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딱 딱’. 최저 기온 영하 4도를 기록하며 갑작스럽게 추워진 25일, 경북 울진 북면 신화리의 한 공터에서는 안전모를 쓴 10여명의 사람이 못질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한나절 동안 수백 번의 망치질을 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도 성별도 다른 사람들은 크고 작은 건축용 목재에 10㎝ 길이의 못을 힘들여 박았다. 집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대못 박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깨닫는 데는 불과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NGO 한국해비타트의 ‘선한 목수’ 사업에 참여한 봉사자들이다.
한국해비타트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사택을 고쳐주거나 새로 짓는 ‘선한 목수’ 사업을 올해 초 시작했다. 첫 번째 사업 현장인 이날 홍민기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대표의 연합 교회인 라이트하우스서울숲, 해운대, 포항 등 교회 3곳 목회자와 성도 20여명이 건축 봉사로 힘을 보탰다. 한국해비타트 개인후원팀 채성현 매니저는 “봉사자의 작은 힘이 모여 전체 주택 시공의 20% 정도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건축전문가들은 봉사자 곁을 지키면서 벽체 작업에 꼼꼼함을 더했다. 1~2m의 긴 목재를 격자로 만들 때는 정확한 못질 위치와 못의 개수를 정해 주었고, 두께를 더하기 위해 목재 2개를 나란히 붙일 땐 “마치 하나인 것처럼 못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못질이 비뚤어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미세하게 수평이 안 맞는 것은 조립하면서 우리가 다시 조정한다”며 긴장을 풀어줬다. 김은경(54·여) 집사는 “시키는 대로 못질을 했을 뿐인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집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나님이 보잘것없는 우리를 쓰시는 방식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봉사자들의 땀으로 제작된 벽체는 조립 등 작업을 거쳐 울진 진복중앙교회 이복태(68) 목사의 사택으로 탄생한다. 이 목사는 8년여간 성도 9명이 출석하는 바닷가 앞 작은 교회에서 목회해 왔다. 성도 대부분 90세가 넘어 교회 수리 등 잡무는 이 목사의 몫이었다. 3년 전 태풍으로 교회 지붕이 날아갔을 때가 그랬다. 교회 일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이는 이 목사이지만 교회 옆에 딸린 사택 관리엔 신경을 쓰지 못했다. 반질반질한 교회 바닥과 달리 사택 곳곳엔 곰팡이가 피고 쥐와 벌레가 들끓었다. 이 목사는 “제대로 된 사택이 없어 후임자가 없을까 늘 걱정이 앞섰다. 감사하게도 ‘선한 목수’ 사업에 추천되어 기뻤다”고 했다.
한국해비타트는 지난 6월 대상자 선정 작업을 마무리한 뒤 울진군기독교연합회의 도움으로 지난 7~8월 선한 목수 예배를 통해 모금 활동을 펼쳤다. 새로운 사택은 내년 2월 중 완성된다.
12.02.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