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청년 창업을 지원한다. 돈만 지원하고 끝내는 게 아니다.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하면 창업 전문가들이 붙어 사업 아이템까지 함께 구체화하며 돕는다. 창업의 첫발을 내딛지 못했던 청년은 3개월 만에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응용행동분석(ABA) 방문 치료 센터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센터에 올 수 없는 발달 장애 아동에겐 치료가 더 절실한 상황입니다.”
신고은(34)씨는 “긴 대기기간으로 힘들어하는 발달 장애 아동, 치료받을 기관이 근처에 없어 고민하는 부모님,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중단한 가정이 적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 강남권이나 경기도 성남 혹은 화성 중 한 곳을 정해 내년 3월 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다. 그의 창업 기틀을 마련해준 곳은 다름 아닌 교회였다. 신씨는 “지난 9월 교회에서 창업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길래 교육이라도 듣고자 지원했다”며 “현장에서 9년간 일했지만 사업에 대해선 무지한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3개월간 멘토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업을 구체화했다”며 “창업 지원 프로젝트 결과도 잘 나와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반색했다. 신씨는 최근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청년 창업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총 14팀과 경쟁했는데 창업 교육과 두 차례에 걸친 사업계획 발표회를 거치면서 최종 발탁됐다. 향후 1년간 교회에 매달 150만원을 지원받고, 기업 대표를 비롯해 교수·세무사·변호사 등으로 활동 중인 ‘만나 크리스천 리더십 센터(MCLC)’ 소속 전문가들로부터 조언도 받을 수 있다.
선발 과정에서 이른바 ‘스펙’은 평가 기준이 아니다. 사무실이나 사업자 등록증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 ‘동기와 의지’ ‘실현 가능성’ ‘수익화 가능성’이 평가 기준이다. 선교·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으면 가산점도 있다. 최종 합격자는 두 달간의 교육과 경합을 통해 선정된다. 모든 서류 합격자들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발전시킬 수 있다.
프로젝트 이름은 ‘믿어줄게 밀어줄게’다. 지금까지 6회에 걸쳐 10팀이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지난 기수 청년들은 카페 운동센터 제과점 등을 창업하고 꿈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 전선에 먼저 뛰어든 일부 청년들이 수익 일부를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등 선순환 구조도 구축되고 있다.
교회는 내년에도 창업 청년들을 물심양면 지원할 계획이다. 만나교회 담당 사역자인 박의성 목사는 “교회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가장 많은 답변이 직장과 돈에 대한 고민이었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고민하는 자리에서 교회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믿어줄게 밀어줄게’는 단순히 지원 대상자 선정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청년들이 창업 이후에도 기업에 선교적 비전과 사회적 가치를 배양할 수 있도록 멘토링하겠다”고 강조했다.
12.09.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