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카이퍼는 주장하기를 칼빈주의는 인간의 죄 때문에 국가제도도 정치도 필요하게 되었음을 역설했다. 또한 카이퍼는 사람을 지배하는 권위는 사람에게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수가 득세하더라도 다수가 반드시 옳다 할 수 없고, 비록 소수라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칼빈주의자로서 카이퍼의 입장은 민주주의는 가장 좋은 정치체제이지만 그렇다고 다수가 항상 옳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또 카이퍼는 말하기를 ‘정부란 하나님의 일반은총의 도구’(De overhead een instrument van gemeene gratie)로 보았다(A. Kuyper, Het Calvinisme, Amsterdam, 1898. p.74). 카이퍼는 생각하기를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구속사역을 특별은총이라면 정부,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문화 등의 모든 영역은 일반은총(gemeene gratie)으로 보았다. 일반은총도 결국 하나님이 주신 것이므로 하나님의 뜻에 맞게 선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이퍼는 칼빈(J. Calvin)의 “사무엘서 주석”을 인용하면서,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방법이 최선임을 인정했다. 즉 투표를 통해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 근간이다. 민주주의 방법은 칼빈과 낙스와 멜빌, 언약도의 신앙을 따르는 장로교회의 전통이었다. 장로교회는 목사를 청빙할 때도, 장로를 선출할 때도 투표를 통해서이다. 이것이 한국장로교회 100년 동안의 전통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세워지기 전에 이미 1912년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민주제도를 실행했다.
카이퍼가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에서 ‘기독교 정치’를 구현하는 가장 큰 이유는 1880년에 화란의 뿌라야대학(Vrije Universiteit)의 총장취임연설에서 그가 주창한 이른바 영역주권(Souvereniteit in Eegen Kring)사상이다. ‘영역주권 사상’이란 우주의 모든 권력은 하나님의 소유이나, 그 권력이 땅 위에 구체화 될 때는 한 사람 또 한 기관에 독점될 수 없고, 삶의 모든 영역에 분산되어 행사된다는 주장이다.
교회는 국가와 분리된 것 아니고 구분될 뿐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은 작동돼
본래 영역이란 화란말로 Kring이라 하는데 이것은 원이란 뜻이다(영어로 Sphere는 적절한 번역이 될 수 없다). 원이 하나면 중심이 하나이고, 원이 열 개면 중심도 열 개이다. 인간의 모든 영역 곧 원에는 하나님이 중심이고,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이 사상은 본래 19세기 독일의 법철학자 스탈(Dr. F. J. Stahl 1802-1855)이 주장하여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로 영역주권을 제시했다. 그 후 앞서 말한 대로 카이퍼의 스승이자 화란 수상을 지냈던 칼빈주의 정치가 흐룬 반 프린스터에게 접목되고, 이것이 다시 아브라함 카이퍼에게 크게 꽃 피어 교회와 국가에 대한 칼빈주의적 정치 이론과 칼빈주의적 세계관이 되었다.
그런데 영역주권에 대한 아브라함 카이퍼의 기본적 전제는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절대주권’(De absolute Souvereiniteit Gods)과 ‘그리스도의 왕권’(Christus Koningschap)에 기초를 두고 있다. 즉 역사의 배후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움직이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과 그리스도의 왕권은 교회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법률, 교육 등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 후 화란의 법철학자이자 칼빈주의 사상의 부동의 대 학자인 헤르만 도예베르트(Dr. Herman Dooyeweerd) 박사에게 꽃 피었다.
그러므로 교회는 국가와 분리된 것이 아니고 구분될 뿐이다. 하나님의 주권은 교회당 울타리 안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빈주의 세계관은 하나님 주권은 교회도, 국가도, 가정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칼빈주의 곧 성경적 세계관이다. 성직자도 정치에 뜻이 있다면 그 성직을 사임하고 얼마든지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기독교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기독교 정당을 갖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에도 기독정당이 있다. 그러나 기독이란 말을 꼭 붙이지 않고, 기독교적 또는 성경적 세계관으로 나라를 이끈다는 뜻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기독교정당은 ‘십자가당’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 카이퍼가 이끌던 정당도 ARP(Anti-Revolutionary party)라고 했다. 즉 ‘반혁명당’이란 한국 사람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볼 때 불란서 혁명은 매우 인본주의적이며 반기독교이기에 불란서 혁명식의 혁명은 반대한다는 뜻이다. 불란서 혁명은 공산주의혁명과 연결된다는 사상이다. 그래서 이 정당 이름을 채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47년에 김화식 목사에 의해서 ‘기독자유당’에 탄생되었으나 공산당에 의해서 발기인 모두가 체포되고 김화식 목사 등은 총살형을 당했다. 김일성과 공산당은 기독교정당을 반동으로 여기고 철퇴를 내린 것이다. 그 지음에 감리교는 ‘기독교민주당’을, 그리고 한경직 목사는 ‘기독교사회당’을 시도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이들은 모두가 성경적 세계관으로 나라를 세우려는 충정에서 시작했으나 매우 아마추어적이었다.
그러나 1948년 이승만 박사가 대한민국을 세울 때 이윤영의원으로 기도하게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도 그가 프린스톤 대학교시절 1년간 신학공부를 할 때, 당시 프린스톤신학교의 분위기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이 대세였다. 그래서 이승만의 꿈은 나라가 독립될 때 기독입국을 꿈꾸어왔을 것이다. skc0727@yahoo.com
05.30.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