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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필요충족상태에 만족하면 행복하다!

Slate, 사보라인엔 교수가 말하는 북유럽국가들의 진짜 행복지수 보도

‘휘게’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덴마크인들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이 단어는 덴마크인들의 행복의 비결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다. 몇 년 전에는 휘게에 관한 책과 기사, 가정용품들이 나오기도 했다. 전 세계의 언론인들이 덴마크를 방문하고 이들의 독특한 생활양식을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덴마크가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뽑혔다는 사실 또한 일조했다. 하지만 최근에 인테리어 가게들에서 휘게 스타일의 양초들이 모두 할인코너로 옮겨졌다.

사보라인엔(Jukka Savolainen), 미시건 웨인스테이트대학 형사법 교수는 북유럽 국가가 행복한 진짜 이유를 말해준다(The Grim Secret of Nordic Happiness: It’s not hygge, the welfare state, or drinking. It’s reasonable expectations).

 

휘게 열풍이 잠잠해진 것은 세계 행복지수에서 나의 모국인 핀란드가 덴마크를 4년째 앞서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지난 3월 발표된 순위에서는 덴마크가 아이슬란드를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러 언론들은 핀란드 행복의 비밀로 휘게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단어인 “칼사리캔니(kalsarikännit)를 이야기한다. 이 단어는 “팬츠드렁크(pantsdrunk)”, 곧 집에서 혼자 속옷만 입고 술에 취해 늘어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만약 이게 정말로 행복의 비밀이라면, 그렇게 비밀인 상태로 그냥 두는 게 나을 것 같다.

핀란드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에 가장 반발할 사람들은 다름 아닌 핀란드 사람들이다. 물론 핀란드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행복 순위만이 아니다. 교육시스템 역시 1위이며(전혀 사실이 아니다), 부패지수도 1위이고(이건 그럴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시스템에서도 1위이며(음…). 그 외에도 여러 부분이 있다. 하지만 행복순위라니?. 이코노미스트지에는 핀란드 총리가 국제회의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대표입니다”라 소개받았을 때 그가 이렇게 답한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다른 나라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지도 않네요.”

핀란드가 늘 그런 국제적인 평판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1993년, 내가 뉴욕에 막 도착했을 때 미국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출근 중인 이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묘사했다. “이 모습은 지금이 핀란드의 국가애도기간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핀란드인의 평소 모습입니다. 조용하고 개인적이며 다른 이들과는 어떤 접촉도 싫어하는, 지상에서 가장 내성적인 사람들입니다. 우울한 상태로 있으면서도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사실 핀란드인의 표정만을 관찰한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는 없다. 여전히 조심스럽고 조금 우울한 표정을 다들 짓고 있다. 만약 행복지수를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매긴다면, 핀란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이는 매년 발표되는 전 세계 행복지수가 사람들의 웃음소리나 기쁨의 표현 같은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측정되기 때문이다. 그저 사람들에게 자신이 상상 가능한 수준의 0에서 10까지의 단계를, 가능한 최고의 삶을 10으로 그리고 최악의 삶을 0으로 상상하게 하고 자신이 현재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물을 뿐이다. 즉, 자신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삶에 가까울수록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어떤 기쁨이나 환호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행복은 기쁨, 사랑, 주변인과 의미 있는 관계 포함해야

 

이런 감정과 무관한 행복의 정의라면, 핀란드가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한다면 핀란드는 확실히 괜찮은 나라다. 빈곤율은 낮고 홈리스도 많지 않으며 다른 물질적 결핍 또한 크지 않다. 사람들은 충분히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의료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고 육아휴직과 유급휴가 또한 충분히 길다. 전문가들은 아마 이런 이유로 핀란드, 덴마크 그리고 다른 북유럽 국가가 높은 행복지수를 기록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이 행복지수의 측정이 바로 사람들의 기대치에 기초한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북유럽국가들은 루터파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에게 가능한 최선의 삶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문화가 있다. 이는 북유럽 사람들이 개인의 성공을 따질 때 생각하는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법칙은 “너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너는 너 자신을 남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너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1930년대 사회학자 로버트 K 머튼이 미국에서는 “부의 축적이야말로 성공의 지표”라고 말한 것에 크게 대비된다.

북유럽국가들은 국민들에게 괜찮은 삶을 제공하고 있으며, 누구도 물질적으로 아주 힘든 삶을 살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누구도 자신의 미래에 너무 높은 기대를 가지지 않도록 하는 문화 또한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10단계의 사다리는 적당히 높은 0단계와 아주 좁은 간격을 가진, 그래서 꼭대기가 그리 높지 않은 사다리가 된다. 사람들은 또 자신의 삶이 충분히 좋은 것이라 서로 이야기한다. 바로 이러한 마음가짐 때문에, 핀란드 사람들은 좁은 아파트에서 적당한 수입으로 살며, 높은 물가와 세금 때문에 별로 소비를 하지 못하지만–그리고 아이슬란드처럼 월드컵에도 진출하지 못하지만!–자신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맞다. 나는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이런 특정한 행복지수에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가 바로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적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는 휘게도, 칼사리캔니도 아니다. 내가 이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에 존재하는 “라곰(lagom)”일 것이다. 이 단어는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양을 의미하며 “적절한(just the right amount)”, 또는 “분수”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인들의 삶을 휘게로 표현하는 것처럼 스웨덴의 문화는 라곰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 라곰은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전체의 문화를 표현하는 단어다. 좋은 삶에 대한 기대의 측면에서 본다면, 라곰은 최소한의 필요만을 충족한 상태에서 만족하기를 강조한다. 만약 당신이 이미 그런 필요를 충족했다면 이제 더 이상 불평하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이제 행복한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정말 행복일까? 그렇다면, 미국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더 높은 목표를 가지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야, 너도 언젠가는 대통령이… 아니 동대표가 될 수 있어.”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것이 행복이라면 나는 그 행복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행복이란 기쁨, 사랑,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십 년 간 몇 번씩 모국 핀란드로 귀국할까를 생각했지만 내가 여전히 미국에 남아 있는 이유가 있다. 나는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그리고 이웃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것이 내게는 행복이다.

07.2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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