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가 끊길 때, “실직자를 위한 영적 돌봄”

급여가 끊길 때, “실직자를 위한 영적 돌봄”

지난달부터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이 무더기로 도착하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기도해주세요. 해고당했어요.” 저는 워싱턴 D.C. 인근의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보통 정부 관련 일자리가 많아 경제 불황의 영향을 덜 받는 편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책 변화로 인해 연방 정부 직원들과 계약직 노동자들 사이에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하면서, 우리 교회 성도들 대부분이 그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때 직업적으로 안정된 공동체였던 우리 교회가 이제는 경제적 불확실성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좀 더 준비되어 있었어야 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저 역시 실직이라는 가슴 아픈 현실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처음 해고 소식을 들었을 때의 충격, 이력서를 보내면서 느낀 조용한 수치심, 저축이 줄어들수록 커지는 불안감, 실직 초기 몇 주간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까지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놀랄 만큼 제 교회 성도들의 필요에 효과적으로 목회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제가 배운 것은,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어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잘 돌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들은 성도들이 건강 문제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직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습관처럼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묻는 문화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문화에서 일자리를 잃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타격을 넘어, 자아의 상실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깊은 정체성의 위기를 불러오는 영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더 잘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직은 정체성의 위기

 

교회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교회들은 피상적인 격려나 단순한 실용적 해결책을 넘어서 실직을 신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단순히 취업 연결이나 재정 지원만 제공하고, 그 밑바탕에 있는 정체성과 목적에 대한 질문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사람 전체를 돌볼 수 있는 목회의 기회를 놓치는 셈입니다.

실직한 이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단지 일자리 정보나 이력서 작성 워크숍이 아닙니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경제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 그리고 자신의 가치가 생산성과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진리입니다. 이런 토대가 없다면, 아무리 선한 의도로 돕는다 해도 우리가 제공하는 도움은 오히려 “일을 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도 없다”는 세상의 메시지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성경은 생산성을 중시하는 오늘날 문화에 강력한 반대 서사를 제공합니다. 몇몇 시편들은 우리의 가치를 경제적 성과가 아닌 하나님의 창조 의도에 근거하여 확증합니다 (예: 시편 139:13–14). 예수님도 우리가 참새보다 훨씬 더 귀하다고 가르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무런 경제적 기여를 하지 않는 참새에게조차 먹을 것을 주시듯이, 우리 역시 돌보신다고 하셨습니다 (마태복음 6:26). 목회자들과 사역자들은 이러한 진리를 몇 가지 의도적인 접근을 통해 성도들에게 전할 수 있습니다.

 

1. 언어를 재점검하기

 

먼저 우리는 일과 성공에 대해 사용하는 언어를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의 설교와 가르침이 의도치 않게 생산성과 경건을 동일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전문적 성취를 칭찬하는 예화가 반복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도에서 경력 향상만을 자주 강조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러한 미묘한 패턴은 잘못된 성공 신학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의도적으로 다양한 예화를 사용하고, 우리의 정체성이 직업에서 비롯된다는 문화적 전제를 명확히 반박해야 합니다.

 

2. 일과 정체성에 대한 성경적 시리즈 준비하기

 

목회자들은 일과 정체성에 대한 신학을 다루는 설교 시리즈나 소그룹 성경공부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실직 문제가 성도들에게 닥쳤을 때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성경적 토대를 세울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감옥에 갇힌 요셉, 유배된 모세, 빈손으로 돌아온 나오미와 같은 직업적/삶의 큰 혼란을 겪은 성경 인물들의 이야기는, 불확실한 시기 속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주는 강력한 예시가 됩니다.

 

3. 정체성에 대한 목회 상담

 

목회 상담에서는 실직이 불러오는 정체성의 문제를 깊이 다루어야 합니다. 실직한 성도를 만날 때 단순한 위로에 그치지 말고 이렇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져 보세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그동안 당신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나요?” “하나님께서 직업적 역할과 무관하게 당신 자신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하시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대화는 성령께서 성도의 그리스도 안에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시는 공간을 열어줍니다.

 

다른 필요들을 채우는 실제적인 방법들

 

사람들의 정체성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는 실제적인 필요들도 돌보아야 합니다. 다음은 그 예시 세 가지입니다.

 

1. 진부한 위로를 피하라

 

“하나님께서 더 좋은 걸 준비하셨어요”와 같은, 의도는 좋지만 해로운 상투적인 말들은 피해야 합니다. 이런 말은 진정한 슬픔을 무시하는 느낌을 줄 수 있고, 의도치 않게 경제적 성공이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번영복음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실제 상황의 고통을 정직하게 인정해주는 것이, 실직 상태가 곧 가치의 상실이 아니라는 진리를 확인해주는 첫 걸음입니다. 이런 인정과 공감은 ‘진실한 탄식(lament)’이라는 깊이 있는 성경적 표현의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시편 곳곳에서 볼 수 있듯, 하나님 앞에 진실하게 아픔을 토로하는 것은 믿음의 표현입니다. 성도들이 아픔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서두르지 말고 그 공간을 허용해 주세요.

 

2.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라

 

회중의 다양한 재능을 활용해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이력서 워크숍 및 네트워킹 이벤트, 무료 프로필 사진 촬영, 면접용 정장 대여, 면접 시간 동안의 아이 돌봄, 구직자를 위한 임시 사무 공간 마련 등-

어떤 교회들은 전문 자격증 회비나 평생교육 등록금을 지원하는 기금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투자는 실직자들의 고용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지만, 종종 예산 삭감 시 가장 먼저 줄어드는 항목들입니다. 실직은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교회는 부부 상담, 가족 전환을 겪는 청소년을 위한 소그룹, 그리고 구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족을 돌보는 지원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3. 복음의 소망을 전하라

 

복음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소망을 줍니다.

다른 단체들도 직업 훈련이나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실직으로 인한 영적 위기에 대해 진정한 소망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은 교회뿐입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가치는 우리의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진리—이것이야말로 실직한 성도들에게 우리가 전해야 할 복음입니다.

이 복음의 소망은 단순히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위로가 아닙니다.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은 생산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의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구체적인 진리를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도들이 현재의 상황을 하나님의 더 크신 구속 이야기 속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 시기를 영적 성숙과 성찰의 기회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복음의 소망은 또한, 성취 중심 문화 속에서 실직이 불러오는 수치심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진리를 강조할 때, 교회는 실직이 주는 고립감과 소외감에 맞서 싸우는 공동체가 됩니다.

 

하나님의 경제 속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

 

우리가 실직한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고통을 진지하게 인정하고, 실질적인 필요를 돌보고, 그리스도 안에 있는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줄 때, 우리는 절실히 필요한 방식으로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입니다. 실직에 신학적으로 깊이 있고, 실천적으로 따뜻하게 반응하는 교회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냅니다. 그 나라에서는 가치가 생산성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은혜로 거저 주어지는 것입니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느냐로 정의되는 세상 속에서, 교회는 사람들이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 그리고 그 가치는 월급으로 측정되지도, 월급이 사라졌다고 줄어들지도 않는 존재임을 선포하는 곳 말입니다.

by Joe Carter, TGC

 

04.1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