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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올라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게 인간 본능일지도…

BBC, 억대 연봉을 받아도 만족하지 못하는 급여와 인간 욕망의 상관 관

샘(고용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성은 미공개)은 지난해 사모펀드 기업 내 재무 부서에서 일하며, 기본급으로 약 20만 달러를 받았고 보너스로 10만 달러 정도를 받았다.

올해 34세인 샘은 뉴욕에 산다. 뉴욕은 가구 평균 소득이 약 7만 달러 정도다. 이런 뉴욕에서 샘이 사는 아파트는 맨해튼 트라이베카 지역에 있다. 뉴욕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샘은 일 년에 몇 차례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 일주일에 여러 차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면서도, 월급 일부는 저축을 할 정도의 여유가 있다.

샘도 자신의 연봉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충분히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 전체와 비교하면 내가 소득 상위권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고, 매우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샘이 현실 감각이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인력 채용 경쟁 등 최근의 경제 상황 속에서 고용주들은 임금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임금 인상만으로는 일부 노동자, 특히 계속해서 승진하길 원하는 지식 노동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평균 국민 소득의 상위층에 속하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수입에 완전히 만족할 가능성은 적다는 학계의 연구도 있다(Why workers may never be satisfied with their pay).

상대성이 중요하다

 

샘과 같은 이들이 비교적 높은 현재 급여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는 것이다. 이때 그들이 자신과 비교하는 ‘다른 사람’은 보통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소수의 선택된 집단이다.

매사추세츠 밥슨대학의 조직행동학 교수인 다나 그린버그는 “우리는 더 넓은 인구 집단이 아닌 직접적인 준거 집단과 자신을 비교한다”며 "어떤 사람이 소득 상위 1%에 속한다고 해도 친한 친구나 가까운 직장 동료가 모두 같은 소득 계층에 속해 있다면, 자신의 부를 그들과만 비교하게 된다”고 말했다. “준거 집단 속에는 항상 더 많은 걸 갖고 있고,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린버그 교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자아를 짚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이 수입을 자신의 가치와 중요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준거 집단이 고소득자들로만 이루어져 있어 자신의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준거 집단에 비해 자신이 덜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자아는 동료들과 동등하거나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더 많은 수입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납니다.”

샘도 동의했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들, 일반적으로 나보다 월급이 적은 직장에 다니는 동창들과 어울릴 때는 확실히 내 월급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장으로 복귀하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뉴욕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테사 웨스트는 역사적으로 급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왔다는 점이 그린버그 교수가 말한 두 가지 요인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많은 조직에서 여전히 급여를 비밀로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보상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급여 투명성에 대한 새로운 규범이 직장에 싹트고 있어요. 이는 분명 좋은 일이지만, 어떤 면에선 사람들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것도 더 쉬워졌죠.”

 

솟구치는 엔도르핀

 

맨해튼에서 일하는 브렌든 역시 평생 자신의 수입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은행에 다니는 그는 작년에 약 15만 달러를 벌었다. 32세인 브렌든은 "급여가 오르면 당연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올라도 ‘지금 버는 돈에 매우 만족하니 더 벌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시점이 올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는 급여가 오르면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를 알았기 때문에, 또 다른 급여 인상을 더욱 갈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급여 인상이나 승진을 통해 엔도르핀이 약간, 때로는 크게 분출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뭐랄까, 그게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샘도 마찬가지다. 어떤 해에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다음 해에는 받지 못하거나, 이번 해에는 월급이 올랐지만 그 다음 해에는 훨씬 적게 월급이 오르는 일은 매우 괴로운 일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작년의 자신과도 비교하게 됩니다. 그 비교를 통해 자신이 퇴보했다는 생각이 들면 상당히 불쾌해지죠.”

그는 자신이 항상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월급에 적힌 금액을 성공의 직접적인 척도로 여기는 경향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저는 ‘쌓일수록 점점 더 성공해야 하는 것, 말하자면 성공을 축적해야 하는 것’이 커리어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성공을 수입의 규모와 동일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테사 웨스트 교수는 항상 더 많은 소득을 갈망하는 욕구를 ‘라이프스타일 크리프(수입이 늘면, 그만큼 지출도 늘어난다는 용어)’ 관점에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항상 급여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급여가 인상될 때마다 더 돈이 많이 드는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지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수입을 욕망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06.10.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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