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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중)

박종순 목사

충신교회 원로

후임목회자들에게

 

대기업 입사시험 치르듯 도도한 경쟁을 제치고 후임이 됐습니다. 그만큼 영성과 실력과 지도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어머니가 버티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목회 감독관이고 목사 감사원이지만 전임 목회자의 자리는 그 영향력이 큽니다. 껄끄럽고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흔적을 지우고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않기를 바라는 몸짓을 하게 됩니다. 거기가 문제입니다. 그러다가 걸려 넘어지고 큰코 다치게 됩니다.

후임자가 취할 태도는 원로목사님을 선배로, 스승으로, 아버지로 받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탈이 없습니다. 내가 전임자보다 실력도 좋고 설교도 잘 하고 인간관계도 원만하고 교회행정에도 능하다는 생각으로 목에 힘이 들어가고 자세가 꼿꼿해지기 시작하면 전임자의 후임자에 대한 혹평이 터지게 됩니다. 득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군사부일체라는 옛말을 잊지 마십시오. 스스로 제 무덤을 판 사람들이 많습니다. 멀리하지 마십시오. 밀어내려 하지 마십시오.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지우려 하지 마십시오.

 

교우들에게

전임자에게 잘한 사람은 후임자에게도 잘합니다. 전임자를 괴롭히던 사람은 그 버릇이 재생되어 후임자도 괴롭힙니다.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교인들의 장점을 “눈이라도 빼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디모데에게는 “그리장색 알렉산더를 경계하라. 그는 나를 심히 괴롭힌 사람이었다”라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기를 원합니까? 특정 목적 때문에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호의를 베푸는 것도 내 뜻에 안 맞고 나를 홀대했다는 이유로 딴지를 걸고 열을 올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느 교회에 인테리어업을 하는 집사가 있었습니다. 교회 내부 수리를 자기한테 맡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목사 반대운동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개는 자기한테 교회 건축공사를 맡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목사를 적대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날 두고 하는 말이냐’라며 두 눈을 치켜뜨는 바로 그 사람이 것입니다.

한국교회 성도 여러분, 천주교처럼 교황을 신격화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목회자를 목회자로 인정합시다. 너나 나나 동일하다는 오만한 발상에 종지부를 찍읍시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이구동성 앞으로 목회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교인들의 의식변화, 걷잡기 힘든 사회변화와 변동, 가치관의 전도현상, 물량주의와 세속화, 지도력의 약화, 교역자 양산 시스템,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과 배출 등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들이 길을 막고 말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TV방송(EBS)이 특별기획한 ‘극한 직업 옹기장이’라는 프로를 방영한 일이 있었습니다. 진흙으로 빚은 옹기를 불가마에 구워 옹기 항아리를 만듭니다. 하루에 5백-1천개를 판매하는데 항아리를 트럭에 실어 운송합니다. 옹기와 옹기 사이에 틈이 있으면 서로 부딪쳐 깨지게 됩니다. 그러나 한 덩어리처럼 틈새 없이 붙여 실으면 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옹기 달인은 옹기를 만들 때 혼을 불어넣는다고 했고, 30년 정도는 옹기를 빚어야 옹기장이 소리를 듣는다고 했습니다. 옹기장이의 철학이 있습니다. 그것은 ‘빚고 다듬고 굽고’라고 합니다. 뜻하는 바가 컸습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작은 틈새 때문에 옹기 항아리가 깨져가고 있습니다. 하나가 되면 미래 운송이 가능하지만 서로 부딪치면 깨집니다.

한국교회가 깨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은 반기독교 세력들과 사탄의 주구들입니다. 그들이 박수갈채하도록 방치해야 됩니까? 원로와 후임의 갈등 때문에 교단과 교단의 불협화음 때문에, 목회자와 당회원의 불화 때문에, A집단과 B집단이 정략적 이해득실 때문에 맞부딪쳐 깨지게 된다면 파괴 범죄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겠습니까? 한국교회를 분열시킨 사람들, 교회를 망가뜨린 사람들은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07.2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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