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는 우리들의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역에 큰 영적 부흥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새해들면서 지난 몇 해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수선 했던 세상이 조금은 더 조용해 진 듯합니다. 그 조용함 속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어 보입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환난의 시기가 지났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었고 그 고난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건강은 물론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사랑하는 귀한 가족과 이웃 믿음의 형제들을 먼저 보내는 슬픔도 겪었습니다. 그 환난의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쉬움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환난의 시기를 겪으면서 간절히 기도했던 것 중 하나는 이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온 세상이 다시 한 번 인생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 가를 절실히 깨닫고 겸손히 하나님 앞에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충격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사람들은 벌써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시집가고 장가가고 사고 파는 일에 분주해 졌습니다. 오히려 그 와중에 팬데믹으로 인해 닫혔던 교회의 문들만 많은 곳에서 원상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 큰 환난의 시기를 지나면 큰 부흥의 시기가 오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기 마저 합니다. 도대체 이와 같은 환난을 겪고도 아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회개하지 못 한다면 이 세상에 무슨 소망이 있는 것일까 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 세상을 향한 소망을 포기하고 그저 주님이 속히 오시기만을 간구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결코 믿음의 사람들에게 그런 체념과 절망에 빠져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성경을 통해 보여주시는 구속의 역사 속에는 어쩌면 이 보다 더 깊은 어둠과 절망의 순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활동하던 시기도 분명 그런 영적 어둠의 시기 중 하나였습니다. 어쩌면 가장 깊은 어둠의 시기 중 하나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그 절망과 어둠의 시기에 하나님께서는 메시야에 대한 가장 놀라운 예언들을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불신과 타락의 시대에 세계복음화를 향한 가장 적극적인 비전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오늘 본문 말씀이 바로 그렇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여 네 자손을 동방에서부터 오게 하며 서방에서부터 너를 모을 것이며 내가 북방에게 이르기를 놓으라 남방에게 이르기를 구류하지 말라 내 아들들을 원방에서 이끌며 내 딸들을 땅 끝에서 오게 하라 무릇 내 이름으로 일컫는 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 그들을 내가 지었고 만들었느니라” 오늘 우리의 시대처럼 영적 어둠이 깊었던 그 시기에 어떻게 주님은 이렇게 적극적인 세계복음화의 비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일까요?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기도 합니다. 무엇인가 될 듯 하고 우리 손으로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순간 보다는 오히려 지금처럼 아무것도 되는 일 이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이는 그 순간 혹은 그런 장소에서 놀랍게 역사하시는 모습을 우리는 구속의 역사에서 종종 보아왔습니다.
오늘 본문 말씀에 등장하는 “땅 끝” 이라는 단어는 분명 그런 절망적인 장소나 상황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말로는 그런 상황을 벼랑 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걸음만 더 나가고 조금만 건드리면 천길만길 아래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상황에서 주님은 놀라운 구원의 역사가 있을 것임을 말씀하십니다. 과연 이와 같은 하나님의 말씀은 성취되었을까요? 물론 입니다. 그런 땅 끝의 역사를 가장 실감 있게 경험한 것이 바로 우리 민족입니다. 100여 년 전 우리 조국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그와 같은 땅 끝의 역사를 보았다고 믿습니다. 그 시대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도 땅 끝이었고 역사적으로도 땅 끝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 땅 끝에서 우리를 부르셨고 놀라운 부흥의 역사를 이루셔서 오늘 날 세계 굴지의 기독교 국가요 당당한 선진국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땅 끝의 역사가 어찌 대한민국뿐이겠습니까? 구속의 역사 속에서 동서남북 원방과 근방의 수많은 민족과 국가 그리고 수많은 개인들이 이 땅 끝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그런즉 이 말씀 속에서 우리는 소망을 발견하고 꿈을 꿉니다.
새해에 우리 앞에 있는 영적 현실이 절박한 땅 끝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나날이 더 깊은 타락에 빠져가고 교회와 성도들은 그런 세상 앞에 무기력해 보이구요. 선교지에서의 핍박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눈앞의 현실 앞에서 낙심과 체념만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주님은 이사야 시대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내 아들을 원방에서 내 딸들을 땅 끝에서 오게하라” 말씀하시고 그것을 이루셨습니다. 그 주님은 분명 오늘 이 시대에도 그 약속을 이루실 것입니다. 우리는 다만 그 주님의 음성을 가슴 깊이 새기고 우리에게 맡겨주신 가정과 교회 선교지에서의 사역에 충성을 다하기만 하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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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