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태양이
차디찬 바닷물을 헤치고 올라오면서
어둠속에 잠겼던 온 세상이
다시 밝아오며
희망으로 맞이했던 새해 첫날에
새로운 기대와 꿈으로 부풀어
설레며 시작하던 날이 엊그제만 같은데
봄이 오며 여름이 되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며
우리의 기대와 꿈들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한 해를 보내야 할 길목에 서게 되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 되도다
라는 전도서의 구절이 귓전에 맴돈다
코로나는 3년째
온 세상을 제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고
뜬금없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탱크와 미사일로 공격을 시작하니
온 지구촌이 거센 후폭풍의 피해로
아우성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 봐도
이 혼란과 고통의 늪을 헤쳐 나갈
묘안이 없으니
그저 막막할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은
유가가 오르면 오르는대로
금리가 오르면 오르는대로
물가가 오르면 오르는대로
힘겹게 허리띠를 조이면서
한탄에 한탄만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게 한 달 한 달 지내다 보니
어느새 열두 번째 달 중간에 서서
아 이제 올해가 며칠밖에 안남았구나..
그래, 한 세대는 가고 한세대는 오고
해는 뜨고 또 지고 세상이 그리 돌아가는 게
당연한 이치인 줄 모를 리 없었건만
올해에도 어김없이
크고 작은 일들이
온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채임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와 함께 했던
그 한 해가 이제 저물려고 채비를 한다
늘 그렇지만 다사다난했던 2022년
묵은해를 보내야하는 길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날 사랑하시는 그분의 인도하심과
늘 은혜로 채워주시고
언제나 보호하심에 감사하며
감격의 기도로 한 해를 보낼 뿐이다
12.24.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