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주일을 앞둔 한국교회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베풀고 섬기는 ‘사랑행전’을 써 내려가고 있다. 복음에 빚진 마음으로 누리는 감사의 감격을 교회 안팎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국내 소외 이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외 저개발국가 아이들을 챙기는 교회도 있다. 추수감사주일 헌금 전액을 소외 계층과 나누는 사례도 눈길을 끈다.
바다 건너는 추수감사 사랑
신정희(가명·61·인천 주안장로교회) 권사는 최근 교회에서 빈 상자 50개를 받아갔다. 추수감사절 일주일 전까지 몽골 우크라이나 필리핀 어린이들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선물을 담기 위해서였다. 신 권사는 지난달 결혼한 딸과 함께 축의금을 일부 떼어 축구공 줄넘기 등 운동용품과 학용품을 구입했다. 같은 교회 다른 성도들도 한 달 전쯤부터 교회에서 빈 선물상자를 챙겨갔다. 지난 12일까지 성도들이 준비한 선물상자는 2150개. 교회는 오는 19일 추수감사주일까지 국제 택배로 부칠 예정이다. 교회의 이색 사역은 기독교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사마리안퍼스코리아(대표 크리스 위크스)와의 공조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상자를 받은 아이들은 ‘가장 위대한 여정’이란 책을 갖고 12주간 제자훈련도 받는다. 선물도 전달하고 선물을 받은 아이들에게 ‘영혼의 선물’ 복음까지 전하는 셈이다. 상자에 온기를 담는 교회는 또 있다.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 성도들은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18일 ‘희망 상자’를 포장한다. 밑반찬 마스크 담요 등 10만원 상당의 16가지 품목이 상자에 담겨 장애인 한부모 조부모 가정 등 부산 지역의 취약계층 400여 가정에 전달될 예정이다.
추수감사 헌금의 ‘화수분’ 기적
추수감사 헌금을 이웃에 흘려보내는 교회들도 눈길을 끈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는 2020년부터 추수감사절을 ‘플로잉 데이(Flowing Day)’로 지키고 있다. ‘(사랑을) 흘려보내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교인들은 추수감사 헌금 봉투에 수혜 대상을 직접 지정한다. 교회는 절기 헌금을 재정에 환입하지 않고 수혜자에게 헌금을 대신 전달한다. 올해에도 추수감사 헌금 전액을 한부모 장애인 노숙인을 비롯해 생활고를 겪는 교인들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흥미로운 건 절기 헌금이 흘려보낼수록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까지 1억원 미만이었던 추수감사 헌금은 지난해 1억5000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절기 헌금 전액을 이웃 섬김에 사용한 뒤 절기 헌금액이 50% 이상 불어난 셈이다. 교회 사회선교위원장인 한주현 장로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적이 있을 때 의식이 생기는 성도들이 많은 것 같다”며 “거의 모든 성도가 나눔에 동참하면서 감사의 의미를 곱씹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김해 시온중앙교회(류래신 목사)는 올해 모아진 추수감사 헌금으로 다음 달 12일 경북 청송교도소에서 일일 대집회를 연다. 교회 측은 재소자 300여명에게 복음을 전하고 먹거리와 2024년 달력 등도 전달할 계획이다. 이 교회 교정사역 담당자는 “감사의 은혜를 교회 안에서만 누리고 싶지 않았다”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물질로 교도소 안 영혼을 살려 주님이 기뻐하시는 절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11.18.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