면 감사를 미리 할 수 있는 믿음의 변화도 자연스레 일어나리라 본다.

 

02.01.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