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설교자의 열정, 존 파이퍼에게서 배우다

거짓 열정은 죽이고 진정한 열정은 살려야 한다

파이퍼는 굉장히 열정적인 설교자다. 나는 베들레헴침례교회에서 파이퍼가 설교하는 장면을 직접 보았다. 그의 질서정연한 논리는 열정적인 목소리와 적절한 몸짓으로 복음의 영광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아주 능숙하고 진지하고 기뻐하는 탁월한 설교자의 모습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솔직히 그런 설교를 처음 접했다. 그러나 파이퍼는 타고난 언변가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교 3학년이 되기 전까지 심각한 생리적, 심리적 무능력인 마비 증세를 앓았다. 하나님은 파이퍼의 두려움으로 인한 마비 증세를 대학교 때 고쳐 주셨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언변과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필자의 책, 존 파이퍼에게 설교를 묻다에서 밝힌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나누고자 한다. 

 

1. 파이퍼의 ‘열정의 모델’: 조나단 에드워즈, 조지 윗필드, 존 파이퍼

 

나는 파이퍼의 열정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파이퍼는 탁월하게 지성과 감성의 균형을 이루었던 조나단 에드워즈를 우리 시대에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이퍼는 에드워즈의 강렬함, 논증의 무게, 엄숙하게 깊이 배어 있는 정신, 경건의 능력에서 풍기는 향취, 영혼의 열정, 하나님을 향한 열심을 통해 설교의 진지함과 즐거움을 배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에드워즈와 파이퍼가 열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파이퍼의 열정적인 몸부림과 웅변력은 오히려 조지 윗필드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파이퍼는 윗필드의 웅변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파이퍼는 윗필드의 실재를 위한 연기와 열정적인 모습에 많은 도전을 받은 것 같다. 파이퍼는 윗필드처럼 자신이 경험한 실재를 나타내고자 열정적인 목소리와 몸짓을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에드워즈, 윗필드와 더불어 순회 복음전도자였던 그의 아버지도 파이퍼의 열정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파이퍼는 아버지의 설교가 자신의 열정을 일깨워 주었다고 말한다.

 

2. 거짓 열정과 진정한 열정 구분하기 

 

열정 없이 설교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이 열정적이고 흥분을 잘 하거나 작은 일에도 감동을 잘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마다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이 다르다. 하나님은 분명 우리 모두를 각 사람의 개성에 알맞게 빚으셔서 사용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성 있는 열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 있는 열정을 가지기 위해서는 열정을 바르게 개발해야 한다. 거짓 열정은 죽이고 진정한 열정은 살려야 한다. 그럴 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 갈 수 있다. 

 

3. 진리가 불러일으키는 열정을 개발하기 

 

우리는 자신이 설교자로서 가지고 있는 열정의 근원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잘 살펴야 한다. 파이퍼의 말을 들어보자. 

설교자의 몸짓과 어조와 태도는 본문의 어조와 내용과 그 순간의 정신에 맞게 하는 겁니다. … 성경은 매우 많은 종류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 본문이 외치라고 하는데 여러분의 얼굴이나 태도가 거세게 말하지 않게 하십시오. 본문이 슬픔을 말하는 데 여러분의 태도가 쾌활하지 않게 하십시오.

파이퍼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이것이다. 객관적 진리에서 표출되는 주관적인 열정, 그에 걸맞은 음색과 음량을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개발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성경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우리의 지성을 진리로 채워야 한다. 묵상하고 또 묵상해야 한다. 그 진리의 실재에 상응하는 열정이 나올 때까지 성경에 푹 젖어 들어야 한다. 성경의 언어가 나의 언어가 되고, 성경에 나타난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고, 성경에 나타 난 슬픔이 나의 슬픔이 되기까지 진리의 실체에 가까이 더 가까이 가야 한다. 파이퍼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사역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성경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거기에 상응하는 뜨거운 마음이 없다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천둥처럼 울리는 영광스럽고 섬뜩한 진리가 우리 마음에서는 기껏해야 미미한 두려움과 황홀감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우리는 메가톤급 진리를 단지 그램급 열정으로 말할 뿐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선포하는 진리를 마음으로 믿기는 하는 걸까요?

저는 단지 사람들이 하나님에게 놀라도록 돕고 싶을 뿐이에요. 하나님에게 소스라치게 놀라도록 말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경이감에 휩싸이도록 말입니다. 그와 동시에, 제 비전은 하나님 중심적이고 감정적인 면이 있어요. 제 자신이나, 그 순간이나, 음악에 대한 감정은 아니지요. 참으로 객관적이고, 분명하며, 성경에 근거한 견고한 비전에 대한 감정입니다.

 

4. 상황에 맞는 열정을 개발하여 자기 목소리 찾기 

 

이 표현은 이정규 목사의 소논문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는 파이퍼와 더불어 걸출한 설교자 팀 켈러의 열정을 비교한다. 켈러가 차분한 톤과 논리적인 논증으로 설교한 이유는 ‘뉴욕의 문화에 맞게 설교톤을 상황화’한 것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팀 켈러가 열정의 상황화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그의 설교를 듣고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가 설교의 주제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받는 청중이 있었다고 한다. 열정의 상황화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파이퍼와 켈러의 열정을 비교해서 누가 더 탁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설교자의 개성과 기질을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 나는 나름 차분하게 설교하려고 노력했다. 경상도 사투리에 신경을 쓴 탓도 있었고, 부교역자로서 튀지 않으려는 의식도 있었다. 당시에 대구에 있던 한 후배에게 “목사님, 옛날의 열정이 다 식었네요.” 하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경남지역 교회의 담임목사로 오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차분한 것보다 힘 있고 열심을 내는 설교를 선호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묶어 두었던 기질적 열정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파이퍼를 본받아 마음껏 해 보았다. 나의 기질과 성격이 파이퍼와 잘 맞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아내가 ‘너무 열을 내지 말고, 차분하고 조곤조곤’하게 해 보라는 지혜로운 조언을 해 주었다. 나는 내가 한 설교를 잘 듣지 않지만, 용기를 내어 몇 편을 들어 봤다. 설교할 때는 몰랐는데, 청중의 입장에서 설교를 들어 보면서 어색한 톤, 부정확한 발음 그리고 지나치게 흥분하는 음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매우 부끄러워 더는 설교를 들을 수 없었다. 

진리가 불러일으키는 열정을 개성과 기질을 살려 상황에 맞게 표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열을 올리고 쉽게 흥분을 하는 기질은 의도적으로 차분하게 하고, 너무 차분한 성격은 반대로 열정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느 문화에 있는 사람이 들어도 부담되지 않으면서 어색하지 않은 자기만의 음색, 음량, 몸짓을 개발하는 것이 좋겠다. 파이퍼가 나를 만난다면 바이런 얀에게 한 말을 똑같이 할 것이다. 

"제발, 제발 존 파이퍼를 흉내 내지 마세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강인함과 열심과 열정은 아주 다양한 형태를 띠어요. 제가 하듯이, 두 팔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지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해요. 만약 몸에 밴 자연스러운 행동이 나온다면, 당신의 설교에 열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요.“ -바이런 얀-

by 배성현, TGC

 

09.28.2024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